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킴 展
" 바람이분다. 군산_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 "
창작문화공간여인숙
2018. 7. 24(화) ▶ 2018. 8. 7(화)
전라북도 군산시 동국사길 3 | T.063-471-1993
https://www.yeoinsuk.com
조각조각 그 흔적 사이로 나는 특정 지역을 매개로 하여 작업을 풀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공인중개사인 부친의 영향으로 유년 시절부터 이사가 잦아 새로운 환경에 자주 놓이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낯선 공간을 마주했을 때 주변 환경과 순간을 빠르게 포착하여 적응하는 능력을 강화하였다. 특정 지역의 건축물부터 분위기, 사람들의 모습은 내게 가는 곳마다 흥미와 호기심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적 요소들은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 늘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나에 관한 재발견은 동시대 안에 나의 존재에 대한 각인과 함께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스스로를 놓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의 작업 방식 중 하나인 지역을 마주하며 외부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나를 마주하는 점에서 군산은 나에게 작업을 꼭 해보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공간이었다.군산에 남겨진 적산가옥과 근현대 건물은 일본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 패권에 관한 과거의 단면을 현재까지도 목도하게 만든다. 나는 이러한 흔적에 집중했고 그 원형들은 시간이 점차 지나며 지역의 특성에 맞게 변모된 모습으로 숨겨진 퍼즐처럼 자리매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흔적은 현재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나는 다시 고민해보게 되었다. 거시적으로는 무수한 파편과 그 파편의 단서로 기억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다음 세대에 제공될 역사의 한순간까지 어쩌면 결코 그 흔적의 파편은 단순히 지나칠 수 없는 그리고 애써 방치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직면해보아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단순한 역사관을 넘어 모든 기억의 순간을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알고리즘에 맞추어 재편집하거나 각색하여 기억을 저장하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감정적인 동시에 비논리적일 수 있는 미시적인 입장도 뒤섞여 있었다.그렇다.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데로 해석하며 한 장면 장면의 순간을 그렇게 인식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러한 파편과 흔적을 통해 나의 기억을 의심해 보기도 했고 군산에 남겨진 일제 강점기의 흔적을 더욱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 역사관의 간극을 넘어 우리는 또 그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싶었다. 동시대의 흔적과 역사지만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르게 인식되는 지점은 개인 더 나아가 지역 그리고 국가마다 보는 입장과 관점이 매우 다르다. 이러한 지점을 바탕으로 나는 군산과 닮아 있는 일본의 오타루의 흔적을 함께 살피게 되었다. 군산과 오타루는 매우 닮아있다. 근현대 건물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고 항구가 있으며 군산은 일제 강점기 시절 전라도 지역의 쌀을 일본으로 유출해가는 최대의 지역으로 당시 일본인으로 북적이던 요새, 말 그대로 핫플레이스 였다. 물론 오타루도 마찬가지이다. 메이지 유신 말기까지의 다양한 건축물이 남겨져 있고 한땐 엄청난 부흥이 있던 도시였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현재는 관광 도시로, 상업 영화의 촬영 현장으로, 그리고 도시가 쇠퇴하며 남겨진 근현대 건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로서 닮은 구석이 있는 두 공간이다. 그러나 군산에선 잊지 못할 수탈의 역사로 반대로 오타루에선 찬란했던 영광의 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분명 같은 시대의 흔적이지만 정말 다르게 기억되는 두 지점의 간극을 보며 내가 바라보고 기억했던 순간들에 관한 의구심을 떠올려보았다. 어릴 적 퍼즐을 맞출 때 그림판을 향해 퍼즐 조각들을 배치하며 이것은 이것일 것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며 나는 조각들을 맞추어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때때로 누군가에겐 그 조각조각이 다른 이미지로 혹은 다른 결론을 두고 시작되는 배치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또는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이러한 무수한 사건과 역사의 조각들을 우리는 어떤 의심을 품고 다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나는 이러한 인식과 바라봄의 차이를 군산과 오타루의 근현대 건물의 흔적을 조각조각 수집하여 재구성하고 재배치 함으로써 두 공간의 마주함을 통해 좁혀지지 않았던 그 간극을 나의 기억들에 관한 의구심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글_도저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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