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영 초대展

 

먹향 따라 솔길 걸어서...

 

송운(松韻)_45.5x35cm_한지에 수묵담채_2016

 

 

 

 

2019. 10. 30(수) ▶ 2019. 11. 16(토)

Opening 2019. 10. 30(수) pm 4-6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동 19번지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송음(松陰)_111x70cm_화선지에 수묵담채_2015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수묵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 잘리고, 옻나무는 쓸모 있어 베인다. 표범은 그 아름다운 털가죽 때문에 재앙을 맞는다. 사람들 모두 '쓸모있음의 쓸모(有用之用)'는 알고 있어도,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는 모르고 있구나." (<장자>, 「인간세(人間世)」)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실생활에서건 예술에서건 가장 사랑받는 수목이다. 십장생 중에도 있고 애국가에도 들어 있으니 말이다. 백범영의 작품 중에도 유난히 소나무 그림이 많다. <신송(神松)>, <묵송(墨松)>, <송뢰(松籟)>, <창송(蒼松)>, <송음(松陰)> 등등이 그것이다. 하물며 작품 <털개불알꽃>도 누운 소나무 아래에 피었다. 이 정도로 특정 소재에 천착한다는 것은, 즉 소나무가 작가의 개인적 취향인지, 조형적/미학적 선택인지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미적 감성이나 정서를 자아내는 대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작가의 작품과 소나무는 어느 정도 연계성을 지닌 상징적인 소재로 보인다는 점이다. 부연하자면 그에게 있어 소나무는 단순한 대상을 넘어 작업의 화두로 여겨도 무방하다 하겠다. 그의 나무 그림을 보고 있자니 조선후기의 도화서 화원이었던 장득만(張得萬)이 그린 <송하문동자도 (松下問童子圖)>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이 그림은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명시를 화제(畵題)로 그린 그림이다. 물론 정선이나 김득신, 민화에서도 같은 화제의 그림이 그려져 왔다. 이 화제의 그림이 많이 그려진 것은 아마도 그림 속의 인물들이 아니라 소나무의 고고함과 지조, 절개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솔은 우리 정서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형태소임은 분명하다.

 

백범영의 작품을 논하다가 뜬금없이 당나라 시인 가도 운운하는 것은 가도에 의해 생긴 "퇴고(推敲)"라는 고사성어와 백범영의 작업태도의 연관성 때문이다. 이 퇴고는 가도가 스님 시절 길에서 문득 떠오른 시상의 마지막 구절인 '僧敲月下門'에서 퇴(堆, 밀다)와 고(敲, 두드리다)를 두고 변경을 거듭하다가 마주 오던 고관과 부딪힐 정도로 심사숙고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퇴'와 '고' 두 자는 문장을 다듬는다는 뜻이 전혀 없는데도, 글을 지을 때 어휘며 표현을 여러 번 고심해서 고치고 다듬는 것을 '퇴고'라 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한다. 북송의 시인이자 문장가인 소식(蘇軾)이 그의 시를 ‘말랐다’고 할 정도로 가도는 군더더기 없는 시작(詩作)의 극단성을 보여주었다. 굳이 가도의 퇴고와 백범영의 작품을 상관시키는 것은 그도 역시 <노랑개불알꽃>에서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문기 어린 시구를 그림 속에 쓰기는 하지만, 본질은 그의 끊임없는 퇴고의 작업 태도와 군더더기 없는 작품을 만드는 여백의 효용을 논하고자 함이다. 백범영은 평소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확고한 조형적 신념에 대해 밝혀왔었다. 마치 작가의 망막이, 붓이, 사유가 화면에서 더 이상 머물 공간이 없을 때까지……. 여하간 수묵에서 ‘완성’이라는 용어는 왠지 낯설다. 수묵은 그만큼 결과보다는 과정에 방점을 두는, 즉 형상을 넘어 그 본질을 탐구하는 사의의 세계이다. 때때로 형상의 결핍을 매개로 얻어지는 사변의 세계이다.

 

 

속리산 삼불암_47x60cm_한지에 수묵담채_2018

 

 

