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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근 展
빛-시(時)들의 책(LightA book of poems)_53.0x45.0cm x 150ea_mixed media
빛-시(時)들의 책(LightA book of poems)_53.0x45.0cm x 15ea_mixed media
정용근의 <빛 - 시(詩)들의 책>
정용근은 여러 매체를 두루 섭렵한 작가이다. 통상 한가지 매재를 사용하는데 비해 정용근의 경우 자신의 전공분야인 수채화는 물론이고 유화, 아크릴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색다른 시도로 자신의 면모를 드러낸다. 모든 출품작이 지지체에서 융기한 ‘부조회화’로 되어 있는데 이만하면 작가를 필드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해내는 ‘토탈 사커’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작품의 성격과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번에 선보이는 ‘부조 회화’부터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가까이에서 보면 그의 화면은 레고처럼 볼록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선으로 꼴을 만들고 화면을 얼개지은 작가가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손에 든 무기는 붓이 아니라 글루건(glue gun)이다. 글루건이란 총모양으로 생긴 것으로 플라스틱을 가열하여 녹인 후 나무나 금속, 세라믹 등의 물체를 붙이는 데에 사용하는 기구를 말한다. 이처럼 글루건을 이용하여 정확히 라인을 긋고 조각도로 깍아 면을 만든뒤에 사포질을 하여 깔끔하게 형태를 만든 다음, 모델링 페이스트와 용매재를 입혀 마지막 채색을 거쳐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작가로서도 처음 사용해보는 글루건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플라스틱이란 재료가 한번 굳으면 수정이 불가능한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실수를 하여 번번이 망치기 일쑤였으나 시간을 거듭할수록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익숙한 수채화를 놓아둔 채 새로운 재료에 도전하는 작가의 실험정신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용근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반적으로 신앙과 분리되어 다른 작품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의 경우는 작업과 신앙이 통합되어 있다. 기독미술단체와 일반 미술전시에서 그는 한결같이 기독교신앙에 기초한 작품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오고 있다.
빛-시(時)들의 책(LightA book of poems)_53.0x45.0cm x 15ea_mixed media
이번 작품전을 위해 그가 준비한 것은 <빛 - 시(詩)들의 책>이란 주제 하에 성경의 시편 150편을 모두 화면에 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작 동기가 눈길을 끈다. 그는 이른 아침에 새벽예배에 나가 목사님의 설교 내용을 종종 스케치하곤 했는데 얼마 후 성경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리고 이것이 이번에 발표하는 시편묵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연작을 완성하는 데에 3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스케치를 하는 데만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고, 나머지 작품제작에 2년이 소요되었다. 시편 150편의 방대한 분량을 작품으로 옮긴 작가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영국의 로저 와그너(Roger Wagner)가 산마르코 성당의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아 제작한 유화와 판화로 구성된 ‘시편 책자’가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시편을 주제로 한 그림이 희소한 것은 신, 구약의 내용이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는데 비해 시편은 특정한 사건보다는 묵상과 찬양과 경배, 기도에 맞추어져 그것을 시각화하는 것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용근이 시편을 주제로 삼은 것은 최고의 ‘경건 문학’(devotional literature)을 자신의 시각언어로 풀어봄으로써 그 의미를 되새기고, 그속에서 기쁨과 위로, 지혜와 교훈을 얻고자 하는 데에 있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보다 기본적으로는 그가 시편 연작을 제작했다는 것은 그 안에 함유된 부요한 관념들에 대한 묵상과 아울러 미술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를 하였다는 것을 뜻한다.
