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경 展

 

" 그해 봄 "

 

Spring Of The Year 30-2_100X66cm

 

 

 

인사아트센터 본 전시장 1F

 

2018. 3. 28(수) ▶ 2018. 4. 3(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Spring Of The Year 40-5_80X115cm

 

 

그해 봄’ - 설레 임을 준비하는 마음

 

봄은 겨울에 대한 탈출이고 생명이며 움직임으로 정의된다. 봄은 바람이 불어옴을 느낄 수 있고, 꽃향기를 맡고 그러한 느낌을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봄은, 차가운 인간성을 되찾는 시기이며, 삶의 꼭대기를 바라보고 달리는 편협한 시각이 아닌, 수평적으로 주변을 살피는 너그러운 시각을 요구하고,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느릿하게 되뇌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해 봄’은 지난겨울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운 의지를 확인하고, 나아가 잊고 살았던 내 삶의 ‘소중한 조각들’을 다시 찾아보게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아직도 주위에는 내일 아침에도 여전히 힘들게 방황하는 삶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장 추운 새벽을 지나야 아침이 오듯이 봄은 그렇게 다시 찾아오는 법이다.

 

가을과 겨울, 봄, 사이가 중첩된 절기에 맞물려 있는 틈에서 엿보이는 생명력이 미묘하게 겸허하게 마음을 비움으로 인도한다. 간절기는 늘 나를 깨닫게 하는데, 완연한 계절은 늘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피부로 느끼는데, 이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인간에게 한 가지 선물을 준다. 봄이 오면 인간에게 설레 임을 선사하고, 여름에는 안식처를 주고 가을이 오면 풍요로움을, 겨울에는 설레 임을 준비하는데, 그 설레 임은 따뜻함을 동반한다. 봄이 온 것을 아는 것은 온기를 통하여 인지되는 것, 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이다. 자연의 따뜻함처럼 어떤 사람이건 그 밑바닥엔 봄볕 같은 따스함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오윤경 작가노트

 

 

Spring Of The Year 50-2_140X100cm

 

 

봄날의 ‘따뜻한 간지러운 유혹’

 

김석원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연구교수)

매년 겨울이 되면 느끼는 현상이지만 겨울은 춥다. 겨울이 춥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해마다 겨울이면 매섭게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에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은 머무르지 않고 겨울을 몰아내어 어김없이 봄은 찾아온다. 겨울에 대한 추억에 대해서 언젠가 프랑스에 유학 갔다 온 동료가 추운 겨울날 길거리를 비춘 화사한 햇볕을 쬐었던 유학 시절의 따사로운 순간이 기억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어린 시절 골목길 한구석에 앉아서 나른하게 쬐던 봄날의 간지러움이 기억나기도 한다. 나에게 따뜻함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그것은 약간의 허기를 동반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아파트 앞을 밝게 비춘 햇빛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감정을 나타내는 모호한 단어는 많지만 따뜻함을 주관적인 체험으로 표현하는 것은 개인마다 매우 다양하다. 오윤경의 ‘그해 봄’ 사진을 보면서 감정은 칸트(Immanuel Kant)의 말처럼 ‘취미판단(judgment of taste)’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내면적인 의미에서 따뜻함은 지금의 상태를 의미한다기보다는 어딘가를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을 지닌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기 전 아는 지인에게 따뜻해지면 만나자고 얘기를 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의 의미는 아마도 따뜻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담긴 말 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촬영한 자연풍경은 ‘따뜻하다’라고 말하는 짧은 울림 아래 뒤엉킨 미래의 두려움, 괴로움을 비켜 나가서 햇볕을 향해 나아가려는 꿈틀거리는 '흔적(index)'을 발견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사진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따뜻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직은 겨울이 내 옆에 있기에 봄 풍경이 내 안에 녹아내리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만, 오윤경의 사진 ‘그해 봄’에서 발견한 따스함에서 그 여유를 발견한다. 그 여유란 이른새벽에 차가운 냉기를 품으면서 피어난 나무의 따뜻한 기운 같은 것이다.

 

 

Spring Of The Year 50-4_100X140cm

 

 

오윤경은 ‘그해 겨울’ 사진에서 “태생적으로 외로울 터인데도 사철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을 나무여. 너에게서 우리 인간들이 지니지 못한 굳은 의지가 묻어난다.”는 작가의 말처럼 겨울을 이겨낸 꿋꿋한 나무의 다른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나무는 봄이 오면 인간에게 설레 임을 선사하고, 여름에는 안식처를 제공하고 가을이 오면 풍요로움을, 겨울에는 설레 임을 미리 준비하는데, 그 설레 임은 따뜻함을 동반한다. 봄이 온 것을 느끼는 것은, 혹은 봄이 온 것을 아는 것은 온기를 통하여, 몸을 통하여 체득하는 것이다. 몸은 온기를 감지하여 바람의 변화를 알아 체서 머리에게 전달한다. 따스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면 봄이 왔다고 감지하는 것이다. 몸은 그런 의미에서 생각 앞에 존재한다. 봄을 봄으로 느끼는 것은 몸이며, 이 봄의 미래를 자각하는 것은 작가의 사유에서 나온다. 앞으로 봄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현대인의 삶에 대한 고찰로서 ‘그해 봄’이 잔잔한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쌀쌀한 공기가 밀려가고 햇살이 동시에 느껴질 때 비로소 따스함을 말할 수 있다. 차가운 현실에서 온기를 보듬을 줄 아는 사진을 보면서 의외의 순간 뜻밖의 선물 같은 ‘그해 봄’을 미리 만끽하는 즐거움을 얻게 된다.  

 

 

Spring Of The Year 50-5_100X135cm

 

 

Spring Of The Year 50-6_100X135cm

 

 

 

 

 

 

 
 

오윤경

 

개인전 | 그해 봄(인사아트센터) 2018 | 초대전 제1회 중국 심천 국제시민 축제 2015 | 초대전 부산 금정문화회관 대전시실 2015

 

초대전 | 그해가을(갤러리온) 2015 | 부스 개인전 독일 아트페어 2014 | 개인전 그해가을(인사아트센터) 2014 | 개인전 그해여름(인사아트센터) 2012 | 개인전 그해겨울(경인미술관) 2012

 

 
 

vol.20180328-오윤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