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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리 展
Confession of Matilda
라메르 갤러리 1관
2018. 11. 7(수) ▶ 2018. 11. 12(월) Opening 2018. 11. 7(수) Pm 6.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26 | T.02-730-5454
마틸다_80X100cm_silkscreenonpaper_2018
김나리의 마틸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법을 묻다
글_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 미술사 박사) 김나리 작가의 작품제목에 ‘마틸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짐작대로 1994년 뢱베송 영화 <레옹>의 여자주인공 이름이다. 레옹에게 “'난 다 컸어요. 이제 나이만 먹으면 돼요.”라고 말하던 10대 중반의 소녀. 그러자 레옹은 “난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어. 문제는 아직 어려서 그렇지.”라고 응수했다. 나이를 먹었어도 어른이 될 정도로 철이 들진 않았다는 얘기겠다. 그러면 진짜 ‘어른다운 어른’은 언제나 될 수 있을까? 김나리 작가는 자신만의 또 다른 마틸다를 통해 그 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실제로 ‘마틸다’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예는 여럿 있다. 미국 소설가 빅토르 로다토의 『마틸다』도 대표적이다. 오프라 윈프리도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소녀 시절의 빛나는 기록’이라고 극찬한 소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소녀 마틸다도 10대이다. 어리지만 영리하고 유쾌한 자신만의 목소리로 당차게 삶의 장애들을 이겨내는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반면에 현재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에는 5살 소녀가 등장한다. 너무나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남다른 천재성으로 보란 듯이 극복해내는 투혼의 소녀이야기이다. 원작자인 로알드 달은 모차르트가 처음 작곡을 했을 때의 나이가 다섯 살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마틸다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나리의 마틸다는 어떤 심리를 이야기 하고 있을까? 13세 소녀 마틸다이든, 5세 아동 마틸다이든 간에 난관을 스스로 개척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감정들-우정, 사랑, 실수, 호기심, 예기치 않은 고통―을 만나는 순간들. 무심코 마주치는 여러 감정들의 혼재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이 인생의 자화상이다. 누구나 그러한 삶의 수많은 경계를 지나고서야 어른이 될 수 있다. 김나리 작가가 작품의 주인공 캐릭터로 내세운 마틸다 역시 비록 소녀상이지만, 우리 내면의 각양각색 얼굴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Mueriae garden_Mixed Media_2018
“현대인들은 누구나 여러 개의 ‘페르소나_가면인격’을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어간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이해하지 못할 분리감을 경험한 후에 내 인상과 실제 행동이 분리되어야 된다는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어둡고 내성적인 내면과 달리 외면적으로는 항상 밝게 행동하며 성장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작품에 현대인의 내면화된 욕구와 욕망, 사회화된 인격을 인형이란 오브제에 재조합하거나 인형처럼 캐릭터화 시키고 있다. 주로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요소를 드러내 현대인들의 이중성에 대해 전하려 노력중이다.”
작가의 말처럼, 김나리 작품의 인상을 한 마디로 꼽으라면 ‘낯익은 두려움’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평소 친밀한 대상에게서 느끼는 ‘낯설고 두려운 감정’이다. 흔히 데자부나 도플갱어와 유사하게 비유되는 ‘언캐니(uncanny)’ 심리적 현상에 해당한다. 아마도 이런 감정들은 누구나 (특히 여성이라면 더욱 더) 경험했을 인형놀이가 김나리 작가의 감성필터로 걸러지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평면작품 <마틸다> 외에도 설치작품 <Mueriae garden(머리에 가든)> 등에 사용된 인형들도 우리가 알던 앙증맞고 사랑스런 그것들의 형상이 아니다. 오히려 기이하게 느껴지는 불편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자극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김나리의 작품 속에 항상 등장하는 ‘마틸다’라는 캐릭터도 결국 영화 <레옹>의 여주인공에서 착안했지만, 영화 속에서 마틸다가 보여준 특유의 표정(웃는 것과 찡그린 것도 아닌)만큼이나 모호한 경계를 지녔다. 이중적 표정 속에 숨겨진 어두운 내면 심리를 김 작가는 뜻밖의 화려한 색감으로 재해석해냈다. 그것은 힘겨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최소한의 페르소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마치 피카소가 얼굴의 외형을 입체파 시각으로 재현했다면, 김나리는 조각난 내면의 상처들을 화려한 색상의 퍼즐로 재조합해 치유해주는 감성의식을 보여주는 듯하다.
Mueriae garden_Mixed Media_2018_zoom im
You_Mixed Media_2018
마틸다_26x22cm_silkscreen on paper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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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리 작가는 숙명여대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뤽 베송의 영화 <레옹>의 여주인공 ‘마틸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의 내면심리를 조형화하고 있다. 주로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한 평면작업과 바비인형으로 대표되는 여러 인형을 모티브로 한 설치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2018 봄으로 가는 길목(교보문고 딜라이트아트월갤러리), ART MARCHE(스페이스 유니온), 어른이(갤러리 이앙), 위나우전(1898 갤러리), 2018 AHAF(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 서울파르나스), 2017 일상 레코드(희수갤러리), 제38~39회 컨테이너&재원전(청파갤러리 제1전시실), 미디어아트전-아이마이웨이(텐마인즈 하우스), 위나우전(토포하우스 갤러리) 등에 참여했다.
이메일 | nalss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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