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展

 

블루 랩소디

 

 

 

갤러리담

 

2018. 9. 21(금) ▶ 2018. 9. 30(일)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 T.02-738-2745

 

https://www.gallerydam.com/

  

 

작가 노트
현대미술의 거대담론을 배제하고 오롯이 대상의 미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내 회화 작업의 기본 방향이다. 그 과정에 있어서 대상을 재현하기 보다 생략함으로써 화면 내에 사유의 공간을 확보하고, 현실의 비현실화에 치중한다. 그것은 대상과 나 사이의 거리 없애기이며 대상의 주관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대상과의 긴밀감이 극대화되면 모든 대상이 곧 나 자신이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 풍경이 침묵에서 솟아나 내 마음의 풍경과 조우하고 캔버스에는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시간의 비가역성 속으로 사라진 ‘현재’는 그렇게 형상화된다. 과거가 되어버린 현재는 회상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고 시간이 그 힘을 잃는 순간 기억은 이미지가 된다. 그것이 내면의 시가 되어 색의 리듬에 운율을 맞추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피어난 모호한 긴장이 무장해제되면 나만의 노래가 시작된다. 블루와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블루의 본질은 그의 이중성에 있다. 일차원적 단정을 거부하는 블루의 신비는 내게 숭고한 유혹이다.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의 늪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블루, 차디찬 냉혹함으로 위장한 내면의 온기가 환상성에 가 닿으면 모든 일상의 관성(慣性)이 무력해진다. 블루의 서늘함에 마음이 창백해질 즈음, 따뜻한 몽환의 손길이 영혼을 달래고, 가늠할 수 없는 깊이는 어느새 투명한 거울 되어 모든 것을 내비친다. 범접할 수 없는 권위로 우주를 지배하다 미세한 흔들림에 상처 입는다. 내게 블루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신비의 에너지 그 자체이며 사물의 영혼을 드러내는 최고의 언어이다. 블루의 기운이 나의 미적 심상에 안착하면 비로소 대상의 존재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게 블루는 내 캔버스 위에서 모든 미적 대상의 당위성을 결정짓는 절대권력이다. 과감하고도 은밀한.
여기 여타의 색들이 조심스레 떠오르며 블루와 마주한다. 하염없는 푸르름에 소심해져 고독을 곱씹다가 우연처럼 붉은 기운과 해후하면 한없이 유쾌하다. 지상의 고뇌를 다 떠안고 심연으로 빠져들다 흰빛에 노출되면 끝 간 데 없이 순진무구하다. 엄숙한 절제미로 스스로를 통제하다 금빛이 거들면 고귀하게 화려하다. 홀로 쓸쓸히 현실을 응시하다 초록과 동무하면 묘하게 신비하다.
이제 블루는 침묵의 언어 되어 부재하는 존재를 노래하고, 블루의 변주는 삶의 랩소디 되어 우리를 이미지의 정찬으로 초대한다. 부디 만물이 상상 속에 거듭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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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921-김현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