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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정 展
" 계단 밑 깊은 어둠 "
소마미술관
2018. 7. 6(금) ▶ 2018. 7. 22(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88-2 | T.02-425-1077
https://soma.kspo.or.kr
드로잉 단상 -생각과 감정의 기술- 불편한 드로잉
그 동안 타인과 대화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노트 모서리에 낙서를 하면서 마음 속의 생각들을 끄적여왔다. 습관적으로 써내려간 낙서 위에 또 다시 겹쳐 그리거나 귀에 맴도는 단어들을 써내려가며 나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 소소한 ‘생각과 감정’을 시각화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가느다란 펜으로 매우 작게 그리다가 점차 크게 하거나 유기적인 형태로 증식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이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색에 대한 즉각적인 감정에만 집착하는 한계를 느낀 후, 점차 색을 배제하고 펜으로만 작업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탐색 끝에 마침내 지금의 작업에서 사용하는 검은색 라인테이프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캔버스 혹은 공간의 벽에, 가늘게 자른 라인테이프를 겹쳐 쌓아 촘촘하게 박힌 검은 형상들을 쓰고 있다. 이렇게 직선과 곡선을 이용한 노동집약적 과정을 거쳐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제한적으로 표현된다. 본인의 작업은 본질적 용도에서 벗어나 물질적 속성의 ‘불편함’과 현대사회 안에서의 ‘불편한’ 감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본인은 이러한 라인테이프 작업을 ‘불편한 드로잉’ 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관계 속에 얽혀 있는 복잡 미묘한 심리, 미처 표현되지 못한 생각과 타인과의 오해 등 감정의 파편은 이미지와 함께 깨알만한 텍스트가 들어간 드로잉으로 수집된다. 수집된 이미지는 오랜 작업 과정에서 시간의 단절이 주는 다양한 감정의 축적을 보여주는 가느다란 라인테이프의 선으로 조율된다. 그리고 외부에 실재하는 시공간적 제약을 인식하는 동시에 실존공간의 구조적 한계 위에서 스스로 감정을 통제해 가며 그리듯, 칠하듯, 쌓고 겹치면서 형태를 구축하여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검정 라인테이프라는 매체의 ‘불편한’ 표현으로 다시금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면서 감정에만 집착하지않는 이성적인, 이상적인 ‘나’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각적으로는 기술적 감각만이 아닌 내재된 이면을 드러내려고 한다. 테이프의 쌓기 또는 곡선과 직선으로만 나타내는 추상적 형상을 통하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생각을 감추려 하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듯 하지만, 라인테이프가 그려진 방안에서 본인은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차이점을 가지며 이렇게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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