빛-시(時)들의 책(LightA book of poems)_53.0x45.0cm x 15ea_mixed media
그의 <빛 - 시(詩)들의 책>은 모두 10파트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구간마다 각기 다른 주조색을 띠고 있다. 1편에서 15편까지는 갈색, 16편에서 30편까지는 진갈색, 31편에서 45편까지는 흰색, 46편에서 60편까지는 연보라, 61편에서 75편까지는 핑크, 76편에서 90편까지는 노랑, 91편에서 105편까지는 초록, 106편에서 120편까지는 청색, 121편에서 135편까지는 금색, 136편에서 150편까지는 동(銅)색을 기조색으로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실성을 띠기보다 여러 상징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패턴은 이전과 달리 시편 내용을 심도 있게 묵상한 결과로 생각된다. 가령 ‘귀’는 간구하는 소리나 들음을, ‘입’은 말하는 것을, ‘손’은 기도하거나 경배하는 것을, ‘태양’은 예수님의 빛과 진리, ‘양떼’는 주님의 백성, ‘하트’는 하나님의 인자하심, ‘호롱불’은 정의와 공의, ‘왕관’은 하나님의 영광과 권능, ‘두루마리’는 계명을 각각 표상한다. 시편에는 자주 나오는 찬양은 ‘비파’와 ‘종’(鐘), 그리고 ‘음표’로 대신하였다. 이 외에도 산과 별, 나무, 하늘, 물고기와 같은 자연 이미지들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같은 이미지들은 관객이 시편의 내용과 줄거리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픽토그램(pictogram)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시편 연작을 제작하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전달의 정확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기하기 위해 각 편(篇)마다 몇 번의 스케치를 하였는데 매 스케치마다 작품에 들어갈 이미지와 구도, 색상과 내용 등을 빠짐없이 적어놓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편 묵상회화가 탄생하였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작가의 굳건한 믿음은 그의 작화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빛-시(時)들의 책(LightA book of poems)_53.0x45.0cm x 15ea_mixed media
“삶의 미로 이 길에서/주어진 주제를/기도와 간구속에/무심히 그려가네/계시와 묵상속에/ 내 영혼 잦아들 때/ 작은배 조용히/저어가 본다.//---이 죄인 주님 앞에/가소로운 존재되어/뒤꿈치를 붙들며/ 가시관 보혈의 강가에서/ 그 팔 아래 누워본다.(정용근의 “시편”중에서)
이 글을 보면 작가가 시편연작을 ‘기도와 간구’, ‘계시와 묵상’속에서 준비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관찰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구도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차이가 그림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누구보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예술가들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런 세간의 선입견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이 그는 ‘신의 섭리’ 하에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투영시키는 입장을 취한다. 궁극적인 진리를 묵묵히 따르는 그의 충직한 태도를 읽어볼 수 있다. ‘가시관 보혈의 강가에서 그 팔 아래 누워본다’는 말은 중생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시편을 묵상했다는 말이며, 그 결과가 그림으로 펼쳐진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이 시편을 주제로 한 책에서 고백하기를 “그 시간들은 지성소의 위대한 시인의 하프 소리가 내 귀를 매혹시킨 선택받은 시간이었다”고 고백하였듯이, 작가도 창작에 몰두하는 동안에 ‘위대한 시인의 하프소리’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일상이라는 전쟁터에 나간다.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려면 일생의 필요를 충족시킬만한 식량과 무기를 비축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바로 이런 ‘영적인 식량’과 ‘영적인 무기’를 시편의 시에서 찾지 않았을까. 기독교 작가는 다른 작가에 비해 창작의 영감을 제공받을 기회가 훨씬 많다. 드라마틱한 성경의 이야기가 그러하며 삶의 무대부터 자연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소재가 다양하다. <빛 - 시(詩)들의 책>은 그의 창작생활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눈부신 기독교의 성장에 비해 우리나라 기독교 예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이었는데 그가 시편연작을 완성시켰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성경그림을 그린 작가들의 작품이 역사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 정용근의 작품은 다윗을 비롯한 시편 저자들의 시를 압축하여 시각언어로 재구성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우리나라 기독교미술의 역사에 한 획을 긋을 기념비적인 작품을 가까이에서 목격할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개인전은 시편에 아로새겨진 절절한 내용을 작가가 얼마나 탁월하고 예술적으로 해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끝으로 그의 시편 연작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전국의 교회를 돌며 순회전시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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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근 | 鄭容根 | Jeong, Yong-Keun
경성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 16회 | 세계수채화대전 초대 | 아시아 국제수채화전 초대 | 대한민국 예술원 기획 초대(예술원 전시관) | 한양에서 서울까지 400년전(갤러리상) | 대한민국 크리스천아트 페스티벌(대구,부천문화회관) | 화랑미술제(벡스코,무역센터) | 한·중 당대 우수작가전(북경798미술관) | 독도 진경전(가나아트센터) | 크리스마스 축제 초대 개인전(BS 갤러리) | 공주 국제미술제 특별전(임립미 관) | 한국 수채화 중견·원로 33인 초대전(거창문화재단)외 다수
제1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국립 현대 미술관) | 제35회 목우회 미술대전 최고상 수상(서울 시립 미술관)
現.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목우회 | 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 부회장, 부산경남지회장 역임 | 대한민국미술대전, 목우회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부산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 역임 | 동아대학교 사회교육원 외래교수 역임 | 부산기독미술협회 회장 역임 | 부산미술협회 창립수채화분과회장 역임
방송출연 | KBS 아침마당 | KBS 다큐멘터리 마이웨이 | MBC 동해남부선의 봄 스케치 | MBC 작가 탐방 특집 | CBS 새롭게 하소서 | 월간 조선 인물 특집 | 삼성생명 작가 탐방 특집 | 부산시청 관보 다이나믹 특집 | 가이드포스터 특집 | 낙동강 작가 특집 | 부산미협회보-시와 미술 특집
작품소장 | 국립미술관, 문예진흥원, 민주공원, 극동방송 본사, 고려신학대학원, 일신기독병원, 진해 해군사령부, 창신 중.고등학교, 신평로 비전센터, 세광교회 협성르네상스건설
E-mail | keun16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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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70829-정용근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