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이 초대展

JEONG, SUN LEE

 

Nature-무언의 함성

 

Nature-무언의함성_145x90cm_구김종이위에 혼합재료_2017

 

 

김포아트홀 1층 전시실

 

2017. 11. 8(수) ▶ 2017. 11. 14(화)

Reception | 2017. 11. 8(수) p.m6:00

경기도 김포시 돌문로 26 김포아트홀 | T.031-996-1603

 

www.gcf.or.kr

 

 

Nature-무언의함성_230x120cm_구김종이위에 혼합재료_2017

 

 

정선이 작가 근작에 대한 또 다른 시선

화사한 외형에 감춰진 것들

 

글|홍경한(미술평론가)

1. 우린 작가 정선이의 근작에서 ‘꽃’부터 본다. 당연하다. 부드러운 느낌의 ‘꽃나무’ 두어 그루를 담은 작품들도 있지만 대체로 만개한 붉은 꽃들이 가장 두드러지는 형상일뿐더러,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 꽃들은 강렬한 색과 덩어리감이라는 조형요소 덕분에 그림 자체의 구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민하게 그려진 풀숲(자연물들이 주를 이룬다)을 배경으로 평면적으로 혹은 덤덤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꽃들은 아주 사실적으로 재현되었다고 보긴 어려우나 충분히 인식적이다. 특히 빛과 색, 명암, 운율이라는 표현의 네 요소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이기에 전달되는 편안한 여백은 생동감과 생명성, 초로한 것에도 눈길을 두는 작화적 시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꽃의 기호적 의미를 다층적으로 생각해보면 그의 꽃그림들은 어떤 것에 관한 대체물로써 설정되어 있다는 여운을 심어준다. 그것은 바로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 그 생존의 몸부림이다. 현대인의 불가피한 상황이 투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겹겹이 누적되거나 무언가에 억눌린 상황을 디테일한 배경과 상징적 꽃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섬세하게 다듬어진 배경은 어느 공간 한 귀퉁이에 의지한 채 처절하게 말라 타들어가는 초조한 존재를 되새기게 한다. 고통 속에 저어가는 삶이라는 여정, 그 여정을 잉태한 모태로서의 공허함이 화사한 꽃 뒤에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그의 <nature-무언의 함성> 시리즈는 꽃이라는 사물을 중심에 놓고 있으나 작가 자신을 포함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현실적이 고도 심적인 부분과 연계된다. 이는 어쩌면 동시대인으로써 누구나 겪는 바람과 행복, 진실, 욕망, 욕심, 좌절 등을 적시한 생명률, 그리고 그에 반하는 ‘고통 속 지속의 오늘’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해석이 완전하진 않을 수 있다. 허나 작가의 그림들은 이것저것 다양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콜라주 형식으로 들어서 있는 일정한 틀(화분)을 봐도 그렇고, 배경과 꽃의 밀도와 투박함만 봐도 그렇다. 적어도 이 장치들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 가시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춰진 여운에 그 결과가 들어 있음을 말한다.

 

 

Nature-무언의함성_40x40cm_구김종이위에 혼합재료_2017

 

 

2. 그렇다면 그 감춰진 여운의 참 모습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이 꽃들은 생명의 끈기를 대리한다. 즉 작가의 삶과 평행선을 이루는 표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그의 꽃들은 사실상 살아옴과 살아감, 살아가야할 것들과 맥이 같다. 다른 측면에선 일종의 ‘자유의지’와 결을 함께 한다.

더구나 화면에 배어들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읽혀지지 않거나 어느 작품에선 삐죽거리듯 드러난 채 자신의 위치를 확연히 각인시키며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는 배경으로 인해 붉은 꽃은 더욱 도드라진다. 이는 묘사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상징으로써, 결국 작가 자신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물임을 나타내는 은유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자유의지이다. 자유로움은 어떠한 것에 대한 갈증을 적시한다. 길, 방향, 나아감, 나침반 등, 그가 숨 쉬고 있는 현실세계를 가리키며, 온갖 번뇌 가득한 세상을 뜻한다. 이 같은 시선은 겹겹이 펼쳐진 구김종이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화선지를 구긴 종이를 통해 복잡다단한 삶을 드러낸다. 그 의미들을 섬세한 풀숲과의 대조를 통해 극대화 시킨다. 따라서 그 위에 먹과 아크릴을 혼합해 얹힌 꽃들은 작가 자신이거나 우리의 상징, 초상과 다름 아니다. 우린 그저 그가 그려 놓은 꽃의 화려함에, 또는 손 맛 가득한 배경에 가려 온전히 읽지 못할 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람객은 강렬한 색깔과 꽃의 형상으로 인해 작가의 그림 속에 담긴 세상의 복잡함과 비정함, 화분마냥 틀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존재의 이면을 좀처럼 보지 못한

