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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展
각진 직선
피비갤러리
2018. 8. 23(목) ▶ 2018. 10. 20(토)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25-6 | T.02-6263-2004
https://www.pibigallery.com/
피비갤러리는 2018년 8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이정배(Jeongbae Lee)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Angled Straight (각진 직선)>를 마련한다. 동양화의 관점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들을 고찰해 온 이정배는 인간의 필요와 욕망에 따라 재단되고 사유화되어 온 자연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 왔다. 2016년 피비갤러리의 이정배 개인전 <잠식>을 통해 선보였던 “부분이 된 전체” 시리즈는 우리의 일상 터전에서 마주하는 도심의 풍경 속에서 드러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심의 빌딩들 사이로 마치 조각난 파편처럼 목격되는 산과 하늘은 인공 재료인 F.R.P와 알루미늄 패널의 광택을 빌려 기하학적 도형처럼 분절된 이미지로 나타났다. 또한 처음으로 선보였던 드로잉은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 세워진 도로와 해안 간척지 모양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전 시리즈에서 반복되었던 수평적인 시점과는 달리 수직의 시점에서 대지를 감찰하는 욕망을 대변하는 것으로 제시된 바 있다. 이번 <Angled Straight (각진 직선)>에서 이정배는 자연의 원형에 좀 더 접근하는 조형적 시도를 보여준다. 2016년 <잠식>의 작품들이 일명 ‘달콤한 칼라’로 도색되어 거대한 도심의 배경으로 머물렀던 자연의 양상을 시사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의 작업에서 보여준 자연의 형태를 보다 근원적인 것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신작의 일부는 2010년에 선보인 “욕망의 조각” 시리즈 <Collection>에 나타난 특정 산의 형세로부터 썰어오거나 도려낸 모양새의 케이크 조각이나 장난감 레고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인위적인 단면의 조각들을 좀 더 날카롭게 잘라내고 평평하거나 직선이거나 각진 부분을 더욱 부각시키는 재단방식으로 자연성을 거의 완전히 소거하는 방식을 취한다. 마치 난도질 당한 것처럼 무작위로 잘려나감으로써 자연의 형상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자연물의 흔적을 암시하는 기호처럼 읽히면서 이전 작업보다 한층 은유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제품의 포장처럼 빨강, 초록 등 밝고 선명했던 ‘달콤한 칼라’는 흰색 그리고 낮은 명도와 채도의 색으로 대체되어 자연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부합한다. 이정배는 이번 전시에서 ‘토르소’, ‘공원’, ‘다각형’ 으로 명명한 3가지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토르소 작업은 자연의 몸통, 그 부분 중의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자연은 자연처럼 보이기보다는 각지고 도형적이며, 그 단면이 다듬어진 조각처럼 보인다. 이전 전시에서 수평적(horizontal) 관점에서 채집된 자연의 조각은 다시 수직(vertical)의 시점에서 분절되어 축 방향의 종단면으로 나타난다.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점의 변화를 통해 작가는 작품에 대한 시각을 좀 더 고도화한다. 공원 작업에서는 작가가 세계의 대도시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사각형, 혹은 다각형으로 이루어진 공원이 평평한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그는 사각형과 직선이 도시를 경제적으로 구획하고 또 원활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았고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 도심속에서 통제되어 반듯하게 구획 지어진 공원을 모양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다각형 작업은 도시에서 존재하는 자연의 모양을 평평하게 만들어 퍼즐을 맞추듯이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작업들은 ‘공원’ 작업에서 파생된 것으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나 대도시의 여러 공원들의 모습을 오려내어 다시 배치하였을 때 사각형 혹은 다각형인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인공의 형식에 갇힌 자연을 불러온다. 이정배는 지금껏 설치, 사진과 같은 매체로 자연이 보여지는 형식을 ‘산수’라는 개념을 통해 시각화 해왔다. 회화의 관점에서 시작하여 조각과도 같은 오브제의 형식으로 자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심화해 오고 있는 작가는 2년만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업의 시작이 되어 온 의미해석에서 한발 물러나 ‘비(非)의미적인 것’들이 소환된 듯 대상에 미적인 요소들을 환기시키며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차원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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