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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최선희 展
" 오늘 녹는다 "
플레이스막
2018. 7. 14(토) ▶ 2018. 7. 29(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4길 39-26
https://www.placemak.com
작가노트 배미정 1년 반 정도 전에 야쿠시마 숲에 다녀왔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내가 즉흥적으로 결정한 여행지가 원시림을 간직한 숲이라니…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떨어지고 싶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내가 온갖 생명이 꿈틀거리는 그곳에서 결국 본 것은 삶,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공생이었다. 죽음과 생이 뒤엉켜 하나의 거대한 생명이 된 그곳에서 결국 온전하게 타인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러 인터뷰 과정들 속에서 알게 된 내밀한 타인의 삶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만 사랑을 주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사실이 불편했다. 나 역시 이기적인 시선으로만 바라 보았고 그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을 포착하면서 결코 다가갈 수 없는 공간 그 자체만을 표현하는데 치중해왔다. 이제야 온전하게 여전히 불편한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시각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보지 못한 그녀와 또 다른 그녀를 보러 갔다. 그녀가 펴지지 않는 또 다른 그녀의 주먹 진 왼손을 억지로 조금씩 펼치자 오래된 살냄새가 나의 코를 훅 찔렀다. 그녀는 가방에서 베이킹 용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계량컵을 꺼내 익숙한 듯 물을 가득 담아와 또 다른 그녀의 왼손을 씻긴다. 금새 뿌옇게 변한 물을 다시 갈고 그 과정을 대 여섯 번 반복했다. 억지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내야만 하는 터라 그 통증에 또 다른 그녀는 잦은 신음을 내면서도 연거푸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제 또 다른 그녀의 기억 속에는 그녀가 더 이상 딸이 아닌 것도 같다. 내가 더 이상 조카가 아닌 것처럼. 그녀는 코를 찌르는 살냄새가 사라지자 손수건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고 두 손으로 주먹진 왼손에 향이 좋은 핸드크림을 부드럽게 발라주며 “이 정도 향은 풍겨야지“ 라고 말한다. 또 다른 그녀는 순간 그녀의 딸을 알아본 듯 크게 웃는다.
최선희 저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작업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예를 들면 극장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 이른 새벽 거리에 앉아 있는 노인, 어린이날 놀이공원에서 죽도록 매달리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 길을 가리지 않고 무리 지어 찬송하며 안도하는 사람들, 다리 위 한강을 바라보는 감정 없는 눈빛, 다리 밑 그늘에 파고드는 사람, 웃고 있는데 울음을 담고 있는 얼굴 등 강박처럼 반복되고 출현하는 일상의 모습은 아슬아슬 하게만 느껴집니다. 저마다 자기 만의 방식대로 세계를 유지하려 할 때 파생되는 불안, 상실, 고립, 관계, 욕망 등이 어긋난 틈을 메우듯 행위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드러나 보이나 숨는 것과 같고 숨바꼭질 같은 불안전한 우리들의 일상을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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