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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展
Homo viaDodo
필 갤러리
2018. 6. 7(목) ▶ 2018. 7. 28(토) 서울특별시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24 | T.02-795-0046
현대 사회는 공공기관과 교육, 미디어를 이용하여 ‘정상적인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개개인을 사회라는 시스템에 예속된 신체로 제조한다. 과거에는 이 거대한 메커니즘 속의 하나의 부속품이 되는 대가로서 비교적 안정적인 삶과 부를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이 메커니즘 속의 부속품마저 되지 못한 채 잉여인간이 되거나, 성실하게 합류했다손 치더라도 쉽게 도태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적당히 좋아 보이는 직장’과 ‘적당히 좋아 보이는 삶’을 얻도록 강요당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결국은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진로나 직업에 관련된 심리적 문제와 정서적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일의 능률과 삶의 질에 대한 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도도새의 비극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멸종된 동물들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었을 때였다.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근 해역에 위치한 모리셔스라는 작고 아름다운 섬에 살던 그들은 원래 날 수 있는 새들이었지만 먹을 것이 풍부하고 천적이 없는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굳이 날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결국 날개가 퇴화되어 날 수 없는 새가 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15세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탐험을 하던 중 이 섬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1681년, 마지막 남은 도도새가 죽임을 당했고, 그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유일하게 증명해주는 것은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도도새의 뼈다귀들 뿐 이다. 본인은 현대인들이 마치 하늘을 나는 법을 망각한 도도새와 같다 생각했다. 사회는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어떤 기준과 프레임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그 속에서 안주하도록 유도한다. 심지어는 행복의 기준이나 사랑의 형태와 같은 것들 까지도.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날개를 버린 도도새는 현대인들과 닮았다. 현대인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조금씩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도도새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유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예술가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일현 트래블 그랜트> 공모에 지원, 선정되어 도도새가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섬으로 한 달간 떠나 도도새의 죽음에 대하여 리서치를 진행한 뒤, 그것들을 토대로 현대인과 현대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본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에서는 날 수 있는 새들 사이에서 날지 못하는 도도새가 홀로 뜻 모를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인은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호모 비아토르 Homo viator>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언급했던 개념으로, <떠도는 인간>, 즉 인간은 길 위에 있을 때 비로소 성장해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 규칙에 따르는 것을 내재화 시키며, 거기서 벗어나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은 <일탈>으로 규정되어 부덕하게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세상의 수많은 위대한 발견과 도전은 대다수가 질문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때문에 작업에 등장하는, 도도새 주위의 날 수 있는 새들은 <새로운 길> 또는 <우리가 될 수 있는 무언가>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본인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도도새는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바보새>라기 보다는, 도도새 주변의 수많은 각양각색의 새들처럼 언제든지 다시 날아오를 수 있고,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가변적인 존재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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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vol.20180607-김선우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