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展
끝의 시작
갤러리도스 본관
2018. 8. 22(수) ▶ 2018. 8. 28(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https://www.gallerydos.com/
자연에서 깨닫는 끝의 의미
자연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근원이자 동경의 대상으로서 우리와 함께 공존해왔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는 깊은 연결고리가 자리하고 있으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깨달음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에게 자연은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유해나가는 예술 활동의 근간이 되어왔으며 꾸준히 작품의 소재로 등장한다. 이지호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삶을 발견해나가고 이를 회화라는 방식을 이용하여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탄생과 죽음 즉, 시작과 끝이라는 순환의 구조 안에서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표상화하여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모든 생명은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순간부터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이 어떤 의미인가를 자연 속에서 찾아 나선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 속에 존재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는 일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심신이 모두 자연 속에 위치해야 가능한 일이기에 이지호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산과 숲을 찾아 나서며 이는 작업의 시작점이 된다. 자연은 순환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은 하나하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대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자연 속에서 죽음은 단순히 하나의 생명체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수명을 다하거나 여러 환경적 이유에서 죽음에 다다르게 된 식물들은 온전히 자신의 형태를 감추며 사라져 버린 듯 보이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고 들여다본다면 여전히 자신만의 숨결을 지닌 채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주위의 흙 혹은 다른 식물들과 한데 뒤엉키며 새로운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양분을 제공하기에 어느 관점으로 바라보고 죽음을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그 끝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끝은 결국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일 수 있다. 작가는 자연이라는 공간을 통해 기존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에 주관적인 해석을 더해 화면에 담아낸다. 실재하는 자연의 모습을 토대로 그려졌기에 기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풍경화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고스란히 자연을 담아내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가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재탄생된 조금은 다른 풍경으로 관객들과 마주한다. 이지호에게 자연은 늘 새로운 모습을 지닌 채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장을 제공해준다. 작가는 생명의 삶과 죽음, 성장과 소멸이라는 순환적인 반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광활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보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주관적인 풍경들을 통해 죽음이나 끝과 같은 단어들이 주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그러한 과정이 있음으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시작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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