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성과보고전

The 2019 YATOO International Artist in Residence Program Exhibition

 

‘천 년의 시간이 지나 간(間)’

'GAN(間) over a Thousand Years'

 

아마르사이칸 남스라이야브 Amarsaikhan NAMSRAIJAV (몽골) | 들로네 Do DELAUNAY (프랑스)

정승혜 JUNG Seunghea (한국) | 뭉크-얼딘 뭉크조리크 Munkh-Erdene MUNKHZORIG (몽골)

팔 피터 PAL Peter (루마니아) | 노대겸 RHO Dae-kyum (한국)

 

 

 

연미산자연미술공원

Yeonmisan Nature Art Park

 

2019. 6. 29(토) ▶ 2019. 11. 30(토)

Opening 2019. 6. 29(토) 16:00 | 10:00 - 18:00

충남 공주시 우성면 연미산고개길 98 | T.041-853-8828

 

www.yatoo.or.kr

 

 

“천년의 시간이 지나 간(間)”

 

공주의 금강을 끼고 있는 연미산에는 천년의 ‘고마나루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공주시의 지명전설이자 인간과 동물의 결연담으로서 오늘날까지 지역의 상징적 정체성으로 등장하고 있는 설화 속‘곰’이야기는 지역민의 관심을 넘어 자연미술 작가들에게 큰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지역에 스며있는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재해석될 작가들의 ‘곰’이야기와 확장된 자연미술의 미학적 탐구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 고마나루 설화: “아득한 옛날 연미산에 큰 굴이 있었고 그곳에는 커다란 암곰이 한 마리 살았다. 인간을 사모한 암곰은 어느날 나무꾼을 납치하여 같이 살았다. 나무꾼이 도망갈 것을 염려한 나머지, 사냥을 갈 때마다 바위로 문을 막았다. 세월이 흘러 새끼가 둘이나 생기자, 암곰은 안심하고 동굴 문을 막지 않게 되었다. 그 사이를 틈타 나무꾼은 도망갈 수 있었다. 강변으로 도망가는 나무꾼을 발견한 곰은 두 새끼를 데리고 강변으로 달려가 돌아오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나무꾼은 곰의 애원을 외면하고 강을 건넜고, 그것을 보고 있던 곰은 새끼들과 함께 강물에 빠져 죽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나무꾼이 건너온 나루를 고마나루 또는 곰나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런 고마나루 설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에 ‘고마’는 실제 곰이 아닌 곰처럼 생긴 우악스러운 여인이었다는 설도 있어 작가적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 공주의 지명은 고마나루에서 온 말이다. 즉 ‘고마나루’는 ‘고마’+‘나루’의 결합으로 ‘고마’는 ‘곰’, ‘나루’는 ‘진(津)’ 즉 웅진(熊津)으로 풀이한 것이다. 웅진은 공주의 옛 지명이다.

 

 

 

아마르사이칸 남스라이야브_곰의 품속으로_2019

 

<곰의 품속으로> - 아마르사이칸 남스라이야브 Amarsaikhan NAMSRAIJAV (몽골)

천년전, 고마 곰은 연미산의 숲 속 동굴에서 나무꾼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오늘날 그 곰은 전설 속 하나의 이야기로 남아 전해진다.

그 당시, 곰은 사람과 함께하면서 가슴 깊이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이제는, 사람이 만든 곰의 마음속에서 편안함을 가질 것이다.

나의 곰 작품은 오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곰 안으로 들어가 앉거나 머무르면서, 당신은 마치 엄마품의 새끼 곰처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작품은 강과 산 그리고 하늘 -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

 

 

 

도 들로네_강빛_2019

 

<강빛> - 도 들로네 Do DELAUNAY (프랑스)

‘강빛’은 나무꾼이 갇혀있던 동굴에서 탈출하여 다시 빛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상징한다. 어두운 동굴에서의 탈출은 밤에서 낮이 되는 여정, 나무꾼이 구속되어 있다가 다시 자유와의 재회를 나타낸다.

강은 거울이다. 강을 건너는 것은 삶에 대한 우화이다. 사람은 강의 한쪽 둑에서 태어나 맞은 편 둑에서 죽는다. 우리가 존재의 강을 건널 때, 양 둑 사이에 있는 생명의 물은 우리를 통해 흐른다. 강은 항상 같은 강이지만, 물은 결코 같은 물이 아니다.

물과 빛, 비와 해. 이 두 가지 요소들이 하늘에서 만날 때, 무지개가 태어난다.

‘강빛’은 이 무지개 바퀴를 돌리고, 레지던시에 참여한 7명의 작가들의 발자국을 따라서 금강의 빛을 보는 초대장이다. 레지던시의 바퀴는 작가들의 발자국 모양으로 뚫려있다. 작가들은 어머니인 대자연과 엄마 곰의 발톱 사이로 걸어서 돌아온다.

‘강빛’은 또한 태극기, 그리고 생명의 움직임을 너무나 잘 표현한 나선형의 태극 문양에 대한 경의를 나타낸다. 하나의 나선을 그리면, 실제로는 두 개를 그리는 것이다. 나선 사이에 보이는 것도 한 개의 나선이기 때문이다. 한 획으로 들숨과 날숨, 충만과 공허, 음과 양 모두를 나타낸다.

중국의 고전 ‘주역’에는 «큰 강을 건너는 것은 좋은 것이다» 라는 글귀가 있다. 그래서 작가들의 발자국에 손을 대고, 강의 빛이 살아나도록 바퀴의 무지개를 부드럽게 돌려보라. 우리는 모두 북두칠성의 별빛 아래를 걷는 강줄기다.

