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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둘점 展
정소지
공간 291
2019. 4. 23(화) ▶ 2019. 5. 5(일)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2 | T.02-395-0291
www.space291.com
작업노트
‘정소지’는 올해 아흔이신 나의 엄마시다. 1년 전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다가 올 일이라 생각은 했지만 아직도 받아들이기엔 불편하고 힘들다. 몇 해 전 부터 엄마를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엄마와의 시간이 길지 않으리란 생각에 그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처음에는 늙어 쪼그라진 모습을 찍는다고 싫어하셨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카메라를 들어도 아무 말씀도 안하셨다. 거동이 불편하시게 되면서부터 집에서 일상의 모습들을 찍게 되었다.
사실 난 엄마를 따르거나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형제자매들에 비교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늘 마음속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바랐던 엄마에게 셋째 딸로 태어났으며, 유년시절을 기억해 봐도 아버지와의 추억만 떠오르고 엄마와의 추억이 떠오르질 않는 것도 그 이유다. 어찌되었건, 카메라를 들고 엄마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엄마의 사소한 습관들과 몸짓, 말투, 화제의 대상 등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나에게도 큰 변화였다. 엄마는 잘 웃고, 때로는 아이 같고, 꽃을 좋아하고, 뱀을 무서워하고 이야기를 즐겨하고 부지런하며 자존심 강한 분이시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전쟁을 겪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육남매의 가장으로 살아오신 지난한 삶에서 엄마 본연의 모습은 묻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마주 앉아 나를 바라봐 주시고, 웃어 달라 하면 웃어 주시니 가끔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녀의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엄마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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