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강 展

 

- 현실의 반영과 변형 -

 

기생초_104x165.4cm_Inkjet print 

 

 

 

한가람디자인 미술관 1전시실

 

2018. 11. 27(화) ▶ 2018. 12. 4(화)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 T.02-580-1300

 

www.sacticket.co.kr

 

 

묘목_106x151.3cm_Inkjet print

 

 

현실의 반영과 변형

이선영(미술평론가)

서성강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단색의 추상화처럼 평평한 색감이 두드러진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색들이 많지는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원근감을 완화시키고 대상을 화면에 바짝 근접시킨 결과로 강조된 평평함은 관객의 이목을 색감에 집중하게 한다. 언뜻 크고 작은 붓터치처럼 보이는 색 표면의 질감을 이루는 요소들이 구체적인 자연 이미지라는 것은 가까이 가서야 확인된다. 달맞이 꽃대, 사과묘목, 기생초. 고들빼기 꽃, 튤립, 갈대, 억새, 자작나무, 금잔화, 쇠뜨기 풀, 수양버들, 함초, 개망초, 망채, 씀바귀 꽃, 그냥 풀 등…. 식물도감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 종류가 많다. 전시장에 걸린 40여점의 작품이 거의 다른 식물 종인 것처럼 다양하다. 살아있는 것도 있고 죽은 것도 있다. 작가는 지시대상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없는 사진의 특성을 살린다. 그것은 사진이 본래 세상의 많은 이미지들을 수집해서 비교하게 했던 유력한 매체였음을 알려준다.

사진적인 배열을 통해 자연과 문명은 그 구조와 패턴을 드러냈던 것이다. 추상은 기본 어법이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추상은 그저 관념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이기도 했다. 철과 콘트리트, 그리고 유리 등으로 만들어진 ‘국제 양식’의 빌딩 숲은 추상의 현실성과 보편성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서성강의 작품은 사진적 재현의 특징인 세부가 살아있어서 그 위에 색이 첨삭되었어도 그 형태는 남는다. 특히 식물의 형태를 이루는 선들이 살아있다. 그의 작품에서 식물은 뿌리를 지하에, 잎을 지상에 두고 그 사이를 줄기가 이어주는 기본 형태를 가지며, 화려한 꽃봉오리도 추가되곤 한다. 해안, 또는 숲 같은 배경도 조금씩 섞여 있다. 그림으로 하면 한참을 베껴야 하는 과정을 한 번에 포획하며, 육안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세히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의 장점을 살려 형태감을 보존한다. 자연이야말로 기이한 형태들의 보고 아닌가.

그리고 그러한 형태들은 진화론이 알려주는 바처럼 우연이 아닌 필연의 산물이라는 점은 더욱 경이롭다. 서성강의 화려한 작품들은 생물학자가 현미경 아래의 시야 속에 어떤 부분을 더욱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염색 등의 과정을 거쳐서 강약을 주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가 행해진 현미경 아래의 식물 단편들은 대성당의 창문 못지않은 화려함으로 드러나곤 한다. 식물의 뼈대인 형태는 피부나 살에 비해 색의 첨삭에 의해 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형태를 포함한 모든 것들의 분위기는 색감에 의해 급격하게 변화한다. 서성강의 작품에서 단풍드는 식물도 포함되어 있듯이, 자연도 계절이 지나면, 그러한 색감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곤 한다. 조형이라는 인위적 과정은 자연의 시간을 압축해서 실행하며, 자연에는 없는 요소까지 추가하여 유희를 즐긴다. 같은 소재를 찍은 것도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될 수 있다. 작가는 반영과 변형을 거듭하여 다양한 변주를 꾀한다.

 

 

단풍_111x131.3cm_Inkjet print

 

 

작가노트 서성강

입체적인 공간, 소리, 냄새, 바람, 햇빛… 그리고 감정이 동화되었을 때 그 사물과 마주한다. 그 사물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에 마주서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배제하고 인화지라는 평면 위에 색채에 의한 형태만으로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것이 내가 인식하는 사진예술이다.

 

사물이 가지는 물성 그리고 그 자체가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사진이라면, 이번 전시는 사뭇 다르다. 물성 자체의 질감과, 또는 그 주변의 색채를 변화시켜 사진이 가지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했으며, 고립된 앵글을 추상화하여 표현의 범위를 넓히는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쇠뜨기_200x92.1cm_Inkjet print

 

 

튤립_111x153.5cm_Inkjet print

 

 

호밀_165x95.1cm_Inkjet print

 

 

 

 
 

서성강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개인전 | 1994.고뇌의 바다 Ⅰ. 천안문화원 | 2009.고뇌의 바다 Ⅱ. 갤러리 북스 | 충남학생교육문화원 초대전 | 2018. 'Noise' 천안예술의전당 미술관

 

| 26회 천안시민의 상 | 48회 한국사진문화상 | 11회 충청남도 사진문화상

 

|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 천안 지부장 | 충청남도 협의회장 |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Email | kgk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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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1127-서성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