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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홍 展
연속된 울타리
씨알콜렉티브
2018. 9. 14(금) ▶ 2018. 10. 27(토)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20 | T.02-333-0022
https://cr-collective.co.kr/
어두운 전시장, 입구에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동형 바퀴를 장착한 울타리 <런닝펜스Running fence>는 끈질 지게 우릴 따라다니며 보호막이 되어주기도 동시에 나를 밀쳐내는 벽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철망을 넘어 정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안테나 새>들이 불안하게 회전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서로 방향을 달리하며 분주하게 돌아간다. 이들은 결국 허무하게도 쳇바퀴 돌 듯 제자리만을 돌고 있을 뿐이다. 이 안테나 새들을 지나면 철탑, <수평적 불균형: 수직적 경계>이 보이는데, 여기도 역시나 외부의 침입에 민감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종탑은 한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이러한 움직임은 영상으로 기록되고 있다. 불안정한 불안감은 평화로운 종소리도 외부침입에 대한 경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조장한다. 여기 공동체 구성원들은 사라졌다. 그들이 타의로 쫓겨났는지 아님 자의로 이곳을 버렸는지는 알 수 없고, 여기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고, 누구의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 다만 버려진 옷장, 의자, 식탁 같은 생활 집기로 제작된 오브제 <두 개의 사선>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CR Collective씨알콜렉티브는 올해 이순종, 신형섭을 이은 세 번째 CR 작가, 민성홍의 개인전 <연속된 울타리 Fence Around>를 오는 9.14(금)부터 10.27(토)까지 개최한다. 민성홍은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을 오가며 사회생태계에 관한 관심을 변화와 적응을 거듭해온 조류의 다양한 형상과 부리를 통해 상징화, 의미화하였다. 한국으로 거주를 옮겨 세 번의 주목할만한 개인전들, <오버랩 센서빌러티Overlapped Sensibility>시리즈 (2015)와 <롤링온더그라운드Rolling on the ground> (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 M30, 2017), 그리고 <노운언노운Known or Unkwon> (아트스페이스 휴, 2018)을 통해 민성홍은 사회구성체에 관한 진일보한 관찰과 사유를 버려진 일상의 집기들을 재조합 · 상징적이고 정제된 오브제로 시각화하고, 이를 탁월한 공간연출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작가가 이번 <연속된 울타리 Fence Around>에서는 이제까지의 작업을 수행적으로(performative) 통합하면서 동시대 디아스포라diaspora에 집중한다. 그는 “현 사회의 시스템들에 의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본인의 위치가 이주(이동)되는 상황에서 수집된 일상의 폐기물을 오브제로 변형, 재조합 하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 계급, 그리고 그 경계의 모호성”(작가노트에서)을 드러낸다. 작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탈/이입으로 느슨한 공동체에서 사라진 개별자, 모호한 경계가 만들어내는 타자화와 소외, 그리고 이산된 집단, 그 거주지가 드러내는 디아스포라이다. 모두 신작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기록물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낯설고 불안한 정서를 드러내면서 총체극형식의 연극적이고 동적인 공간연출을 선보인다. “이주된 공간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남겨지는 잔여물들은 개개인의 기억과 기능을 상실해 버린 허물들이다. 버려진 옷장, 의자, 식탁, 생활 집기들을 변형시키고 구조적 연결을 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개개인들 상황적 연결점과 관계성을 찾아보는 시도를 진행해 보려 한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에서 관객은 공간 안에서 연출된 공간과 오브제들의 상황적 관계성을 생각해 보고 가시적인 물리적 경계들을 경험하게 되며, 이를 통해서 시각미술에 있어서 작가와 대상, 재료와 시각적 결과물들 사이에 위치한 개념적 또는 상징적 관계성을 경험 할 수 있다.”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가시적 공간에 철망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만들고, 이 모호한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목탄드로잉을 행하며, 세라믹의 새머리를 한 가는 막대기들을 스스로 지탱하지 못하게 서로 기대어 놓았다. 작가의 시그니쳐signature 같은 다양한 형상의 세라믹 새머리들은 이전의 전시와는 다르게, 그 불안하고 불안정한 존재감을 강화시키고 있는데 지배구조의 보이지 않는 힘들에 예민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적응/저항의 문화, 공공/개인 간 모호한 경계들 안에 스스로를 보전하고자 애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유독 격변의 세월을 지나온 한국사회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분단의 불안과 구별 짓기, 1960년대 이후 전후 복구와 도시정비, 경제개발에 따른 구성원의 이탈과 이주의 불안, 최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는 다층적인 구조적 문제들을 드러내왔다. 작가 자신도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후 작업실을 찾아 전전하였고, 몇 년 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도 글로벌 이슈인 디아스포라를 체험하였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생활폐기물들은 민성홍작가 특유의 정교하고 세심한 제작과정을 통해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상징물로 전환, 연출되어 관객들의 동선을 유도하며 전시장을 채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매체를 연결시켜 공간 연출한 이번 전시는 극적인 공간으로서 관객에게 소통할만한 상황적 몰입과 함께 일상의 소중한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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