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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영 展
" Rainbow Forest "
OCI 갤러리
2018. 7. 19(목) ▶ 2018. 8. 18(토)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 | T.02-734-0440
https://ocimuseum.org
알록달록 큼직한 롤리팝 사탕 하나 쥐어 주니 서럽게 흐느끼던 하늘도 뚝 그친다. 세어 보니 더도 덜도 말고 딱 일곱 빛깔, ‘빨주노초파남보’가 틀림없다. 그래서 무지개(rainbow)라 불렀다. 음성 언어는 이야기를 장면으로, 수백 가닥을 일곱 다발로, 다시 이들 모두를 달랑 한 마디로 수렴하곤 한다. 속된 말로 ‘싸잡아 퉁치려’ 든다. 무지개. 그 어감이 왠지 발그레하고, 감빛이 돌고, 샛노랗고, 푸르께하며, 거무죽죽하다. 달착지근한 과일향이 솔솔 풍기니 하늘도 울다 문득 반쯤 덥석 베어 문다. 오선영의 언어는 발산한다. 단어 하나가 움터 장면들이 줄지어 꽃피고 이야기 향기가 사방으로 물씬 퍼진다. 널브러진 몇 조각 연분홍 꽃잎으로 장미 반 찔레 반 동화 속 덤불숲을 두르고, 녹 투성이 열쇠 하나로 해 질 녘 외진 저택의 휘황한 대문 너머 빛바랜 설화를 열어젖힌다. 일반적으로 ‘이미지’란 대상을 호출하는 시각적 단서에 가깝다. 복숭아 그림은 복숭아의 초상이다. 그러나 오선영의 복숭아는 복숭아면서 못다 핀 장미 꽃망울이고, 도자기로 구운 물감 덩어리이며 펑 터진 가슴의 잔해이기도 하다. 애써 코앞에 따다 놓은 달은 봐도 봐도 그냥 달일 뿐이다. 적당히 사이도 두고, 때론 흐린 날도 있고, 침침히 달무리도 져야 토끼가 방아도 찍고, 두꺼비도 뛰고, 사자도 산다. 오선영은 이야기를 잘 빚어 실루엣을 차려 잡는 대신, 이토록 넓게 펴 바르고 불규칙하게 부서뜨린다. 그물이 촘촘하다고 대어를 낚는 게 아니다. 낭만 어부 오선영은 흔적과 자취를 굵게 꼬아 성글게 얽은 회화 그물로 더욱 씨알 굵은 이야기 뭉치를 포획하려 든다. 이야기가 한바탕 들끓으며 사방으로 튄 흙탕물 자국 같은 그림들은 경쾌하고 산뜻하면서 즉흥적이고 또한 격정적으로 다가온다. 두께가 주는 마티에르를 과감히 반납한 오선영의 터치는 단지 특유의 섞임과 결을 통해 물성을 인증하곤 한다. 수정할 겨를 없는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승부. 에스키스를 거듭하고, 순서를 가다듬고, 색상을 저울질한다. 너덜거리는 작업 진행 수첩은 ‘계획적이지 않아 보일 계획’으로 빽빽하다. 무심한 몰입의 중첩은 묘사를, 철두철미한 가늠은 즉흥과 격정을 낳는다니 사뭇 역설적이다.
김영기 (OCI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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