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 展

 

" 사이트-래그 sight-lag "

 

 

 

합정지구

 

2018. 6. 29(금) ▶ 2018. 7. 22(일)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40

 

www.hapjungjigu.com

 

 

 

 

“오랫동안 면밀히 바라볼 것. 판단은 되도록 유보한 채로.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보아, 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눈꺼풀이 되지 않도록.”
– 이민지, 작업노트 중에서
환각은 무방비 상태일 때 예고 없이 찾아온다. 눈을 뜨고 있지만 현실에 초점을 맞추지 못할 때, 귀가 열려 있지만 일상의 주파수에서 어긋날 때 평소 보거나 듣지 못했던 무언가를 보거나 듣게 된다. 그러나 감은 눈에는 또 닫힌 귀에는 환시와 환청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환시와 환청 역시 무언가 보거나 듣고자 하는 눈과 귀의 또 다른 의지는 아닐까? 어쩌면 환시와 환청은 그동안 현실과 일상에만 너무 오랫동안 들러붙어 보거나 듣지 못했던 무엇을 향해 열린 감각일지도 모르겠다.
이민지의 개인전 ≪사이트-래그 sight-lag≫(합정지구)는 현실과 일상을 기반한 상황과 장면을 보여주지만, 작가의 눈과 귀가 향한 곳은 결국, 환시와 환청이 가 닿는 비현실과 비일상이다. 전시를 구성하는 두 개의 시리즈 중의 하나인 <라이트 볼륨 light volume>(지하 1층)에서 작가는 죽음을 앞둔 외할머니 주변에 머무는 장면과 사물 등을 바라본다. 그리고 또 다른 시리즈 <사이트-래그>에서는 스크린으로, 맨눈으로, 망원경으로 본 아이슬란드 풍경의 시차를 가늠한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점점 날숨과 들숨이 희미해지는 한 존재의 숨이 깃드는 공기를 면밀히 촉지하는 <라이트 볼륨>에서 정작 외할머니의 얼굴은 누락되어 있다. 또한 이상하게도 서로 어긋나 보이는 시차를 가늠할수록 보는 위치, 즉 자신의 시점을 구해야 하는 <사이트-래그>에서 데이터로서의 좌표값은 시공간이 화이트아웃되는 백야에서 무용할 뿐이다.
주변에 스며든 외할머니의 숨을 촉지하는 응시로 일상에서 누락된 얼굴의 빈 자리를 대체하는 <라이트 볼륨>은 이제 곧 사라질 목소리를 청취하는 동시에 다가올 부재를 지연시킨다. 또한 현실에 무용한 좌표값을 구하는 시차의 방정식은 이제 현실에서 결락됐지만, 이미지 파일과 음성 파일 그리고 텍스트 파일로 재구성한 외할머니의 존재를 반사시킨다.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서 부재를 지연하거나 반사하는 이미지는 덧없이 가볍고 얄팍하다. 환청과 환시처럼 무방비상태에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의 구멍을 메우려는 애도와 기억은 무수한 오류와 오해, 착각과 시차에 뿌리를 내려 뻗어간다. 부재 상황에서 존재를 감지하는 애도와 기억 그리고 사진이란, 소용 없음과 소용 있음, 부질 없음과 부질 있음 사이에서 진동하며 반짝거릴 뿐이다.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vol.20180629-이민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