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민 展

 

이름없는 광물들

unnamed minerals by HUH YOON MIN

 

내재적 가치_혼합매체_가변크기_2019

 

 

 

2019. 10. 30(수) ▶ 2019. 11 .4(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17 | T.02-733-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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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적 가치_mixed media_60x50cm_2019

 

 

하나의 빛, 천개의 색

허윤민은 광물을 그린다. 광물은 우리가 과학시간에 배운 여러 종류의 돌들 그것이다. 작가는 수많은 그림의 소재 중에서 왜 돌을 택했을까. 그녀가 그린 돌들은 우리가 흔히 길에서 보는 것들은 아니다. 형형색색 빛나는 아름다운 광석이다. 작가는 빛을 반사하며 시선을 사로잡는 광석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투명 아크릴상자들 속으로 희미하게 광석이 보인다. 선명한 것도 있고 어렴풋이 보이는 것도 있다. 실험실 표본 같기도 하고, 신생아를 보호하는 인큐베이터 같기도 하다. 광석들은 이 무균실 안에서 외부의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원형의 상태로 있다. 초자연적 힘을 부여했던 예전의 선돌이나 고인돌처럼 신성함까지 느껴진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광석의 아름다움과 견고함은 아크릴박스 안에 놓이는 순간, 쉽게 깨지고 금이 갈 것 같은 연약함과 공존하게 된다. 작가는 보석세공 하듯이 투명상자 위에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긁어내고 칠하고 닦아낸 아크릴 표면은 관람객이 아름다운 광석을 제대로 관찰하는 것을 방해한다. 관람자는 아름다움에 다가가기 위해 더 가까이 다양한 각도에서 작업을 관찰하게 된다. 가까운 거리는 그제서야 하나의 돌에 집중하게 한다. 수많은 돌 중의 하나가 아닌, 바로 거기 있는 돌이다. 유기물의 작용으로 특정 원자 배열을 갖게 된 이 덩어리는 옆에 놓인 돌과는 다른, 하나의 독립적 개체이다. 이 하나의 돌은 잊혀지고 묻힐 수도 있는 길 위의 돌이기도 하고, 가공과 연마를 통해 다른 모습의 돌이 될 수도 있다. 원석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정체성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견고함과 연약함, 영원과 순간을 줄타기하며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내재적 가치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8

 

 

‘The unknown’ 이라는 제목의 회화 작품은 아크릴박스 작업인 ‘내재적 가치’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작가의 첨예한 예술적 고민을 보여준다. 상자 밖으로 나온 원석은 철저하게 해부 당한다. 파편화된 형태들은 차갑고 공격적이며, 빛을 여러 각도로 반사하며 굴절된 이미지들을 생산한다. 하나의 면은 다른 한 면과 만나 날카로운 선을 만들어내고, 이 선은 면들과 접하며 다른 선들과 연결된다. 파편의 예리한 선들은 질 들뢰즈의 리좀(Rhyzome)을 연상시킨다. 이질적인 것, 다양한 것들이 서로 이어지고 충돌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형상을 생성해낸다. 엉키고 확장되고 또 단절되며 안과 밖, 한 면과 또 다른 면이 만난다. 허윤민의 말처럼, 광물을 연마 가공하는 일, 즉 그림 그리는 일은 그녀에게 즐거운 노동이자 놀이이다. 그러나 모든 창작이 그러하듯이 작업은 수많은 자기 의심과 번민도 동반한다. 작업 중에 느꼈을 초조함과 예민함, 무수한 선택의 번복… 물론 작가는 그 속에서 창작의 희열도 분명히 맛보았을 것이다. 고뇌와 기쁨의 무한반복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은 대다수의 예술가들에게 익숙하다. 이러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작업과정이 날카롭게 연마된 보석의 파편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작가는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자꾸만 무디어지는 정체성의 각을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닦고 깎고 칠해본다. 긴 시간 화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끊임없이 노력해온 시간들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그녀를 여러 개의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해를 더할수록 그녀가 만들어낼 새로운 형상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홍현아

 

 

the unknown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9

 

 

the unknown_116.8x91cm_acrylic on canvas_2019

 

 

primary structure_105x127cm_paper cutting_2014

 

 

 

 

 
 

 허윤민 | HUH, YOON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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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1030-허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