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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카토 展
페로탕 서울
2018. 10. 5(금) ▶ 2018. 11. 18(일)
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5 | T.02-737-7978
https://www.perrotin.com/
페로탕 서울은 홍콩, 파리, 뉴욕에 이어 이즈미 카토의 첫 서울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돌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는 최근 작품을 소개한다. 이즈미 카토의 작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진화해왔다. 회화로부터 출발하여, 2003년 목재 조각으로 범위를 넓혔고, 2012년에는 소프트비닐을 이용한 조각 작업이 추가되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익명의 실루엣, 혹은 긴 팔다리로 불가능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성적 생물체가 특징적이다. 작가의 유년기 그림을 연상시키는 비현실적이고 의인화된 형체들은 두 손을 이용해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바르는 회화기법을 완전히 숙달한 결과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의 석재 조각 연작은 2016년부터 작업해 온 것으로, 자아와 타자 그리고 자연간의 내밀한 관계를 재현하고 있다. 원작은 홍콩 해안지역의 스튜디오 인근 매립지에서 채취한 화강암을 이용해 만들었다. 형태와 재료 면에서 전작과의 단절을 보여주는 신작은 한국에서 조달한 돌로 제작했다. 이즈미 카토의 형상은 우리를 현대조각이나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의식으로서의 예술에 대한 믿음으로 되돌아오게 만든다. 그의 작업은 각 요소를 기반으로 또 다른 요소를 쌓아올리는 소통에 대한 필요의 발로이며, 원시적인 형상의 힘과 떼어 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즈미 카토의 시각언어는 작가의 고향이자 일본 서부의 해안지역인 시마네 현의 신화와 민속을 비롯하여 커뮤니케이션과 관계된 여러가지 요소를 풍부하게 참조한다. 돌과 나무 같은 사물을 포함해 만물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는 신토적 믿음이 그의 작업의 중심에서 작용하고 있다. 작품에 사용된 돌은 인공적으로 변형하거나 깎아내지 않은 것으로, 자연세계와 인간존재 사이에 형식상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시마네의 사찰과 신사로부터 받은 영향이 시각적으로 개념화된다. 최소한의 가공만을 거친 돌은 분절된 덩어리로 뭉쳐져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진다. 돌의 질감과 결을 가시화함으로서 각 조각이 보여주는 멍한 표정을 상쇄하는 것이다. 카토 이즈미의 작업은 우리의 인류애적 감수성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상상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하는 이 여정은 아마도 프랑스 문예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롤랑 제라르 바르트의 연구를 통해 가장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에 대한 바르트의 심오한 해석(제3의 의미)에 따르면 모든 이미지는 보는 이에게 실제적인, 상징적인 그리고 감성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서사를 출발시키기 위해 작가는 비-인간 형상을 이용함으로서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이다. 비-인간 형체들이 기이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친숙함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마치 ‘길을 잃음’으로서 ‘고향에 돌아 온’ 느낌을 받듯이, ’그들’의 모습 속에 ‘우리’를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이 낯선 편안함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 마치 우리가 꿈에 대해 구체적인 의미를 요구함과 동시에 쉽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의식적인 이해가 이루어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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