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관 木家具 초대展

 

- 8할의 아름다움 -

 

 

2017. 12. 2(토) ▶ 2017. 12. 14(목)

서울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blog.naver.com/kimboseong66

 

 

 

 

- 8할의 아름다움 -

 

나는 목수⽊⼿다. 가구를 만드는 목수. 목수로서의 나는 예술과 디자인에서 추구하는 ‘형태의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없다. 대신 ‘깊이’가 주는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내가 추구하는 목가구의 미美는 <더 잘 만든 것의 아름다움>이다.

 

‘더 잘’에서 ‘더’라는 단어는 ‘이전의 것’과‘ 다른 것’에 상대하는 부사副詞다.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가구는 이전에 내가 만든 가구보다 더 아름다우며, 다른 이가 만든 가구보다 더 아름답기를 원한다. ‘더 잘 만든’의 ‘잘’은 어떤 기준에서의 ‘잘’인가? 나는 그 기준을 <8할의 아름다움>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8할의 아름다움>이란 ‘적절한 멈춤’을 의미한다. 11이나 15의 넘침도 10이나 9의 꽉참도, 7이나 6의 부족함도 아닌, 그저 8할 정도의 자족함을 지닌 가구. 빔虛과 과잉過剩의 경계에서 스스로가 가장 온전할 수 있을 적절한 위치에 자리잡은 형태形態. 그 형태를 잡아주는 단단한 수공⼿⼯의 신뢰. 내가 만들고자 하는 가구는 이러한 가구이다. 눈을 현혹케 하는 신기한 형태나 장식적 요소는 적어도 내가 만드는 가구에서는 해악에 가깝다.

 

가구에 있어 ‘8할의 아름다움’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것은 조선의 목가구이다. 조선의 공예, 특히 도자와 목가구가 성취했던 높은 수준의 아름다움은 인류 문화사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존재한다. 나는 그 핵심에 8할의 미학이 존재한다고 본다.

 

한국 전통의 미적 특질은, ‘멈춤’, 적절한 멈춤의 아름다움에 있다. 못 해서 또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지만 혹은 알기 때문에 멈추는 것. 끝까지 다다른 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 더 할 수 있는데 멈춘다는 것은 깊은 미적수련 없이는 불가능하다.

 

목가구를 포함한 공예란 기본적으로 ‘지역성’을 벗어날 수 없다. 혹은 벗어나서는 안 된다. ‘글로벌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창궐할수록 공예에 있어서의 지역성은 더욱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고 있다. 조선의 목가구는 ‘조선’이라는 특정한 지역성을 몹시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의 가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선을 비롯한 전통 공예의 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만드는 가구는 한국이라는 지역성을 토대로 한 가구이다. 지역성을 토대로 한다는 뜻은 가구가 예술이나 디자인이 되기 전, 그러니까 ‘공예’의 영역으로 회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들에서 출발한 나의 작업들을 <조선 클래식 The Joseon Classic>이라 명명하며, 조선의 공예품이 품었던 ‘8할의 아름다움’을 내가 만든 가구에 구현하기 위해 정진하고있다.

 

작가노트-

 

 

 

 

 

 

 

 

 

 

 

 

 

 

 

 

 

 
 

 

 
 

vol.20171202-김윤관 木家具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