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초대展

 

HARMONY - 변주의 시작

 

Harmony1811_31.8x31.8Cm_Acrylic on canvas_2018

 

 

오스갤러리

 

2019. 4. 26.(금) ▶ 2019. 5. 30.(목)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409 | T.063-244-7116

 

 

Harmony1811_31.8x31.8Cm_Acrylic on canvas_2018

 

 

이세하의 작품세계

환상적이고 청정한 이미지로 치장한 일상의 에피소드

신항섭(미술평론가)

 

 예술가의 창작활동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자연환경을 포함하여 일상적인 생활환경은 어떤 식으로든지 창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술가에게는 창작이라는 것도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기에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바꾸어 말해 무엇을 보고 느끼며 무엇을 먹으며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창작의 요건이 될 수 있다. 그림의 경우 화가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자연환경은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지 반영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화가 자신의 취미생활 또한 작품제작 과정에서 일정한 부분 관여하기도 한다.

 이세하의 경우가 그렇다. 그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조형적인 특징을 보면 그것이 어디에 연유하고 있는지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의 작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연풍경과 일상적인 삶속의 소재들이 함께 하는 구성적인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풍경적인 이미지는 고향인 부안의 <솔섬>을 비롯하여 파도치는 바위 해변, 캐나다의 벚꽃 그리고 자작나무 숲 등이다. 여기에 함께 하는 부가적인 소재는 해와 달, 바이올린의 브릿지 및 활, 찻주전자, 와인 병, 새, 자전거, 우체통, 튤립, 의자, 탁자 등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 자리하는 것들이다.

 

 

Harmony1902_180x90Cm_Acrylic on Wood_2019

 

 

이처럼 풍경과 일상의 소재들로 구성되는 작업은 작품마다 스토리를 내재한다. 어떤 소재를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하는가에 따라 이야기 내용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단순히 소재가 가지고 있는 형태적인 아름다움이나 특징을 조형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자 한다. 풍경과 일상의 소재들 그리고 그 자신의 취미생활인 클래식음악과 관련된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화면구성을 조형적인 패턴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렇듯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이 혼재하는 가운데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중시한다. 일테면 클래식음악의 화음과 같은 조화의 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재들 하나하나는 서로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단지 그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이라는 공통의 장소에 놓여 있는 소재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나 위화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이는 구성적인 조화로움이 지어내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모색의 결과일 것이다.  

벚꽃을 중심으로 초승달과 자전거, 새, 바이올린 및 브릿지가 하나의 화면에 존재하는 작품이 있다. 공간적인 위치가 다르고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소재들이지만 어느 것도 눈에 거슬리지 않고 조화롭게 보인다. 소재마다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음에도 놓이는 자리를 적절히 안배함으로써 시각적인 다툼 없이 평안하게 느껴진다. 크기가 다르고 화면을 차지하는 비중이 서로 다르지만 다투지 않고 각자의 존재감을 뽐낸다.

 

 

Harmony1904_130.3x130.3Cm_Acrylic on canvas_2019

 

 

여기에서 주시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공간의 자유로운 설정이다. 가령 자전거와 바이올린이 한 화면에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올린이 자전거보다 크게 자리한다. 이는 물상의 크기에 따른 비례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공간 설정에 따른 비례임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서로 크기가 다른 공간이 한 화면 속에 공존하는데 따른 자의적인 설정방식이다. 하나의 실제적인 공간 속에 놓인 물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크기의 공간이 혼재한다.

소재가 다양하고 비례가 비현실적인 작품의 경우 콜라지 기법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공간적인 비례를 극복한다. 여러 개의 다른 공간을 불러들여 복합구조의 공간을 만드는데, 마치 사진을 찢어다 붙이는 식이다. 그 스스로 이를 ‘사차원의 시공간’이라고 한다. 이러한 복합구조는 현실상과는 다른 회화적인 환상을 유도한다. 사실적인 형태를 기반으로 하는 다차원의 시공간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가 전개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얼른 감지하기 어렵다. 환상적인 이미지의 조합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콜라지 기법을 이용한 공간의 비현실성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다.

복합구조의 공간, 즉 여러 상황이 혼재하는데도 혼잡하지 않은 것은 서로의 공간을 침해하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에 따라서는 소재들이 겹쳐지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도 시각적인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작품이나 소재 하나하나가 또렷이 보일뿐더러 시각적인 쾌적함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형태묘사와 관련해 애매함이나 모호한 구석이 없는 까닭이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형태로 묘사되고 있는 듯싶으나 실제로는 적지 않은 부분에서 사실성을 벗어나 있다.  

