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展
예술이 아니어도 좋아
갤러리도스 신관
2018. 7. 25(수) ▶ 2018. 8. 3(금)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28 | T.02-737-4679
https://www.gallerydos.com
경계를 넘은 형상의 융합
이미지는 대상의 직관적인 표상이며 주체의 정신 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각과 정서의 복합체인 예술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흔적이다. 김기홍은 대상의 재현과 의미의 전달로부터 벗어나 예술이 지닌 순수성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작품이 전달해야 할 의미를 지향하지 않으면서도 목적 없이 감각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예술에 임할 때는 과거 혹은 미래적 가치보다는 현재에서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생각들을 다루고자 노력한다. 재현에 힘쓰기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나무처럼 혹은 인간처럼 보이는 모호한 형상 그 자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데 관심이 있다. 대상과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허물고 조형성이 드러난 공간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관념의 범위를 무한히 확장한다. 예술이 의미에서 독립된다는 것은 그 안에 어떠한 시각적 환영도 갖지 않으며 무엇인가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작품이 아무런 의도 없이 제작된 것은 아니다. 예술 작품을 그릇에 비유한다면 의미란 그 속에든 물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면은 단지 작가 본인이 살고 있는 주변 환경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사유와 표현의 장이다. 의미란 어차피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외적 동기보다는 내적 동기에 의해 작업을 영위하고자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그 영향력 안에서 생명력을 이어간다. 예술의 정신적 근원 역시 자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이를 소재로 다룬다는 것은 존재의식에 대한 근원과 본질을 연구하는데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작가는 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내면의 감성을 표출하는 조형언어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의 함축적이고 혼합적인 형상을 통해 생명이 가진 본질과 근원에 좀 더 다가가고자 한다. 화면에는 경계에 대한 인식과 함께 종과 종의 차이를 없애기 위한 작가의 몸짓이 반영되어 있다. 사람의 살과 피를 연상하는 물감의 튀고 흐르는 자국, 번짐과 같이 얼룩이나 흔적으로 읽히는 재료의 물성을 통해 나무의 이질적인 표면이 더욱 잘 나타난다. 이처럼 이성적인 의식의 통제보다는 신체의 자율적 에너지가 가진 행위에 집중하여 원경과 근경, 중심과 배경의 구분을 산란시키는 과정은 화면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듯 보이지만 여러 층위가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공간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화면이 가진 평면성을 극복하고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공간은 가상과 현실, 허구와 실재와 같은 대비되는 개념들을 아우르며 경계가 아닌 가능성의 영역으로 탈바꿈한다. 김기홍은 세상을 고정되고 닫힌 체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하는 과정에 놓인 열린 체계로 이해한다. 작품은 현실에서 얻은 경험적 인식의 결과이며 본인의 기호에 진솔하게 귀 기울이고 시각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무한한 관념의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이성에 가려져 있던 감각을 다시 복귀시키고 작품의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연구함으로써 의미와 가치에 중점을 두는 예술의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자유로운 표현 행위는 우연과 혼란을 촉발하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형상을 만들어내며 우리에게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해준다. 선, 형태, 명암, 질감, 색채 등 여러 가지 감각이 어우러져 화면 안에 구성된 작가의 의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사유의 경지를 드러낸다.
갤러리 도스 김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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