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희 展
여액이 된 불순물이 된 여액이 된 불순물
갤러리도스 본관
2019. 1. 9(수) ▶ 2019. 1. 15(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https://www.gallerydos.com
모순적 감정에 관한 독백
애증이란 단어가 있듯 우리는 살아가며 사랑하기 때문에 혐오하는 감정을 흔하게 겪는다. 인간의 감정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모순점이 공존하는 추상적 개념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명확히 판단하거나 정의할 수 없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완전무결한 감정이라는 것은 절대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어떠한 순간에도 인간이 단 하나의 감정만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는 우리의 내면 너머에는 언제나 또 다른 모습의 감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동시다발적인 특성의 감정을 파헤친다. 인간 이면에 잔뜩 뒤섞여있는 감정을 불순물이라 칭하며 이를 남들보다 좀 더 깊고 진득하게 파고들어 사유하고 작가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드러낸다. 신채희의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곳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에 사람을 전혀 등장시키지 않고 금붕어와 꽃을 소재로 은유하여 표현한다. 금붕어에는 작가 본인의 감정이 투영되어 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는 오히려 복잡미묘한 작가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일에 적절하다. 작가는 본인의 이중적이고 위태로운 심리상태를 고해성사하듯 그림에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러한 감정의 양면성에 지친 신채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찾아 나선다.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는 작가를 불안 속에서도 계속해서 살아가도록 만들며 이는 곧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림에 등장하는 꽃은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 소재이며 작가는 꽃으로 화면을 장식하여 목숨마저 끊을 수 없게 만드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작가는 아크릴로 동양적인 느낌을 냄으로써 본인만의 특별한 회화적 방식을 추구한다. 중심 소재인 물고기와 꽃이 주는 화려한 색감 그리고 이를 배치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보는 이들에게 민화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작가는 동양화 채색법 중 하나인 진채와 비슷한 빛과 어둠이 없는 두꺼운 채색으로 화면을 메운다. 강렬한 색채들과 채도가 낮은 색감들의 결합으로 작품은 화려하지만 어딘가 음울한 분위기를 띠는 신비로움을 가지게 된다. 이는 작가의 양가적 내면과도 상응하는 바이다. 우리는 작가가 가진 고유한 내면세계를 작품의 제목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적인 표현이 담긴 각 작품의 제목들은 그림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단순히 이미지만 보고 파악하기 어려운 숨겨진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한없이 감성적인 단어들의 나열로 정제된 표현만을 쓰는 시를 감상할 때와 같이 그 속에 담긴 화자, 즉 작가의 진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복잡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만이 모순적인 감정을 품는다. 우리는 앞뒤가 맞지 않고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때때로 이런 감정을 자신의 치부라 생각하여 남들에게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숨기기도 한다. 작가는 그러한 본인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기 혐오적 생각과 죄책감 등의 부정적 사고가 들끓는 내면을 직시하며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순결한 미적 즐거움에 더욱 집중한다. 이러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비장미가 느껴지는 예술을 탄생시킨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화면이지만 내재하여 있는 이야기는 결코 아름답기만 하지 않는 모순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신채희의 작업은 자신을 앞세워 인간의 내밀한 속을 이토록 솔직하고 진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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