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청년미술상

 

오정미 展

 

" 화훼본색- 오해된 시선 "

 

화훼본색-오해된 시선_145.5x112cm_장지에 채색_2017

 

 

 

 

2017. 8. 30(수) ▶ 2017. 9. 5(화)

Opening 2017. 8. 30(수) PM 12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219-7 | T.033-640-4271

   

https://gnmu.gn.go.kr

 

 

 

화훼본색-오해된 시선_112x145.5x2ea_장지에 채색_2017

  

 

꽃, 그 생명력과 인고의 흔적

 

한국화가 오정미는 8년째 꽃을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린다. 꽃을 그린다고 하면 흔히 아름답게 그린 꽃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작가의 꽃 그림은 이런 부류가 아니다. 꽃에 대한 진지한 사색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의 섭리, 삶의 본질을 투영시켜 놓은 하나의 화제(話題)로서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꽃에 각별한 이미지와 의미를 불어넣은 일련의 꽃그림들은 자세히 보면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꽃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마치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본 것 같기도 하고 3차원 세계의 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도 예쁜 꽃의 이미지를 함축한 듯도 하다. 하지만 이 꽃들에는 꽃들이 생존하기 위한 강인한 힘줄기 혹은 근력과도 같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다. 실재적인 공간에서 보기 힘든 또 하나의 꽃의 이미지가 생존하는 듯한 현상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그린 꽃들은 동적인 모습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함축하고 있다. 이 생명력은 일반적인 생명력과는 다른 생명력 이상의 또 다른 생명력임이 분명하다.

  

작가에 의해 표현된, 또 다른 생명력을 지닌 꽃들은 꽃이라는 형상을 빌려 작가 자신의 의도를 은유적·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라 생각된다. 그러기에 작가가 그리는 이 꽃들에는 상징적이면서도 이중적인 속성들이 함축되어 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꽃의 중심에 영원성이나 이중성, 다변성이 담겨져 있다고 여기면서 은유적·상징적인 면을 아래와 같이 적어 내려간다.  

 

 

화훼본색-오해된 시선_120x60cm_장지에 채색_2017

 

 

화훼(꽃)는 여성이 사회제도적 억압에 반발하면서도 희생과 인내를 감내하는 ‘이중적 감성’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외관의 형태는 아름답지만 그 본질은 아름다움의 욕망이 추함으로 드러나도록 과장된 잎맥과 결을 강조함으로써, 내면을 덮고 가식적인 외관으로서의 삶에 대해 무게를 두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중의적인 의미는 화훼가 지닌 본질을 현대 여성이 지닌 다의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대리물로 보고 여성의 유비로 이해하여 표현한 것이다. 여성이 지닌 다의적인 면의 근원에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남성과 다른 특성을 지닌 데서 그 차별성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11년 전시 도록- 작가노트」

 

작가가 이처럼 꽃의 생명력이라는 묵직한 콘셉트를 설정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연약한 꽃 속에 나타난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름답기만 한 꽃으로 보였지만, 꽃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꽃이 지닌 끈질긴 생명력에 관심을 지니게 되었고, 시공 속의 생명력의 미묘함을 체득하면서 ‘꽃을 통한 나와 여성과 생명’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고에 의한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동하였으며, 아름답지만 고난을 딛고 일어서야만 하는 인고의 생명력을 작가만의 독특한 사색과 관조(觀照) 속에서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이 생명과의 관계는 작가의 예술 전개에 동기를 부여해주는 중심 콘셉트로 자리 잡게 되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중심 사유개념이다.

 

 

화훼본색-오해된 시선_120x60cm_장지에 채색_2017

 

 

