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무현 展

 

" 통점 "

 

 

 

복합공간 소네마리

 

2018. 7. 24(화) ▶ 2018. 8. 6(금)

서울시 서대문구 성산로 315, 수유너머 104 | T.070-8270-0910

 

https://www.nomadist.org

  

 

작가노트
나는 내가 만났던 생존자들의 상황을 그려내려 시도한다. 예를 들어,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성폭력 사건 이전과 이후를 매우 다르게 구성하며, 사건을 중심으로 자신의 역사를 재편성하기도 한다. 자기 탓을 하다가도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기도 하는 것은 생존자에겐 그러한- 무질서하고 혼재된- 타임라인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피부가 닿았던 것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좁혀들게 하는 기억으로 고정되어 자꾸만 그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수한 감각들을 동원한다.
나는 성폭력 생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상태에 깊이 동화되었다. 생존자들의 감정이나 신체적 감각이 마치 종이가 물에 젖듯이 자연스럽게 내게 흘러들어 왔다. 그 아픔은 액체처럼 부드럽게 내게 스몄고, 어느새 내 일부가 되었다.
상담은 동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법들을 제시하고 대안들을 제안해야 하니까, 일정 부분이상 빠져들어서도 안 되지만, 생존자들의 말을 실제로 듣는 것은 중요하며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말하기’를 들으면서 신체적, 감정적으로 동화되면서도, 판단은 그와 다르게 내릴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여성주의에 대한 편견에는 저항해야 하지만, 전략적으로 생활에서 부딪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는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방법이 어느 상황에 걸맞는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으며, 그러한 힘을 믿는 것이 여성주의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혼합된 상태, 엉켜있는 상황의 어색함이나 부자연스러움, 모순들을 나의 그림에서 보고 충분히 휩쓸리고 함께 헤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림에서 빠져나와 분리되었을 때, 그 때 볼 수 있는 세상은 예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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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724-홍양무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