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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展
칼로 그리는 산수
아트스페이스루
2018. 8. 21(화) ▶ 2018. 9. 20(목)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44길 5 | T.02-790-3888
https://www.artspaceloo.com/htm/
단색화에 새겨진 풍경 나의 작업은 칼로 이루어진다. 차갑고 예리한 칼끝으로 선을 그어 나가는 수없는 반복을 지나 비로소 나의 산수에는 생명력이 깃들기 시작한다. 색은 나에게 늘 자연을 근원적인 형태로 환원(還元)시키는 요소이자 본질을 드러나게 해주는 대상이였다. 예술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던 시절 예술에 대한 욕망과 현실의 벽에서 나를 억눌렸던 열정과 열망의 응어리들, 삶에 대한 치열한 고뇌는 빈 화면에 토해내듯 강렬한 붉은색으로 표출되었다. 색은 내 그림의 본질이였으며, 내면의 목소리가 되어 나의 감정과 정서를 표출하는 도구이자 언어로 나에게 위안을 주는 내 감정의 매개체였다. 화폭에 붓이 아닌 칼로 작업을 하면서부터 과감한 형태의 ‘변형’을 통해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붓질은 표현주의적 회화에서 한국의 전통색인 단색화로 옮겨졌다. 이번 전시에서 도드라지게 표현된 원색적 단색화의 배경에는 한국적인 전통 색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커다란 화폭을 단색으로 채워나갈 때 나의 마음의 평온함이 작품에 그대로 전달되어 한국적인 정서의 색 -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으로 자연 순환에 중심에서 그림 곳곳에 솟아난 색채는 전통 오방색의 의미를 이어가면서 칼끝으로 예리하게 새겨진 산수의 형상은 자못 현대적이다. 웅장한 산세가 느껴지는 단색 풍경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긴 시간 끊임없이 세세한 반복으로 형태가 완성되어 갈 때 떨어져나간 무뎌진 칼날 끝이 쌓여간다. 물감을 덧입히고 칼로 찍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하는 시간의 퇴적을 넘어 칼끝으로 긁는 행위의 촉각적 반복행위는 나에게는 수행의 시간이며 그것을 견디어 내어 분출되어 나타나는 선들은 나와 캔버스를 연결하는 고도의 정신성을 획득하는 행위의 시간이다. 단색화에 새겨진 붉은산, 산수경, 신-산수는 칼끝으로 호흡하듯 긁어나간 자리에 드러난 산수를 재해석하고 주관적 관념과 현실을 투영하는 시선으로 흔들리지 않을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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