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 展
"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
갤러리도스 신관
2018. 7. 14(토) ▶ 2018. 7. 23(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28 | T.02-737-4679
https://www.gallerydos.com
거북으로 비유되는 현대인의 초상
우리는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존재하며 살아간다. 현대의 물질적인 풍요와 성장의 가속화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뒤에는 실존에 대한 불안감이 숨겨져 있다. 개인이 사회의 요구에 의해 적응해나가는 과정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들은 타인에게 모두 이해받지 못한 채 불일치와 소외의 감정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예원은 느리지만 묵묵히 기어가는 거북의 모습에서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을 이겨내고자 하는 본인의 모습을 투영한다. 화면 위에 수묵으로 쌓은 형상들은 내면에 복잡하게 엉킨 감정의 단편들로부터 자신을 규명하고자 끊임없이 자문한 결과물이다.
개인의 삶이 사회적인 요구와 서로 일치되지 않는 경험은 흔히 겪는 일이다. 하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느리게 기어가는 거북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기쁨, 분노, 불안, 두려움과 같이 일상에서 느낀 지극히 솔직한 감정들을 거북이라는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통해 표현한다. 아직 완전하지 못한 자아를 실현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비유함으로써 현실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인의 세태를 거북에게 투영한 작품들은 자아에 대해 고찰하고 인식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관람객과의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한다. 수묵은 단순한 재료에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정신성을 포함한다. 작가는 거북의 형태를 이루는 구조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조형요소를 추출하여 간결하게 변형하거나 과장 혹은 생략하기도 한다.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뒤엉키고 집적된 형상은 익명의 군중을 연상케 하는데 그 안에 스며든 여백과 선의 농담은 역동적인 긴장감을 발산한다. 형태의 결합을 통해 각각의 요소들은 전체로 통합되고 시작과 끝의 구분 없이 화면을 시각적으로 통합하고 확산시킨다. 이처럼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이면서도 변화가 있는 나열은 구상과 비구상의 조화를 보여주며 일상의 경험에 의해 이루어진 여러 가지 내면의 감정들을 구현한다. 작가는 거북의 형상과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사유를 자신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창출해내고 있다. 예술가의 삶을 산다는 것은 자아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가지고 예민하게 살피는 고된 수행의 과정과도 같다. 작가에게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은 삶에 대한 사색과 사유는 작업의 근간이며 바탕이 된다. 본인을 거북과 동일시함으로써 숨겨진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고 억눌렸던 감정과 생각을 화면에 자유롭게 표출한다. 또한 수묵이 가진 특성을 살려 거북이 가진 형상을 단순히 재현하기보다는 새롭게 재구성하여 화면을 보다 본질적이며 순수하게 만든다. 이예원의 작품은 의미가 닫힌 공간이 아니라 확장되고 열린 공간으로 존재하며 대중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갤러리 도스 김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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