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 展

 

간지럼 태우기와 휘젓기와 때리기와 반전시키기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레지던스

 

2018. 5. 15(화) ▶ 2018. 5. 31(목)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 T.031-8082-4245

 

changucchin.yangju.go.kr

 

 

작가 전주연은 어린 시절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 타국어의 견고한 벽은 단순히 언어의 장벽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언어의 벽은 삶을 전방위적으로 조여오기 마련이다. 소통의 수단인 언어가 하나의 거대한 벽으로 느껴진다는 것의 궁극적인 의미를 소급해보면 결국 인간의 쾌고감수를 가능케 하는 타자들과 단절 되어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모든 종류의 쾌락과 고통은 타자가 선사하는 것이다. 타자들과의 소통에 기본적인 요건인 언어가 작가에게 커다란 벽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작가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작가는 과거의 이러한 경험을 부정하고, 타협하고, 껴안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언어를 마주하며 느낀 지난 시간들의 질곡을 메우고자 한다.


이번 전시 \'간지럼 태우기와 휘젓기와 때리기와 반전시키기\'에서 작가는 부정어법을 사용한다. 간지럼 태우기와 휘젓기와 때리기와 반전시키는 전략은 모두 대상을 교묘히 괴롭히고, 흠집을 내며, 부정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가가 부정하는 대상은 부정한다는 특성을 지닌 문자의 세계이다. 이미지는 긍정하고 문자는 부정한다. 이미지에는 문자의 아니오(No)와 같은 부정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할 줄 안다는 것이 문자가 지닌 힘이다. 이 힘은 자신의 부정을 통해 인격의 성숙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문자의 힘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자발적 성장을 더디게 하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문자의 폭력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는 부정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긍정을 선취하려 한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긍정하기 위해, 세계를 뒤덮고 있던 부정어들을 각양각색의 방법을 동원하여 희롱한다.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 「Hitting」에서 펜싱대결을 펼치는 상대는 기다림을 모르는, 섣부르게 존재에 흠집을 내고, 의미의 닻을 내리고, 이 세계를 현재화하는 문자다. 작가는 이 빼곡한 세계에 하나의 구멍을 내고자 한다.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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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515-전주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