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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 展
Don't Move
고은사진미술관
2018. 9. 8(토) ▶ 2018. 11. 21(수)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로 452번길 16 | T.051-746-0055
https://www.goeunmuseum.org/
고은사진미술관은 한국사진의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40대 사진가의 성과를 점검하는 〈중간보고서〉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사진계에서 40대 작가들은 중견과 신진 사이에서 사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에 고은사진미술관은 스스로에게도 중대한 시기에 직면한 40대의 사진가들에게 이전의 작업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고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작가가 전시기획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작업을 중간 점검하고 이후의 작업을 예시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2013년 박진영, 2014년 신은경, 2015년 백승우, 2016년 김옥선, 그리고 2017년 정희승에 이어 2018년의 〈중간보고서〉에는 변순철이 참여한다. 《중간보고서 2018 - 변순철, Don’t move》는 인물사진을 꾸준히 탐구해오고 있는 변순철이 이제까지의 작업과 자신의 사진적 태도를 돌아보며 만든 전시이다. 뿐만 아니라, 변순철 사진 스타일의 시작을 알린 작품인 〈뉴욕〉과 〈키드 노스탤지어〉 시리즈를 제대로 소개하는 첫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변순철 작업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의 인간에 대한 관심은 자신에 대한 반성과 이어져 있다. 뉴욕의 유학시절에 만난 대상들은 그 낯선 세계 속에서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는 그 자신처럼, 평범하지만 독특하고도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상에 오롯이 집중하여 충실하게 담아낸 인물과 풍경은 스스로에 대한 반영이자 치열한 자기 인식의 결과물인 셈이다. 초창기 그의 작업은 인물사진에 대한 해석이나 개념이 아니라 인물사진 그 자체를 추구하는 듯 보인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자신의 렌즈 앞에 놓이는 특정 대상을 향해 있고, 평범함 안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심리를 포착하고 있다.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고독과 불편함을 담고 있는 인물들에게서 순간적으로 포착한 표정과 몸짓, 그리고 스타일의 생동감과 특정한 디테일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변순철 작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때로는 주변과의 조화 속에 때로는 배경을 최대한 배제한 채, 다가가거나 혹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한 인물들은 그 자체의 정직한 장면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대상은 그 자체로서 존재하며, 다른 한편으로 대상은 그 자체로 우리가 지각하는 대로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즉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이지만, 그러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이미지이다.” 인간을 넘어 본질을 향한 그의 카메라 렌즈는 사진 매체와 인간 지각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본질에 대한 탐구는 〈짝-패〉 시리즈에서 또 다른 형식적 구조로 펼쳐진다. 뉴욕 사회뿐만 아니라 사회 일반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종 커플과 가족들을 담아낸 〈짝-패〉 역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작가 자신의 초상이다. 각자의 내밀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포즈와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커플들의 시선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대꾸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이미 카메라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카메라 앞에서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고,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결정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작가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회화 작업을 완성하듯, 자신의 인물들이 취한 표정과 자세,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상 그리고 디테일의 관계성에 고도로 집중하여 컬러사진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린다. 실물 혹은 그 이상의 대형 프린트는 그 스케일과 디테일로 말미암아 보는 이를 순식간에 압도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짝-패〉 시리즈 일부를 대형 프린트로 만나볼 수 있다. 변순철은 이제까지의 작업을 통해 인물사진이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되고 표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자 하나의 “본능적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변순철이 진실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진실은 하나의 사진 안에 단번에 담길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을 확인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움직이지 말고, 잠시 모든 것을 멈추어라. 그리고 내 사진을, 당신 자신을 들여다보라. “Don’t move” 이번 전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물사진가인 변순철의 작업을 통해 사회, 역사, 문화 등의 다양한 관점으로 확장되는 20여년 간 그의 사진적 시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조망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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