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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예스 : 누적하는 세계 기록하는 손 展
탈영역 우정국
2018. 12. 13(목) ▶ 2018. 12. 16(일)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20길 42
https://ujeongguk.com/
누적하는 세계에서 기록하는 손은 때때로 무력하다. 작은 점같은 우리는 이 세계에서 가끔 겹쳐졌다가 또 무수히 흩어진다. 말하자면 이것은 점들의 흔적을 좇는 손에 대한 이야기다. 무력한 손들은 세계의 틈을 벌리고자 고군분투 한다. 흩어진 손들의 움직임을 좇음으로써 우리는 틈새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틈은 끼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또다른 세계가 된다. 전시는 가상의 연구자 G가 진행한 연구과정의 일부로 구성된다. 연구자 G는 8인의 여성 작가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기록과 인터뷰를 수집하고 있다. 대상 작가들은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이동, 식사, 수면을 주제로 연구자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일지를 작성했다. 일지의 총합은 627개이며 연구자는 개별일지가 갖는 일상성을 작은 단위로 쪼개고 잇는 과정을 반복한다. A는 객관적인 기준 외에 틈새들을 포착하기 위해 작가들이 무의식중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 문장을 토대로 코드화 과정을 거쳤다. 이 자료들은 전시장에서 날씨 분포도, 그래프, 지도, 책, 카드, 인터뷰 등으로 재구성된다. 수집된 일지가 재구성되는 과정은 유희와 편집증 사이를 오간다. 일지 원본은 두터운 볼륨감 그 자체로 읽히며, 색인카드가 어지럽게 늘어져있는 더미는 임의로 조각낸 의미 단위들의 또다른 총합이다. 우리는 일반화된 범주를 해체하고 조각 조각 모여진 개인들의 단편을 모아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무력했던 손은 627개의 일지를 해체하고 분류하고 조립하며 생기를 얻는다. 통계가 보여주는 건 납작하게 묶인 숫자의 모임일 뿐, 흩어진 개인들의 움직임을 담아내진 못한다. 전시장에 펼쳐진 자료들은 연구 대상의 생활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지만 거꾸로 그것을 통해 개인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또 하나의 틈. 결국 전체를 읽기란 불가능하며 대신에 관객들은 연구자의 메뉴얼을 읽고 모든 기표들을 자신의 삶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틈에서 시작된 손짓이 또 다른 틈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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