그럼에도 백범영의 수묵은 먹이 한지에 스미고 번진다는 특유의 담백한 물성과 기존의 교조적 미학과는 거리를 두는 듯이 너무 정갈하고 담박하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까닭에 여백이 특히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나무는 나무고 산은 산이고, 결국 형상은 형상이고 여백은 여백이라는 주의다. 이를테면 작가는 형상과 여백을 엮는 어떤 소통적 맥락도 화면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혀 부기하지 않는다. 주지하듯이 수묵은 형상과 여백을 기반으로 하고, 그 여백은 단순히 텅 빈 공간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수렴할 수 있는 긍정적 텅 빔이다. 거기는 형용의 결핍이 아니라 사유가 충만한 것/곳이다. 어떤 필획도, 묵의 번짐도 없는 백범영의 여백은 여타의 그것과는 다른 의의를 가진다. 몇몇 작품에서의 소나무는 주변 전체를 조망할 수 없을 정도로 독자적이다. 소나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소거한 백범영의 대담한 구성은 어떤 제작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말하자면 다듬고 갈무리한 소나무 형상의 정수만을 화면에 부려놓고 나머지는 여백의 몫으로 남기고 있음이다. 그럼에도 그 형상이 여백(주변)과 동떨어져 보이지는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는 작업의 치밀함과 화면 구성의 압축적인 단순미가 잘 버무려져 나름의 경지를 창출해내는 솜씨 때문일 게다. 오랜 시간 담금질된 작가의 예술적 완숙함이 가감 없이 보인다. 이는 구성의 치밀함이 성취하는 세계이다. 기실 형상은 색이나 묘사의 유무를 떠나 형상을 감싸고 있는 여백의 효용에 따라 그 존재의 의의를 갖는다. 이를 화면의 구도라 칭한다. 따라서 그에게 형상과 여백의 치밀한 구조는 창작의 중요한 밑거름이자 작품의 생명력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그가 사용하는 용묵의 사실성과 여백의 길항 관계다.

 

마치 시문에서 퇴고를 거듭하듯 먹을 층층이 쌓아 올린 중후한 적묵(積墨)으로 그려진 <신송(神松)>의 소나무와 <상설(賞雪)>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 목피가 벗겨진 소나무의 사실성은 가히 실경의 진수이다 <송운(松韻)>의 소나무 부분도에서 보듯이 대상이 프레임에 들어온 부분이 밖의 전체를 제유하지 않음에도 우리의 눈길을 끄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이는 작가가 백두대간 전 구간을 종주하면서 대상에게서 취한 생동감 있는 사실성과 기운을 화면에 일궈낸 덕분이다. 이렇듯 작가는 소나무 형상의 실체를 정치하게 묘사하며, 이 사실성의 감회와 미감을 여백에게 넘긴다. 따라서 여백은 극명하고 더욱 두드러지게 되며 감상자는 그 여백의 순수성에, 무위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여백이 인도하는 깊은 사유에 이르게 된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것이 여백의 감각적 흥취일 것이다. 또한 이는 형상과 여백이 분화되기 이전 근원으로의 회귀를 갈구함이다. 결과적으로 먹의 형상 역시 여백에 다름 아니다. 그가 그린 소나무는 개체의 아름다운 묘사가 아니고, 자연예찬을 위한 그리기도 아니다. 그것은 여백의 시각적 기색이다. 의미론적으로는 먹은 무(無)에 기인한다. 무는 나무가 불에 타 숯이 된 상형이며, 숯의 그을음은 먹이 된다. 먹은 곧 묵이며, 결국 묵의 그리기는 무를 향한 힘든 여정에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그림은 수묵의 형상이 여백의 텅 빔을 지향하면서 얻어지는, 즉 먹의 붓질과 여백의 공명에 대한 진술인 것이다. 설사 그 위에 옅은 채색을 입힌 수묵담채화나 화조화, 화훼화라 해도 묵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런 종류의 그림에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 드디어 여기서 기원전 5세기의 성현의 말씀과 현대의 백범영의 수묵이 조우한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 그것이다.

 

물론 여백은 백범영의 그림뿐만 아니라 여타 수묵화 어디에도 존재하는 동양회화의 근간이어서 특별하게 포커스를 맞출 일은 아니겠지만, 앞서 거론하였듯이 그의 작품에서 그 두 관계의 길항이 너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아니 백범영의 그림은 너무 확연하게 강조하여 감상자의 망막을 자극하면서 두 영역의 근본을 궁구하는 역설적 지평을 펼쳐보인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하겠다. 아마 백범영의 그림에서는 이런 역설도 가능하리라. "검디검어서 하얘진 묵송(墨松)을 여기서 보게 되리라!"

 

유근오 | 미술평론가

 

 

화개사 노송(華蓋寺老松)_53x37cm_한지에 수묵담채_2019

 

 

소나무에 매료된 한국화가 백범영의 “먹향따라 솔길 걸어서...”전을 한다. 작가는 직접 산을 거닐고 꽃들을 보며 화폭에 그림을 그린다. 크고 넓은 산의 모습만 그린 것이 아니라 소나무와 야생화를 그리며 산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그렸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에 대한 애정 어린 작가의 생각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강한 선과 터치에서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백범영 작가는 관조적인 모습으로 큰 산세부터 작은 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그의 작품들은 감상하는 이들로부터 작가가 걸으며 본 풍경들을 따라 여행하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또한, 작가는 소나무와 꽃들에 저마다 다른 표정을 그려 넣어 그림 속에서도 생동감이 넘치게 표현했다. 듬직하고 강인한 그의 선은 소나무의 지조있는 모습과도 같다. 작가의 수묵은 먹이 한지에 스미고 번진다는 특유의 물성과 기존의 미학과는 거리를 두는 듯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작품에서 여백은 특히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형상의 실체를 정치하게 묘사하여 여백은 극명하고 강조되어 보는 이들로부터 여백의 흥취를 일으킨다. 작가의 작품은 마치 산들바람이 부는 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며, 꽃잎의 색을 직접 가져온 듯 생생하고 맑은 표현은 자연의 기운을 담은 것 같다. 작가는 직접 산을 찾아다니고 관찰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웅장한 자연을 담는다.