작가의 이러한 사색은 곧 완벽한 재현에 입각한 꽃의 형태를 탈피하여 환상적이면서도 탈정전화(脫正典化)적인 이미지를 표출하게 한다. 예쁜 꽃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재현의 경계와 추상표현주의자들 같은 비형상의 세계를 넘어선 것이다. 대중과의 유리로 빚어진 추상적 소외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성을 구축하고자 시작된 관조적인 사색은 마침내 꽃을 통해 우리 시대의 현대 여성들의 삶, 다시 말해 가부장적인 사고방식 속에서 나타나는 생물학적인 혹은 사회적인 성 차별에서 비롯된 여성의 불평등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보는 꽃의 내면에는 욕망이나, 배반, 은폐, 가식과 타협, 사회적 억압에 대한 여성의 반발, 인내 등의 다양한 면들이 공존하는 이중적 감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복합적 양면성은 여러 변화의 과정을 거쳐 알레고리적인 은유, 상징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연약하기만 한 꽃을 통해 억압, 은폐, 가식, 타협, 반발과도 같은 후기모더니즘적 콘셉트를 지닌 패미니즘 성향의 사색을 하는 작가는 한편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제도 속에서 인내하고 희생하는 불평등적인 모순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면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는 화면 안에 어느 한쪽이 잘려나간 절단된 꽃의 형상을 그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회 이면에 숨겨진 ‘억압된 은폐’를 담담하게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형식인 것이다. 일부 잘려 나간 꽃을 통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추리와 상상력을 동원케 하며 우리 사회가 지니는 성차별 등의 모순들을 담아내려 한다. 더 나아가 성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의 모순 구조를 연약한 꽃을 통해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직시하면서도 서구의 조형처럼 사실적인 조형성을 탐닉하거나 추상적 표현성을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서구의 이념과 조형적 사조들을 과감하게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화훼본색_90.9x72.7cm_장지에 채색_2016

 

 

‘억압된 은폐’를 담담하게 보여주기 위해 작가는 장지를 주로 사용하였는데, 역경과 세월의 흔적을 표현하기 위해 색을 덧칠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얼룩과 스크래치는 인내와 고통의 의미로 내면을 삭이는 흔적들이다. 여성의 힘든 세월의 누적을 붓의 덧칠함과 색의 쌓임을 통해 좀 더 공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호분을 장지 위에 덧칠하고 물이 쉽게 번지지 못하도록 하였다. 마치 인고의 세월을 표현하기 위해서인 듯 여러 색층을 형성하며 물감과 물로 지우고 쌓아 올린 흔적들이 채색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단지 색채로만 끝내지 않고 꽃의 생태를 유심히 관찰하는 가운데 이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물론이고 시공간의 영역까지 조형적으로 인지하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 작가는 먼저 물감이 종이에 스미지 않도록 아교와 호분으로 밑 작업을 철저하게 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의도하는 세계를 오랜 시간을 두고 조형화해 갔다.

 

작가의 조형적인 실천에 있어서는, 인고의 세월과 고뇌에 찬 여성과 인간의 이면에 나타난 사회적 현상 관계를 기조로 설정하며, 인고와 극복 그리고 흔적이라는 극히 제한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메시지가 하나의 조형으로 드러나도록 색과 필을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층으로 색채의 층을 형성시킴으로써 이면에 담겨진 생존하기 위한 치열함과 함께 여성의 성에 대한 모순된 고뇌가 형과 색으로 상징화 수 있도록 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고의 세월 속에서 이루어진 아픔과 억압과 은폐, 허무와 소멸이라는 상황을 단아하고 선명한 색으로 표현하면서 사회적 삶의 불확실성과 한 단면을 자신의 조형적 단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고민과 조형적인 소통은 연약하고 불확실한 시대의 혼란스런 세상을 향해 던진 생명성의 고귀함을 피력한 메시지라 여겨진다.  

 

 장준석(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연구소장)

 

 

화훼본색-오해된 시선_65x35cm_장지에 채색_2017

 

 

 

 

 

 

 
 

오정미

 

M.F.A. 숙명여자대학교 (한국화) | B.F.A. 숙명여자대학교(한국화) | Ph.D. 숙명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개인전 | 2017 강릉시립미술관 제2전시실 | 2017 갤러리 아띠 | 2015 강릉시립미술관 제3전시실 | 2015 갤러리 한옥 | 2013 가나아트스페이스 | 2011 인사아트센터 | 2006 갤러리 올 | 1994 삼정아트스페이스

 

부스전 | 2013 IAAF SEOUL 2013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11 제 11회 KCAF(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08 서울오픈아트페어(무역센터코엑스 인도양홀) | 2007 동양화 새천년전-지평의 확장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07 NAAF2007(West Japan Convention center ANNEX) | 2005 춘추회 부스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04 동양화새천년기획(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01 고양현대미술제(일산호수공원내 꽃 전시관)

 

단체전 | 서울아트쇼(코엑스 전시관) | 인도국제교류전(인도문화관) | CONTEMPORARY KOREAN ARTISTS INVITED EXHIBITION (Modern Jun Gallery,NY) | Art Sydney07(Royal hall of Industries, Moore Park Sydney Australia) | 물과 바람 그리고 생명전(주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일본) | 한국정예작가초대전(단원전시관) | Seoul-Chicago(Foster Gallery,시카고) 등 다수

 

E-mail | ojungmi@hotmail.com

 

 
 

vol.20170829-오정미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