김희영 展

 

Cloud

 

 

 

피비갤러리

 

2019. 11. 14(목) ▶ 2020. 1. 11(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25-6 | T.02-6263-2004

 

www.pibigallery.com

 

 

Cloud 2_ceramic_40x50cm_2019 ⓒKim Heeyoung, PIBI GALLERY

 

 

피비갤러리는 2019년 11월 14일부터 2020년 1월 11일까지 김희영 작가의 개인전 “Cloud”를 개최한다. 김희영은 값싼 일회용기나 비닐포장재와 같이 일상에서 쉽게 사용되었다가 쓸모를 다해 버려지는 물건들에 주목해 왔다. 이전 작업에는 그러한 일회용 소비재를 가져와 견고한 타일이나 도자로 전환하거나 기하학적 패턴으로 다시 재구성하여 쓸모 없고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전시장으로 이끌어 낸 바 있다.

 

김희영 작가는 피비갤러리에서의 첫 전시 “Cloud”를 통해 기존의 작업에서 나타났던 경제적 효용성에만 집중하는 소비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좀 더 확장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일상적 소모품과 일회용품의 형태를 반복하여 얻어지는 기하학적 패턴은 하늘과 구름이라는 자연풍경으로 치환되어 나타난다. 두 가지 크기의 도자타일은 작가의 설계아래 서로 연결되고 관계를 드러내며 구름(cloud) 그리고 하늘을 이룬다.

 

효율성을 첫 번째 가치로 무장하고 대량생산되는 일회용품들은 기능을 다했을 때 그것이 만들어질 때 보다 훨씬 더 빨리 더 적극적으로 버려진다. 김희영은 현대사회에서의 과잉생산과 무분별한 소비 그리고 그 이후에 무가치하게 폐기되는 물건들에 대해 비판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안타까움이 섞인 시선을 유지해왔다. 그가 도자로 캐스팅하여 재구성해낸 일상소모품과 일회용품들은 가마의 소성 과정에서 원래의 사물과 전혀 다른 표면, 강도, 색깔을 취하게 된다. 이처럼 변형된 오브제들은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나름의 정교한 질서를 이루면서 새로운 구조를 이루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작품들은 어딘가 불안정하며 전시장을 벗어나는 순간 또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빈곤함을 내포한다. 스티로폼과 비닐, 플라스틱이라는 한없이 가벼운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듯 작가는 그것을 도자로 전환하였지만 일회용 포장재들은 그 행위조차 무의미하게 보일 정도로 진부한 일상에 대한 감각을 끝내 지니고 있는 것이다.

 

피비갤러리의 “Cloud” 전시에서 작가는 신작의 기본 재료로 기성의 제품화된 타일을 이용하고 있으며, 타일에서 전체적인 패턴을 이루는 무늬는 여러 포장재에서 발췌한 광고 문구와 기업의 로고 즉 포장재 자체가 아닌 거기에서 추출된 텍스트들이다. 이 텍스트가 의미없기는 포장재와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기세요’, ‘대한민국 청춘하세요’, ‘후끈후끈’, ‘3분에 OK!’와 같은 인스턴트 광고 문구들은 포장용기가 가지는 물질성마저 휘발된 채 무의미하고 텅 빈 기호처럼 보인다.

 

 

Cloud 2(detail cut)_ceramic_40x50cm_2019 ⓒKim Heeyoung, PIBI GALLERY

 

 

김희영은 ‘기의(signified)’는 사라지고 ‘기표(signifier)’만 남은 문자들을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재배치하고 타일 위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 겹의 텍스트로 이루어진 타일들이 최종적으로 드러내는 광경이다. 타일들이 구성해내는 하늘과 구름의 이미지는 ‘소비’도 ‘자본주의’도 ‘상품’도 아니며, ‘버려지거나’, ‘쓸모 없는’ 것과는 더욱 거리가 먼, 풍경이자 자연의 모습이다.

 

김희영의 신작 ‘Cloud’는 특정 질서와 규칙으로 조직된 듯 일정한 패턴을 이루던 이전 작업들과는 다른 궤적을 그려낸다. 작가는 가장 낮은 것, 버려져야 마땅한 것으로부터 가장 숭고한 대상, 영원불멸의 존재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이끌어 낸다. 텍스트로 빼곡히 메워진 사각의 타일들이 이루어내는 하늘 풍경은 옅은 푸른색과 회색이 교차하는 가운데 구름 덩어리들이 화면 곳곳에서 비정형 상태로 펼쳐진다.

 

하늘은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이 땅에서 올려다 보는 존재이자 땅(지구)과 우주의 사이, 일종의 공백과도 같은 공간이다. 이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세계이며 비행과 같은 비일상적인 행위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일부를 마주할 수 있는 간극의 공간이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희영은 우리 일상의 가장 비루한 면모를 드러내는 일회용품, 즉각적인 소비와 유통의 구조를 상징하는 포장용기와 가장 하찮고 쉽게 얻을 수 있는 비닐포장재, 이를 모티브 삼아 모종의 생명체, 자연이라는 거대하고 항구적인 것, 그 중에서도 하늘과 구름이라는 숨쉬면서 변화하는 존재를 시각화하는 실험으로 우리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피비갤러리는 김희영 작가의 이번 전시 “Cloud”에서 현실을 바탕으로 구름과 하늘의 자연을 직조해내는 신작을 소개한다. 4m에 이르는 하늘 그리고 구름 장면은 김희영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이루어낸 일종의 도약이자 관람자에게는 신선한 스펙터클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연민어린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김희영의 작업은 소비문화에서 추출한 파편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늘’이라는 새로운 서사로 나아가고 있다.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vol.20191114-김희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