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TOWN 별일없는 동네 展

  

 

 

대림역 주변

 

2018. 7. 23(월) ▶ 2018. 7.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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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음에 대해 말해도 될까? 늘 소문이 창궐하는 거리에서라면 별일 없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별난 일이다. 여기 서울 한복판의 어느 동네는 특별히 보탤 말이나 눈길 줄 일이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날 조차도 종종 변방이 된다. 이 지루한 공간들이 허무맹랑한 도시 괴담의 소재가 되는 역학은 무엇일까? 비탈길 하나 없는 대림동이 어째서 위태로운 낭떠러지처럼 비춰지곤 하는지 의문이었다.
바로 옆 동네인 가리봉과 견주었을때 대림동은 불야성이다. 늘 새로운 사람들과 오래된 이야기들이 있다. 압도적인 이주민 비율의 초국적 공간, 이 일대를 일컬어 서울의 차이나타운이라고도 한다지만 그렇게 이름 하기에는 또 복잡한 속내가 있다. 그 곳으로 여덟의 작가들의 작업이 불려들여졌다.
김송휘金松&#36745;의 <Digital Cameleon>이 초대된 곳은 이 일대에 흔한 환전소다.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 넘어갈 사람들이 인민폐를 센다. 두 평 남짓 공간, 화이트 보드에 고시된 그날의 교환 비율에 따라 이동하는 삶들의 들숨과 날숨이 거래된다. 끊임없이 색을 바꾸는 금속판의 낱낱의 눈금들은 외눈의 성상처럼 이 곳을 찾는 이들과 시선을 맞춘다. 내일을 축원하는 디지털 만다라가 된다.
황호빈&#40644;豪斌은 자기 보호 본능을 다루는 시리즈 작업 <Tube Suit>를 길거리 자율방범초소에 바짝 붙여 세웠다. 불침(不沈)의 의지로 겹겹이 두른 튜브들은 통제 불능의 부풀은 살갗이 되고, 고인 빗물조차 두려워하는 충혈된 눈이 붉은 점멸등의 모습으로 밤새 깜빡인다. ‘범죄 도시’식의 오명을 떨치기 위해 치안 유지에 애를 쓰는 모범 시민들에 반문하는 것일까? 길들여지는 거리에 대한 유감일까? 장소에 엉겨붙어 있는 의미들을 상기해보면 도전적인 질문이다.
김진金 &#30495;은 흥정과 야유가 표류하고 루머와 현기증이 소용돌이 치는 대림동 밤거리에 스스로가 ‘폐를 끼치지 않는’ 퍼포먼스라 부르는 작업을 위해 선다. 구구한 해명 대신, 그저 거리를 보듬듯 쓰다듬는 그의 옷깃과 걸음걸음은 초파일의 탑돌이처럼 사뿐하다. 한국에 온 이후의 시간을 거꾸로 매달려 사는듯 했다고 술회하는 작가에게 이 장소에서 행하는 고요한 배회는 자기 입증의 과정이다. 작가는 거리와 또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이 곳의 낯설은 익숙함, 익숙한 낯설음에 대해 전격적으로 다시 마주한다.
동네 주민이기도 한 최명崔明의 작품 <반복,돈,건강,꿈>은 자신이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 주방 기구 공장에서 건져온 이미지들을 토대로 한 작업이다. “창작은 개뿔, 퇴근 하면 아아아아아무것도 하기 싫다. 머리 속엔 이미지만 있을 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작업노트 중)” 던 작가는 핸드폰 카메라로 공장에서 쏟아져나오는 스탠리스 식기들의 ‘천상에나 존재할 것 같은 반짝임’을 담았다. 생산과 불량품 검수, 포장의 과정에서 자신이 집에 고이 개켜두고 온 예술가 신분을 떠올린다. 작품은 이 동네에 매우 흔한 무허가 구인광고판에 부착되어 전철역 어귀에 선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를 오가며 이주와 월경의 경험을 주요 소재로 작업해온 신광申光은 당구장으로 간다. 그는 나라마다 선호하는 당구 게임이 다른 것에 주목해 중국사람들이 주로 치는 포켓볼과 한국사람들이 즐기는 사구를 혼합, 새로운 두 개의 당구 게임(16ball과 4ball)을 만들었다. 정해진 룰을 따르는 대신 자신의 주도로 이종의 게임을 만들어 플레이를 하는 작업들은, 부딪히는 두 세계 사이에서 어느 한 곳의 정박지를 찾기보다 불연속적 경험들을 자신 고유의 시각으로 꿰어내는 작가의 지난 생활의 궤적과 닮아있다.
아그네스 볼코비츠Agnes Wolkowicz는 노래방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매일 일어나 하루 종일 일하고 다음날이면 또 일어나야 하는데 자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 노래는 왜 일년에 한번 뿐(작가노트 중)”이냐는 작가는 이 동네 여기 저기서 행해지는 시간당 만 오천원짜리의 여가를 적극 지지한다. 지탄받지 않고 고성방가를 할 수 있는 한뼘의 방, 떠나온 고국의 노래로 위로 받는 밤을 제하고 나면 누군가의 사는 맛은 훨씬 덜 하기에.
우민정은 대림동, 가리봉동, 구로동에서 상점 간판들을 촬영했다. 흔한 일이다. 중국어 간판들은 통상 이 동네의 특이한 경관들로 꼽히고, 그렇게 평판平板이 된 삶의 세계는 이국적 이미지들로 수집되어 이 동네를 다루는 뉴스 기사마다 범람한다. 작가는 그가 걷어온 도시의 피막들이 어떤 측면側面도 내보이지 않는 고정된 정면 이미지들의 집합들임을 본다. 그리고 잘려진 거리 간판들이 보여주는 깊이없음depthlessness을 다시 재현한다. 이 간판들은 테트리스 게임의 모양으로 빼곡하게 배열되며 그 환영이 더 짙어진다.
박혜민은 거리에서의 퍼포먼스를 통해 이 공간을 살아가는 이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한다. 그는 도시 공간을 소요하며 사람들 사이에 축적된 기억과 서사를 다루는 ‘이야기 만물상’, 상업적 투어리즘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전유하여 이미 도래한 대도시 내 혼종의 진경산수와 그 안의 문화적 경계에 대해 살피는 ‘HPARK여행사’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는 대림동과 가리봉동 안에서 벌어지는 소란과 웅성거림을 좇아 그에 참여하고 이 공간의 하모니와 마찰음에 공히 귀를 내어준다.
여덟명의 작가들와 작품은 그 스스로 거리의 기분이 되어 도시 공간의 리듬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동네가 견고하게 붙들고 있는 별 일 없는 일상들에 젖어들면서 혹은 팽팽히 겨루면서 관객들에게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 동네에서 일어날 법한 별 일 이란 뭐냐고.


기획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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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723-C TOWN 별일없는 동네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