 

겨울이 시작하려는 11월 소나무의 꼿꼿함을 담은 작품 20여점을 장은선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요즘, 전시를 관람하며 작가가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수묵의 멋을 표현하는 백범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장은선갤러리 외 11여회의 개인전을 가지며, 다수의 아트페어 및 단체전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현재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설산덕유(雪山德裕)_120x200cm_한지에 수묵_2018

 

 

신송(神松)_148x210cm_한지에 수묵담채_2015

 

 

반려(伴侶)_50x70cm_한지에 공필채색_2016

 

 

훈풍(薰風)_70x45cm_화선지에 수묵담채_2007

 

 

 

 

 
 

백범영 | 白凡瑛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대학원 졸업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 11회 | 백악예원 1993 | 서남미술전시관·공평아트센타 1995 | 공평아트센타 1997 | 한국미술관, 용인 2007 | 橋畫廊, 북경 2008 | 한벽원갤러리 2008 | 스페이스이노 2011 | 갤러리한옥 2013 | 亞瑟畫廊, 북경·백송화랑 2015 | 한벽원갤러리 2017 | 동덕아트갤러리 2019

 

솔거를 깨우다-소나무그림전 (솔거미술관, 경주) | 日中韓예술전 (つくば美術館, 日本 茨城縣) | 바람이 부는 풍경 (담빛예술창고, 담양) | 송울진전 (인사아트센터·울진문화센터) | 진천비경 (진천종박물관) | 먹의 멋과 맛 (이천시립월전미술관) | 畵畵 유유산수-서울을 노닐다 (세종미술관) | 2018 한·중 당대회화교류전 "相外" (주중한국문화원, 북경) | 물빛을 그리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물문화관, 대전) | 중한 화조화 교류전 (南京市對外文化交流中心, 南京) | 꿈-몽유도원 안평안견예술정신전 (한벽원갤러리) | 古雅之美 한중교류전 (잇다스페이스, 인천) | 당당한 그녀, 김호연재 시와 삶을 그리다 (대덕구문예회관, 대전) 이 외 단체전 180여회 참가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교수

 

E-mail | baekmyo@hanmail.net

 

 

Baek, Beom Young

 

B.F.A & M.F.A in dept. of Oriental Painting, College of Fine Arts & Graduate School, Hongik University | Completion the Doc-tor’s Course in dept. of Eastern Philosophy, Graduate School of Sungkyunkwan University

 

Solo Exhibition | 11 times | 1st-Baikahk Gallery, Seoul, 1993 | 2nd-Seonam Art Museum·Gongpyung Art Center, 1995 | 3rd-Gongpyung Art Center, Seoul, 1997 | 4th-Hankuk Art Museum, Yongin, 2007 | 5th-Chiao Gallery, Beijing, 2008 | 6th-Hanbyekwon Gallery, Seoul, 2008 | 7th-Space Inno, Seoul, 2011 | 8th-Hanok Gallery, Seoul, 2013 | 9th-Arthur Gallery, Beijing·Baiksong Gallery, Seoul, 2015 | 10th-Hanbyekwon Gallery, Seoul, 2017 | 11th-Dongduk Art Gallery, Seoul, 2019

 

Wake Solgeo-Pine Picture Exhibition (Gyeongju Solgeo Art Museum, Gyeongju, 2016) | Global Art Exhibition (Tsukuba Art Museum, Japan Ibarakiken, 2017) | Windy Landscape (DamBit Art Space, Damyang, 2017) | Exhibition of Singing Uljin (Insa Art Center, Uljin Culture Center, 2017) | Beautiful in Jincheon area (Jincheon Bell Museum, Jincheon, 2017) | Taste of Ink (Woljeon Museum of Art Icheon, Icheon, 2017) | Landscapes of Seoul (Sejong Museum of Art, Seoul, 2018) | 2018 Korea and China Contemporary painting "SANGOE" (Korean Cultural Center, China, Beijing, 2018) | Draw Impression of Water (K-Water Daecheong-Dam Water Cultural Center, Daejeon, 2018) | Exhibit Exchanges China and Korea of A Picture of Flowers and Birds (Nanjing City Cultural Exchange Center, 2019) | Prince Anpyeong Artist An-Gyeon Art Spirit Exhibition (Hanbyekwon Gallery, 2019) | The Special Exhibit Exchanges China and Korea (itta Space, Incheon, 2019) | An Imposing Woman-Depict Kim-Hoyeonjae's Poems and Life (Daedeok Culture Center, Daejeon, 2019) More than 180th Group Exhibition

 

E-mail | baekm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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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1030-백범영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