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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展
비디오 제너레이션
대안공간루프
2018. 9. 10(월) ▶ 2018. 9. 30(일)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29나길 20 | T.02-3141-1074
https://www.galleryloop.com/
미디어라는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모두가 미디어를 다르게 정의하고, 서로 다른 외연을 포함시킨다. 이에 미디어는 점차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미디어가 개인의 삶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지금, 우리는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미디어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의 미디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한다. 오늘날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특성 한 가지는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글을 읽는 대신 텔레비전과 영화를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에는 수많은 영상들이 넘쳐나고 스스로 편집하고, 차용하고, 만들어서 방송하기까지 한다. 주요 미디어가 문자에서 무빙 이미지로 변경된 까닭이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에 이뤄진 한국에서의 가정용 비디오 기기 보급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에 앞서 이 거대한 변화를 선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빙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영상 미디어 아트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하여 비디오 기기의 등장이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 1970년대 출생한 작가들에 주목한다. 해당 작가들이 갓 태어나거나 영·유아였던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에는 컬러 텔레비전과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Video Tape Recorder, 이하 VTR), 캠코더(Camera+Recorder)로 대표되는 가정용 비디오 기기들이 보급됐다. 이 기기들은 (1) 스스로 촬영하여 녹화하고 편집할 수 있는 주체성, (2) 다양한 색감 활용, 개성 강조, (3) 편리성, 이동성, 비용절감으로 다큐멘터리, 홈비디오 촬영 등을 가능하게 하면서 시각문화에 대 변동을 일으켰고 사회에 전반에 걸쳐 새로운 문화를 형성시켰다. 문화 전반이 변동하면서, 일명 ‘포스트 VTR 세대’ 혹은 ‘비디오 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해당 작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비디오 기기들을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 미디어로 받아들였으며 ‘비디오 문화’를 공유하고 이를 체화했다. 영상 노출 빈도수가 높아 문자 미디어보다 영상 미디어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여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체험해왔으며, 다양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프로그램들을 통해 누적된 문화 감수성을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에서는 1990년 중반 문민정부의 출범을 경험하면서 정치 이념보다 문화를 중시하고 권위적인 기성문화보다 끊임없는 변혁을 추구하며 거대서사보다 미시서사에 집중하는 성향을 강화한다. 기획자는 이러한 경험들이 작가들이 성인이 된 후 영상 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면서 영상을 통해 내러티브를 구성해가며 작업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파악한다. 실제로 전시에 초대하는 최원준(b.1979), 박경근(b.1978), 벤 리버스(b.1972), 응우옌 트린 티(b.1973) 작가는 영상 미디어 아트에 집중해 작업하면서 내러티브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를 활용하여 몽타주(Montage)를 구성함으로써 무빙 이미지의 미장센(Mise-en-scène)을 고민하고 개인사적 기억을 사회사와 연동시킨다. 비디오 기기의 영향이 비단 미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영상 문법을 심화하는 지점에서 영상 미디어 아트는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의 디지털화와 조우한다. 영화와 무빙 이미지 작업 간의 경계가 무너진다. 3차원의 전시 공간에 존재하던 영상들은 2차원의 평면으로 들어가면서 어떻게 몰입이 가능한 내러티브와 몽타주를 구성할 것이냐를 묻고, 2차원의 평면에 존재하던 영화들은 3차원의 물리적 공간으로 나오면서 어떻게 무빙 이미지의 미장센을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에 전시에 필리핀의 영화감독 존 토레스(1975)를 초대하여 영상 미디어 설치 작업과 영화과 만나는 이 접점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전시에 1980년대생이지만 비디오 제너레이션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영화와 영상 미디어 아트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벤자민 & 스테판 라미레즈 페레즈(b.1988)를 초대하여 비디오 제너레이션의 정체성의 확장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1970·1980년대 출생한 작가들의 영상 미디어 설치 작업들(Video Installation)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어떠한 형식으로 영상을 활용하고 각자의 내러티브를 구성해내는지, 그리고 2차원과 3차원에서의 관람객들의 체험을 어떻게 구성해내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의 역사와 영화, 영상 미디어 아트의 역사를 병치하는 연표를 구성함으로써 그 연결고리를 그려낸다. * 전시기간 중에는 영화와 영상 미디어 아트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2차원과 3차원의 체험을 다르게 구현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들을 영화관에서 선보이는 스크리닝 데이를 마련한다. 또한 무빙이미지 차원에서 전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담론을 확장하기 위해 전문가와의 토크를 마련한다.
글: 문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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