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초대展

 

'복풍(伏風)'展

 

오복_32x32cm_부채_2017

 

 

장은선 갤러리

 

2017. 7. 12(수) ▶ 2017. 7. 22(토)

Reception: 2017. 7. 12(수) pm 4:00-6:00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3-8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만복_32x32cm_부채_2017

 

 

그림자가 없는 그림

 

지독한 열꽃이 번지듯 혹은 소리 없는 작전처럼 엄습하던 단풍들은 이내 자취를 감추었고, 물은 식어 땅 속으로 물 속으로 자꾸 스며듭니다. 땅 위에는 떨어진 낙엽들만 이 골 저 골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특별히 새롭지 않은 일상적 풍경이지만 특별한 사람들은 그  바람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서 몸으로 부대끼며, 글과 그림 또는 예술의 이름으로 스스로의 각질을 벗기고 맨살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 속에 김상철(三山)이라는 사람도 섞여 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고 현재 월간 미술세계의 편집 주간으로, 미술비평가로 글을 쓰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립니다. 이상한 것은 공평아트 관장을 그만 둔지 오래 되었건만 가까운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김 관장이라고 부르는데 더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관장으로 재직 시 고상하고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미 어느 정도 경직된 사람들의 삶과 그림보다는 물렁물렁한 사람들과 치열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배려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상하의 격식과 욕망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고 리드미컬한 그런 모습이기에, 그의 행보는 현실 속에서 더욱 소중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는 참으로 탁월한 관찰자이며 서술자여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삶과 사물이 투명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그의 글은 단순하지만 폐부를 훑는 글이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붓을 드는 그대에게>라는 지면을 통해 비평가라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땅의 젊은 예술가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예리한 비판과 함께 애정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의 문장은 붓을 드는 자로서의 삶이 허영과 권위로 물들 때 살며시 일깨워주는 글이며, 너무 앞서고 멀리 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마는 멍한 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그런 글들입니다. 갑자기 한 토막 읊조림이 떠오릅니다.

 

 

가족_73x72cm_한지에 수묵담채_2017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헉헉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김수영-‘봄밤’부분)

 

또한 그의 박학다식함과 통찰력을 지켜 본 나로서는 그를 학지(學知)라기보다는 생지(生知)라고 부를만하며, 덧붙여 그의 행적에는 무당의 끼가 진하게 배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정된 형체가 없기에 피, 아의 구별도 없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모든 것을 뚫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곤지(困知)(김수영의 시 ‘하…그림자가 없다’에서 인용)의 상태에서 분별로 허둥대는 사람에게는 신기할 뿐 아니라 투명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그림자가 없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는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려 왔는데 특히 부채에 그린 그림들은 흔히 볼 수 있는 부채 그림과는 다른 멋과 맛이 있습니다.

 

 

동행(同行)_71x71cm_한지에 수묵담채_2017

 

 

그의 그림에는 욕심이 없어 막힘없이 술술 그려지고 매우 자족적인 면을 띠고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화의(畵意)는 현실적인 삶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 숨어있어 비수처럼 정곡을 찌르고 있으며 곁들여지는 글 속에 그 의미가 드러납니다. 그는 이런 그림들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절히 골라 주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여…곱씹어 볼수록 의미 깊은 그림들입니다.

 

이미 부채 그림으로 한 차례의 개인전을 한 그가 다시 전시회를 준비합니다. 부채 그림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글로서도 충분하지 않은 그 무언가가 겹겹이 쌓여 있는 듯 합니다. 지인들에게 다양한 재료에 대해 물어보는 것으로 보아 기존의 부채 그림과는 다른 그림일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관찰자로서 붓을 드는 사람들에게 해 주던 말을 스스로 붓을 든 자가 되어 펼쳐내 보이는 것이나 그 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머지않아 하얀 눈이 내려 잠시나마 세상을 아름답고 포근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급한 마음은 벌써 다음 계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심어린 축하와 함께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랍니다.

 

글│이만수(성신여대 교수, 동양화가)

 

 

자주꽃피면 자주감자_73x72cm_한지에 수묵담채_2017

 

 

 

五月(5월)_73x72cm_한지에 수묵담채_2017

 

 

 

동덕여대 교수이며 한국화가인 김상철 선생은 여름의 무더운 삼복더위를 잊게 할 특별한 전시를 장은선갤러리에서 한다. 초복에 시작하여 중복에 끝나는 김상철 교수의 전시는 ‘복풍(伏風)’展이란 타이틀로 부채에 그린 작품을 포함하여 작가가 느끼는 여름정취를 화폭에 옮긴 작업을 선보인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소소한 농촌 자연모습 을 비롯하여 여름에 자주 등장하는 동식물을 작업의 소재로 채택하여 화면에 재미있게 담아냈다.

 

뜨거운 태양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하얀 눈꽃이 만개한 하얀감자밭과 여름 밤하늘을 닮은 자주 꽃이 피는 자주감자밭 풍경. 들풀사이를 자유롭게 나풀거리며 여름을 즐기는 호랑나비들. 6~7월이면 흔하게 볼 수 개망초 꽃밭에서 노니는 꿩 한쌍 등 여름농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담한 모습을 그려낸 작가의 한국화 작업은 도심에 사는 이들에게 순수하고 싱그러운 자연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정방형 한지에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자연의 정서를 담아냈다면 작가의 부채 작업은 성격이 조금 달리 표현되었다. 부채라는 제한적이고 형식적인 틀 안에 조금 더 집약적 느낌으로 완성된 부채 연작은 부채 안에 그려진 한국화와 함께 제목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림소재와 언어의 유희로 완성된 부채 작업은 우리 선조의 풍류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으며 김상철 선생의 부채 작품을 봐온 한 미대교수는 ‘흔히 볼 수 있는 부채 그림과는 다른 멋과 맛이 있다... 곱씹어 볼수록 의미 깊은 그림들이다’며 감상을 전한다.

 

이번 장은선갤러리 ‘복풍(伏風)’展은 하얀 한지에 청량한 색감으로 풀어낸 김상철 선생의 부채그림과 신작들이 불볕더위를 이겨낼 시각적인 시원함을 전한다.  

 

김상철 선생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후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 문화대학에서 동양예술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여러 전시를 기획하였고 지금까지 꾸준한 평론 활동을 하며 많은 작가들의 작업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동덕여대에서 후학양성과 더불어 2017 국제수묵화 교류전 총감독을 맡는 등 미술계 전반에서 활약 중이다.

 

 

더불어 가을맞기_73x72cm_한지에 수묵담채_2017

 

 

 

 

 

 

 

 

 
 

김상철(1958)은 서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대만 문화대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 공평아트센터 관장 및 월간 미술세계 주간을 거쳐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2 ~2006년까지 공평아트센터 재직 중 4년여에 걸쳐 <한국화 대기획>을 기획,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변혁기의 한국화 – 투사와 조망>, <붓질 – 수묵의 재발견>, <오늘의 필묵 – 그 기운의 환기>, <천년의 향기 – 한지의 재발견>, <전환기의 한국화 – 자성과 자각> 등 15회에 걸친 대규모 한국화 관련 전시를 기획하였다. 현재  한국화 평론 및 한국문화에 대한 글을 전문적으로 집필하고 있으며 서울 동산방 화랑, 인사아트센터, 갤러리 한옥 등에서 수차례의 개인전을 연 바 있으며, 역서로 <중국 근현대미술>, <동양화의 이해> 등이 있다.

 

 
 

vol.20170712-김상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