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영 展
The Underground
서울시청 하늘광장갤러리
2018. 11. 7(수) ▶ 2018. 12. 19(수)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 T.02-2133-5641
https://skyplazagallery.com/
손은영은 지난 1여 년 동안 서울의 지하철을 찍어왔다. 그녀가 선택한 9개의 지하철 노선 중에서 서울의 중심부를 타원형을 그리며 운행하는 2호선은 전체 50개의 역 구간을 지하와 지상을 교차하면서 순환하는 노선이다. 누군가 \"지하철은 도시의 몸에 흐르는 핏줄 같다\"고 표현한 바와 같이 지하철의 맨 앞에서 바라본 전경을 보여주는 그녀의 사진들은 마치 ‘차가운 콘크리트 핏줄’ 속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저 멀리서 지속적으로 다시 설정되는, 결코 다다를 수 없도록 달아나버리는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는 영상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달리는 철도의 속도로 인하여 변화되는 공간적인 관계들은 앞선 공간의 소멸과 이후의 공간에 대한 기대라는 이중의 과정을 통해 경험된다.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만 한 번도 체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공간에 대한 감각은 ‘기관사의 옆자리’에 앉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질 때만 느낄 수 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또는 지상에서 지하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독특한 느낌은 마치 페르세포네(한 송이의 수선화를 꺾은 대가로 저승의 지배자이자 죽은 자들의 신인 하데스(Hades)에 의해 지하 세계로 납치되었다가 1년 중 1/3은 지하세계에서 살게 하고 2/3는 지상에 살게 된 그리스 신화 속의 주인공)가 두 세계를 오갈 수 있었던 관문인 동굴(터널)을 통과할 때의 감각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손은영은 연작을 통해 또한 삶의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의 소외와 고독에 주목하였다. 그 인물 사진들은 기차 안, 호텔, 영화관 등의 공공장소에서의 도시인의 고독을 그렸던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전시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공간이 된 지하철에서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또는 보이지 않았던 심리적 공간, 즉 도시의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사진적 시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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