이렇듯이 서로 다른 공간이 공존하면서 복합구조의 구성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요결은 유사 콜라지 기법 및 화면분할 기법을 이용하는데 있다. 이미 완성된 서로 다른 그림들을 오리거나 찢어서 붙이거나 화면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실제의 콜라지가 아니라 묘사기법을 이용한 가상의 콜라지인 셈이다. 일종의 눈속임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을 확장하는데 매우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Harmony1727_72.7x72.7Cm_Acrylic on canvas_2017

 

 

소재들의 형태는 사실성에 근거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생략되거나 재해석된다. 즉 바이올린의 경우만 하더라도 전체적인 형태미는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세부를 보면 실제와는 완연히 다른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실제의 색깔과는 다른 회화적인 색채 및 패턴이 적용된다. 바이올린의 브릿지도 마찬가지로 그 형태미는 실제의 모양에 근사할 뿐만 아니라 색채이미지 또한 실제와 다른 조형적인 해석이 덧붙여진다.

색채이미지는 중간색 일색이다. 작품에 흐르는 정서인 시각적인 따스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고요한 이미지는 중간색조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중간색조는 의식 및 감정을 평안하고 안정적으로 이끈다. 어쩌면 마술적인 음색과 현란한 기교의 바이올린이 연주되기 직전의 긴장 및 정적의 순간과 일치하는 색채이미지가 중간색일 수 있다. 중간색은 감정을 절제하거나 혹은 탈색시킨 순연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내재한다. 또는 감정의 동요를 억제하고 깊은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마음의 평정을 도모하는 색채이미지일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바이올린 및 브릿지는 작품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중심적인 소재이다. 클래식음악을 듣는 일은 일상적인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악을 빼놓고는 삶은 물론 그림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성싶을 만큼 익숙하고 중요한 생활습관이 됐다. 클래식음악 가운데서도 바이올린 곡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소나타나 삼중주, 사중주 등 소수의 현악기로 편성된 곡보다는 대편성인 바이올린 협주곡을 더 좋아한다. 바이올린 곡에 대한 애정은 이작 펄만과 같은 세계적인 명성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직접 만날 정도로 열정적이다.

따라서 바이올린 곡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이올린은 조형세계를 이끌어가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바이올린 자체가 초상화 형식처럼 화면을 장악하는 일은 극소수의 작품에 한정하고, 대다수의 작품에서는 다른 소재들과 마찬가지로 구성적인 요소의 일부가 되는데 그친다. 그림에 음악적인 상상, 즉 바이올린 곡에 대한 상기를 촉발하는 동인으로서 자족하려는 듯싶은 입장이다.

 

 

Harmony1906_60.6x60.6Cm_Acrylic on canvas_2019

 

 

소재의 형태해석과 관련해 바이올린은 다양한 이미지로 재해석된다. 전체적인 형태를 상실하지 않으면서 부분적인 왜곡이나 변형이 이루어지고 전체보다는 부분을 취한다. 다시 말해 현대회화의 표현방법의 하나인 조형적인 변주를 즐긴다. 바이올린의 형태미를 주도하는 곡선미는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하모니를 이끌어가는 형식미를 선도한다. 실제로 작품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바이올린의 곡선은 그 자체로 조형적인 환상을 만들어내는데 훌륭히 기능한다. 어느 소재와 함께 하더라도 능히 시선을 사로잡는 곡선미는 회화적인 환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말끔한 인상의 화면구조는 사실주의에 준한 치밀한 묘사력의 한 영향일 수 있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사실적인 묘사력은 미묘한 중간색조 및 서정성을 수반한 세련된 조형감각과 더불어 작품의 품격을 높여주는 요소이다. 형태를 변형하거나 왜곡시키는 조형감각이 세련미를 갖춤으로써 격조가 높다. 허튼 데가 없이 짜임새 있는 화면 구성도 여기에 일조를 하는데, 이는 아마도 클래식음악을 통해 얻은 정신 및 감정의 평온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싶다.    

복합구조의 구성적인 이미지여서 복잡한 듯싶은데도 답답하지 않은 것은 맑고 투명한 대기상태, 즉 신선한 공기가 화면을 정화시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0여 년간 캐나다의 청정한 공기를 호흡하며 살았던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도 여전히 캐나다의 일상이 비현실적인 꿈처럼 불현 듯 되살아난다고 하니, 청정한 대자연이 예술적인 영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세하 | LEE SEHA

 

Email | lee-seha@naver.com | SITE | www.seha.art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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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0426-이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