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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의 결 展
닻미술관
2019. 7. 6(토) ▶ 2019. 9. 22(일)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진새골길 184 | T.070-4193-2581
www.datzmuseum.org
닻미술관은 올해 두 번째 전시로 <온도의 결 The Texture of Temperature>을 마련했습니다. 배희경, 신현정, 임소담, 최은혜 네 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미술에서 추상이 어떻게 재현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들은 형과 색을 통해 고유의 추상적 이미지를 구성, 예술가의 형식 탐구에 몰두하는 동시에 추상적 이미지의 매개가 되는 각자의 관심사를 회화, 도자, 영상, 설치 등으로 섬세하게 전환합니다. 예술적 감각으로 추상화된 네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정적 온도로 전이되며,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서로 다른 추상 변주로 미술에서의 또 다른 결을 만들어낸 이들 작품의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미술사에서 모더니즘 이후 급부상한 추상은 형과 색 등 미술 매체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소위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의 추상에 대한 집중적 관심은 20세기 후반 이후 점차 사그라졌지만 추상이란 장르는 미술사에 분명하게 각인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번 <온도의 결 The Texture of Temperature> 전시에서 소개하는 네 작가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추상적 성격을 지닙니다. 그러나 이들은 매체의 시각적 유희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구체적 일상에서 비롯된 일시적, 혹은 지속적 관심을 어떻게 그만의 매체적 감각으로 재현할 것인가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 더 몰두합니다. 즉, 네 작가의 작품에 드러난 추상적 감각은 어떤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배희경의 이야기는 정체성에서 출발합니다.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는 그 경험을 작품으로 재현합니다. 특히 영상 작품 <디아드로잉룸(Dia-DrawingRoom)>(2018)은 작가가 이민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출발한 것으로, 영상 속 모호하게 처리된 사람들은 단색, 단면의 회화적 요소로 다시 투영됩니다. 이로써 작품은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추상적 해석의 경계를 드러내며, 매체에 대한 작가의 메타적 감각 역시 엿볼 수 있도록 합니다. 신현정은 주변의 환경, 특히 날씨, 온도 등에 민감하게 체감하는 자신의 감각에 집중, 이를 회화로 드러내는 데 관심을 가집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회화의 전통적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으로 표현 방식을 확장합니다. 날씨에서 느낀 감각을 색 스프레이로 캔버스 옆면에 일순간 뿌려 표현하는가 하면, 추운 계절,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 차로 천을 염색해 작품으로 직조합니다. 작가가 온몸으로 감각한 일상의 예민한 온도는 이 같은 재현 방식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촉각으로 전이됩니다. 임소담은 자신의 작품을 꿈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알 듯, 모를 듯 모호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꿈은 머릿속에 축적된 일상, 기억, 생각 등이 파편화된 채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꿈과 닮아 있는 그의 작품은 다른 세 작가에 비해 가장 구상에 가깝지만, 사실 감성의 복합적인 비(非)구상 상태를 무엇보다 뚜렷하게 제시합니다. 임소담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는 동안 문득 기시감이 떠오른다면 아마 그 때문인지 모릅니다. 최은혜는 일상에서 경험한 시공간의 중간 지점을 포착하여 이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비행기 창문에서 바라본 실제의 모호한 풍경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특정 색감과 형태로 시공간을 재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Collecting Scenes> 시리즈 등에서는 일상에서 수집한 물질, 비물질적 요소를 기하학적으로 한데 구축함으로써 그만의 감각을 실재화합니다. 삶 사이를 부유하며 스쳐가는 추상적 풍경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다시 우리 눈앞에 펼쳐집니다. 네 작가의 추상은 각각 개념적, 촉각적, 서정적, 구성적 성격을 띠는 동시에 서로의 결이 겹쳐지며 한 공간 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이야기를 추상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변주는 작품을 대하는 우리의 감성에도 깊이와 넓이를 더해줍니다. 전시 공간 속 깊이 스며있는 이들 예술가의 섬세한 온도가 보는 이의 마음에도 따뜻하게 전달되길 바랍니다.
강민정_닻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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