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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은 展
표정들 개미 네 마리
갤러리도올
2019. 5. 1(수) ▶ 2019. 5.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 T.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제 그림은 실재하는 하나의 방에서 시작합니다. 이 방을 그릴 당시에는 이 방의 의미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 방을 그리고 있나 싶을 정도로 방은 그저 예쁜 비율로 나뉜 면이나 구획 혹은 배경에 불과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린 방은 누가 보기에도 누군가의 \'방\'임이 확실하였고 그 위에 오브제들이 놓임으로써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화병이 놓인 탁상 우측엔 그림자인지 실제 의자인지 알기 힘든, 다리도 채 완성되지 않은 듯한 의자가 놓여있고 그 우측엔 화병 그림자와 한데 묶여 마치 또 다른 의자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의자 위에 놓인 것 같지만 허공에 떠 있는 분홍색 꽃은 추모를 연상시키기엔 너무나 생기발랄합니다. 화면 우측에 냉장고 혹은 가구처럼 보이는 물체 앞에는 노스탤지어 Nostalgia(향수)라는 팻말이 올라서 있습니다. 이 그림은 향수입니다. 사진을 보고 가지고 온 오브제들, 가구 위에는 모래가 깔려 있고 돌멩이 한 알과 해초 몇 조각이 굴러다니고, 탁상 아래에는 모래사장에 놓인 나뭇조각이 탁상과 연결되어 얹어져 있습니다. 화분 뒤에는 산호인지 육지의 풀인지 알 수 없는 식물이 자라나고 그 식물 뒤 커튼에는 얼룩진 벽과 함께 파란 문과 열쇠가 숨어있습니다. 전구를 기준으로 좌측에는 한숨을 쉬는 남자가 우측에는 안됐다는 듯이 쳐다보는 기차역에서 볼 법한 모니터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 위로 벽이었던 공간엔 끝을 알 수 없는 기차역의 전깃줄이 펼쳐집니다. 좌측 커튼 사이로는 “YOU!”라고 손가락으로 지시하는 듯한 보라색 장갑이 동화책에나 나올 것 같은 나무 사이에서 관객을 가리킵니다. 화면 우측 상단엔 이 모든 게 헛것이라는 듯이 폐기물 저장소라는 의미로 추측되는 독일어, KEHRICHTABLAGE(kehrichtanlage)가 쓰여 있습니다. 죽은 듯이 보이지만 살아있기를 바라고 쓰레기처럼 느껴지지만 쓰레기가 아닌 사진으로 남은 기억들을 소파에 걸쳐져 화면 위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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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vol.20190501-강영은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