 

 

 

정승혜_순환_2019

 

<순환> - 정승혜 JUNG Seunghea (한국)

나의 작품은 두개의 반원형 계단으로 이루어져있다. 계단이란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가기 위한 구조물이지만 이곳의 두 계단은 그와 같은 이동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디로도 가닿지 않고 점차 사라지며 다만 회전하는 계단은 상승과 하강의 움직임을 동시에 나타내며, 그렇게 끊임없이 회전하는 운동성을 표현한다. 마주보지만 이어지고, 올라가지만 내려가는 이 모순적인 순환의 공간은 천년의 시간을 넘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영원의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뭉크-얼딘 뭉크조리크_자연 그리고 곰_2019

 

<자연 그리고 곰> - 뭉크-얼딘 뭉크조리크 Munkh-Erdene MUNKHZORIG (몽골)

나는 고마나루 설화 속 어미곰과 아기곰을 자연이 가지는 본래의 생명력으로 해석한다. 공기와 들풀처럼 말이다. 자연(곰)이 인간인 나무꾼과 가족을 이루지만 결국 나무꾼은 그들을 떠나가고 만다.

연미산 중턱에 있는 나의 곰은 천년의 시간이 지나간 지금에도 우리 인간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묵묵히 내어주고 있을 뿐이다.

 

 

 

팔 피터_잃어버린 나룻배_2019

 

<잃어버린 나룻배> - 팔 피터 PAL Peter (루마니아)

나의 작품은 버려진 한 척의 배의 형태를 나타낸다. 이 작품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며, 마치 난파선처럼 보인다. 벽체들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창들의 일부는 렌즈로 되어 있다. 렌즈는 물로 채워져 있고, 반은 모래로 채워져 있다. 관람객들은 창을 통해 왜곡된 형태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나는 잃어버린 것, 잊혀진 것이라는 개념을 다룬다. 배 자체는 여행, 모험, 발견, 자유, 탐구정신을 상징한다. 이 배는 금강 나룻배의 전설과 연결된다. 이 나룻배는 천 년 전 이 강을 건너던 배이고, 곰과 나무꾼의 전설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넓은 다리를 통해 금방 강을 건넌다. 그래서 강물 위에 떠서, 노를 저어 배로 강 건너는 것을 생각하거나 즐길 수 없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하여 그 시절의 감정, 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되살리고, 나룻배를 다시 만들어 강에 띄우려고 한다. 그리고 배를 건조하던 잊어버린 옛 기술을 되살리고자 한다.

끝으로, 이 작품은 왜곡된 방식으로 주위 풍경의 이미지를 담기 위하여 더 많은 시각적 기능이 있는 창문들을 설치했다. 이 창문들은 이 나룻배의 추억들이다. 어떤 이미지들은 실제적이지만 우리의 일상적 인식과는 다르다. 렌즈의 효과로 인하여 뒤틀리고, 거꾸로 뒤집어졌으며, 천 년 넘게 강이 운반해 온 모래와 먼지에 의하여 희미해져 있다.

 

 

 

노대겸_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때_2019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때> - 노대겸 RHO Dae-kyum (한국)

고마나루 이야기를 들은 뒤, 연미산을 산책했다. 불규칙하게 부는 바람, 변화하는 빛, 피부에 닿는 공기의 촉감, 냄새 등을 통해서 다시금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공기처럼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평상시에는 인지하지 못하듯 지금도 빛과 공기를 통해 여전히 이곳에 살아있다.

이 곰은 내가 느낀 감정 중 하나이다. 작업을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에 대한 자기만의 느낌과 감정이 개인적인 모습으로 살아났으면 한다.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때처럼

 

 

 

2019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입주작가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한적한 자연 공간에서 작업에 몰두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서로의 예술 세계를 접하고 교류하기 위하여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에 의해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1981년 이후 지금까지 자연 속에서 작업하고 있는 야투그룹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작가들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미술적 실험을 해나가는 가운데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고 전시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환경파괴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로 인한 자연 재해가 극심해지고 있는 이때 야투자연미술의 집에서의 레지던스가 자연과 인간이 상생의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자연미술미학을 함께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YATOO, 野投)

(사)자연미술가협회 야투(YATOO, 野投)는 한국의 중부지방을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금강을 끼고 있는 고도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연미술가단체이다. 1981년 창립 당시 20대의 젊은 작가들은 자연이 내어 주는 예술적 영감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자연과 더불어 작업하고 있다. 이제 그 역사가 사반세기를 넘어오는 동안 한국은 물론 동서양의 많은 예술가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함은 물론, 최근에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통해 전 세계의 자연미술가들이 함께 만나 작업 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 야투의 자연미술

야투의 자연미술은 ‘자연을 작품을 위한 장소 혹은 재료로 이용하기 보다는 자연 자체가 작품 속에서 직접 작용하는 미술’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야투의 작품은 간단한 설치나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며 현장에 작품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서구의 대지예술(Land Art, Earth Work), 환경미술(Environ-ment Art)과 미술사적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으나, 야투의 자연미술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살아온 한국인 고유의 자연친화적 정서를 반영하고자 하는 점에서 상호 간의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이메일 : yatoo@hanmail.net | yatoo07@gmail.com | 홈페이지www.yatoo.or.kr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vol.20190629-2019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성과보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