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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展
" 비동시성-제주 "
스페이스22
2018. 7. 3(화) ▶ 2018. 7. 20(금)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 | T.02-3469-0822
https://www.space22.co.kr
非同時性 - 濟州 오래 전 이야기지만 일본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서울생활이 적응 되지 않아 ‘제주로 내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직 그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는 제주를 품고 살고 있다. 몇 개월 동안의 새로운 작품의 구상이 끝나갈 무렵, 나는 제주에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제주의 사진 중 자주 등장하는 명소나 풍경은 가능한 배제하고 시작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유명관광지를 아주 안 찍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작가로서의 감각적인 면과 감성이 남아 있다면, 나 자신을 믿고 내 눈에 들어오는 제주를 찍기로 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촬영 소재로 자주등장하지 않는 동네 골목과, 사람들은 눈길을 잘 주지 않지만 내게는 재미있는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또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익숙함이 지루하지 않는 장면들도 촬영장소로 활용하였다. 중요한 것은 한 곳의 촬영장소가 결정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과 시간의 틈을 두고 촬영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되면 그 사진 안에는 제주의 사계절의 시간을 모두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작업은 디지털 mechanism을 이용해서 아날로그에서의 연속되는 시간의 이미지와 대비해 중간 값을 취하지 않는다는 디지털의 속성을 이용, 이미지화 하였다. 사진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보았을 Michael Wesley와 Sugimoto Hiroshi의 작품들은, 순수한 시간의 개념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은 사실성을 갖고 있는 매체다. 그러므로 시간의 사실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보여 줄 수 있는 장르가 사진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위의 두 작가는 사진이 가진 시간의 영역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한 사진을 위해 공간을 이해하는 것 또한 그들의 작품을 보면 잘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작업은 시간을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계절마다 그리고 기후에 따라 시간을 선택해서 같은 장소에서 촬영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비동시성 - 제주>이다. 비동시성은 같은 시공간에 과거와 현재가 비이성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번 작업이 사회적 관념과 상식이 바뀔 정도의 시간의 틈을 두고 촬영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계절의 틈과 시간의 틈을 두어 사계절의 낮과 밤을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어떤 시간대와 계절에 촬영했는가 하는 시간의 문제와, 한 장의 사진으로 계절과 시간을 디지털의 개념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만들어진 이미지 즉, 계절과 시간이 만들고 간 궤적, 비선형적 도형, 그리고 사진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하나를 살짝 보여줌으로써 ‘이것은 사진이다’라는 메시지도 함께 던지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현재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오늘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하여 외형적으로만 동일한 현재에 존재할 뿐이다>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1930년대 독일 사회를 규정하면서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예를 들어 한 이야기로, 가치와 관념이 다른 시대의 인물과 현재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모순된 공존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은 회화와 달리 기록된 그 시점의 이미지가 주로 회자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진은 찍히는 순간 그 시점의 한 장면은 영원히 박제되어 그 순간만의 시간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번 작업이 시대를 관통하는 긴 시간의 의미는 담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장소에서의 다양한 시간대와 계절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담으려 노력했다. 여러 시간대에 걸쳐 촬영된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시점의 이미지를 발견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디지털사진에서의 시간적 개념과 사진적 장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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