다. 빼어난 묘사, 군더더기 없는 조형미 탓에 그에게 꽃이란 삶의 내재율과 동일함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오히려 꽃이라는 대중적 이미지, 형태와 색채가 제공하는 가시성, 재료를 통한 동서양의 절묘한 교차, 시각적 활기를 가져다주는 조합에 의존하기 십상이다. 물론 그의 작업에 관한 크리틱

도 대개 그 범주에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Nature-무언의함성_53x45.5cm_구김종이위에 혼합재료_2017

 

 

3. 필자는 겉과는 달리 그의 작품에 내부에 숨겨져 있는 것들에 관심을 둔다. 살아가야 한다는 것, 붙잡아야할 삶의 지속이란 실제적 삶에서 어떤 가능성들의 분절과 집합을 느낀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작가적 삶을 모태로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직조되는 실존의 세계와 맞닿고 있다. 이는 정선이가 구축해온 세계 내에서 발화되는데, 이는 역으로 그에게 실존이란 선택을

제한·제약하는 구체적 상황 자체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현존재로써의 확인을 반복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에 관한 해석과는 별개로 작가가 보내온 작가노트와 여러 그림들을 접하며 문든 스치는 건, ‘작가에게 있어 그림이란 무엇일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타자의 시선에 봉사하

는 이미지들의 향연이 아니다.(아니, 아니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마음속 어딘가에 감춰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창의적 조어이다.(허나 표면적으론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회화를

통해 삶의 영속성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본다. 작가 정선이에게 예술이란 형상을 포함한 다양한 회화적인 요소들을 포함한 부수적 가치로 정의되기 보단 그것이 본질을 이끄는 통로이지 않을까를 말이다. 말은 이리 해도 필자 역시 그의 미술에 관한 정의가 어떤지, 필자의 관점이 정답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그저 그가 그린 일련의 그림들이 살아 있음을 자각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목도하려는 의지의 표출임을 내비치고 있을 따름이다.

어쨌든 그는 그림을 그리며 실존에 대해 파악하려 하고 그것의 발화에 고민하는 듯 보인다. 예술가로써 살아온 지난하고 고난스러운 여정,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 채 다양한 세상사의 번민들을 들춰내어 부딪치며 실존을 획득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정선이의 작품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해체시키는 유일한 도구이면서 존재성과 의미를 인지토록 하는 매우 충실한 매체이다. 남들은 알 수 없더라도 본인은 진실한 내면과 마주하는 통로이자 거울이고, 예술적 정신과 가슴에 끝없이 쌓이는 희로애락을 담은 그릇이다. 따라서 꽃을 그저 꽃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기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장막일 뿐이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기에 마지막으로 아쉬움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필자는 그의 그림에서 하나의 심상을 지닌 객체의 주관적 접근성과 작자의 의도가 보다 원활한 양상으로 전개되려면 외형에서 내면으로-형상에서 인식으로-설명이나 기술이 아닌 감각의 전환에 치중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표현에 있어 또한 완전한 ‘덜어냄’이나 보다 치밀한 전개도 고려할 만하다. 그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미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출구가 열린다. 이를 근작들에 적용하면, ‘위기감을 느낄수록 더 처절하게 피워내고,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의해 포박당하는 대상이 반드시 꽃이 아니도 된다’는 의미다.

 

 

Nature-무언의함성_65.5x53cm_구김종이위에 혼합재료_2017

 

 

Nature-무언의함성_73x61cm_구김종이위에 혼합재료_2017

 

 

 

 

 

 
 

정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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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2017년까지 단체전 및 초대전 350여회이상.

 

 
 

vol.20171108-정선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