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세상 Maximalia 展

  

 

 

뮤지엄다

 

2019. 8. 14(수) ▶ 2020. 2. 16(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서로 20 | T.051-731-3302

 

 

# 전시 서문 - 완전한 세상

 

윤상훈 (뮤지엄 다: 부관장)

뮤지엄 다의 개관전시 제목은 ‘완전한 세상’입니다. 영어적 표현으로 하자면 Maximalia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최대치, 최고치를 의미하는 단어 Maximal의 뒤에 국가나 장소를 의미하는 접미사 –ia를 덧붙여 만들어 낸 신조어 입니다. 완전한 세상은 우리 모두가 꿈꾸고 동경하지만 그 누구도 본적이 없고 발견한 적도 없는 미지의 대상입니다. 모든 이의 마음속에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실체가 없는 허상이며 이상에 불과한 장소입니다. 오래 전부터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완전한 세상이라는 주제는 예술적 표현을 위한 매우 흥미로운 대상이었습니다. 뮤지엄 다 학예실에서는 이 ‘완전한 세상’을 ‘부족한 것이 없는 세상’으로 이해하고 접근해 보고자 했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무수히 많은 것들이 세상에 꽉 차 있고, 사용자가 원할 경우 언제 어디서든 선택 가능한 대상들로 구성된, 결핍이 없는 곳.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이 논리는 ‘없앤다.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들만 빼서 없앤다’는 미니멀리즘적 사고에 정반대 지점에 서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니멀리즘은 기본적으로는 예술적인 기교나 표현을 최소화 해야만 대상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합니다. 미니멀 리스트들에 의하면 이 경우에만 현실과 예술의 간극과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발생한다는 논리입니다. 시각 예술에 있어서는 대상의 최소한의 본질만을 남기고 작가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요소들은 가급적 제거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종적인 결과물은 명확한 형태가 사라진 추상미술의 형식을 띠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체 미니멀 리스트들이 말하는 나쁜 것과 좋은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과잉 된 디지털 정보와 이미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원본과 복제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것 조차 이미 진부한 테제가 된지 오래입니다. 나아가 이들에게는 대상의 본질을 찾아내는 복잡한 선택보다는 주변의 잉여 된 정보와 이미지를 취사선택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훨씬 익숙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발상을 전환해 보고자 했습니다. 창작의 주체는 작가겠지만 그 결과물을 판단하는 이들은 사용자의 몫입니다. 창작의 주체가 말하는 나쁜 것 조차도 사용자에겐 꼭 필요한 무엇일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우리는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종교적 의미처럼 따라붙었던 원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예술 작품의 고유한 아우라 논쟁은 여전히 지속 중에 있습니다. 뮤지엄 다는 첫 전시를 준비하면서 미디어 아트에 있어서 상실된 원본의 아우라를 회복시키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 왔고, 그 결과를 최초로 사용자들에게 선보입니다. 복제되고 재생산된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원본을 마주했을 때와 똑같은 아우라를 느낄 수 있고, 나아가 체험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원본으로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지 도전해 보고자 했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의 가능성을 융합과 복합에서 찾았습니다. 장르가 전혀 다른 것들이 서로 융복합하여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발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에 주목하였습니다.

개관전 <완전한 세상>에는 국내외를 대표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합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조각, 회화, 사진, 설치, 디자인, 가구, 패션, 도예와 음악에 이르기까지 거의 예술의 전분야에 걸쳐 협업한 결과물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것의 정점을 장식할 작품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네트워크 통신이 시각예술과 결합한 증강 현실 작품으로 소개됩니다. 이것은 어떠한 맥락에서는 현대미술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또한 전통적인 예술의 표현 방식에 대한 도전일 것이며, 한편으로는 예술의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본문에서 필자는 관람객이라는 표현 대신 사용자라는 호칭을 부여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우리 미술관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우리는 관객과 작품이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조심스럽게 ‘관람’하는 예술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예술은 단순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되고 사용되고 체험되어야 비로서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만 예술이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삶 속에 과학 기술과 예술이 융합하고 더해져야만 모두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이고 완전한 세상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뮤지엄 다는 그것을 실천하는 미술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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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814-완전한 세상 Maximalia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