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훈 展

 

 

 

숲과 바람 그리고 詩 - 화가 유병훈의 世界

 

그의 작품 앞에 멈추어 서서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면 고전적 아방가르드의 예술 공간이 열려온다. 유병훈은 예술가로서 삶의 맥박을 포착하기 때문에 아방가르드이며, 그것은 또한 언제나 위대한 예술가들의 열망인 까닭에 그는 고전주의자의 한사람인 것이다.

 

유병훈이 사용하는 낯선 형상의 부호와 상징들은 인간과 예술과 자연을 결합하고 융화시키며, 동시에 편력하는 정신을 위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 세계가 인간 영혼의 심층을 표출하는 상징적 언어로 변모된다. 그의 대작(大作)들은 자연의 가시적 현상을 비유하는 언어들이며, 우리의 영혼 깊숙이 시처럼 울려 퍼진다. 자연이 내면에 감추어진 수수께끼를 풀고 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에게 읽혀지고 이해된다. 인간 영혼의 심층에서 자연의 내면화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새로운 언어로 형성된 유병훈의 예술세계는 자기 자신으로 구축되어 있는 독자적 공간인 동시에 언어가 지칭하는 대지와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다.

 

유병훈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강원도의 예술가이며, 그의 작품은 자연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도시 춘천에 뿌리를 내리고 펼쳐진다. 그의 그림들은 숲과 강, 그리고 한국 동북지역의 다양한 삶의 소리에 이르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유병훈의 작품은 대지를 하이데거의 의미에서 하나의 세계로 해석한다. 그리하여 대지는 하나의 세계로서 인간에게 의미를 지니며,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체험된다. 이러한 모험은 인간실존의 다양한 모습을 과학적 엄밀성으로써 해명하려는 정신의 소유자에게 부여된다.

 

생동하는 대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하이데거에 의하면 하나의 세계설립을 뜻하며 작품으로서 전시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유병훈에 의해 설립된 세계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의 작품이 지니는 세계내적 의미에 직면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서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정체성을 발견한다. 세계내 존재로서 한 예술가의 정신이 인간 존재의 본질규명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예술의 진실은 어둠에서 출발하여 존재로부터 모든 존재자에게 발현한다. 진실의 광휘가 숨겨진 대상에게 숨겨져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헤겔적 이해를 따르면 아름다움이란 가상(假像)가운데 현시한다.

 

유병훈은 세계내 존재로서의 변모의 길을 탐색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서로 결합된 존재임을 파악케 하는 선험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하여 한 인간이 도달한 지점은 모든 인간이 이르고자 하는 것의 지표가 된다.

 

칼 레온하르츠베르거/ 예술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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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1030-유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