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현철 展

 

Watercourse 336_180x86cm_gypsum_2017

 

 

 

2017. 6. 9(금) ▶ 2017. 6. 21(수)

서울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동교동 167-15_600X240CM_휀스_2017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 채 실려 간다  

 

한 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 박소란 「노래는 아무것도」 “

 

 시인 박소란은 누군가의 낡은 리어카 위에 실려 가는 기타를 보며 그 기타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상상한다. 그리고 최후에는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기타에 감정이입하여 그리움을 담은 원망으로 글을 맺게 된다. 시인이 조우했던 누군가에게 한 때 구원이었을 지도 모를, 그러나 이제는 버려져 폐품으로 실려 가는 기타. 구원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새로워 질문을 멈출 수 없던 아이가 질문을 멈추는 순간과 닮았다.

 옥현철의 작업을 보며 박소란의 시를 떠올린 것은 두 사람이 버려진 혹은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물에 시선을 옮겨가, 그 안에 자신을 담는 방식의 유사성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만났을 풍경에 옥현철의 눈길도 머문다. 바로 일상이라는 시간이 덧씌워진 빛바랜 풍경들이다. 가만히 지난날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누구나 특별한 순간들에 대한 기억들은 선명하게 떠오르지만 그 순간의 전후에 있었던 일상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하루의 경로를 떠올려 보자. 지나쳐 온 거리의 풍경들, 냄새들, 소리들, 그리고 피부에 와 닿았을 햇빛이나 빗방울에 이르기까지 온전하게 홀로 겪은 일상의 감각들은 특별한 무엇이 없었다면 그저 흘려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흘려보내지고 버려진 누구도 찾지 않을 것만 같은 일상에 옥현철은 주목하는 것이다.

 한 때는 누군가에게 중요했을 수도 있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머금은 채 버려지거나 방치된 물건들에 옥현철은 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잘 가꿔지고 새롭게 만들어진 물건들보다, 빛바래고 낡아진 위에 덧칠하듯 시간이 씌워진 허름한 물건들에 왠지 눈길이 간다.’는 작가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삶에 대한 태도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그가 주목하는 일상들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누구도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는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 주겠다.’ 같은 교조적인 태도는 없다. 그저 덤덤히 그 풍경의 흔적들을 수집할 뿐이다.

 그가 수집한 흔적들 속에는 흘려보내어졌을 시간들이 여전히 남아 누군가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흘려보냈던 일상의 흔적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시인의 생각처럼 원망이 담긴 책망은 아니다. 최초의 표면 위에 덧칠해진 시간들이 만들어낸 평온하고 부드러워진 상냥함이 배어있는 말이다. 바로 ‘어쩌면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구원일지 모른다.’고 말이다.

 

 친구 윤영욱

 

 

동교동 167-15_디테일

 

 

상계동 749-4_410X500CM_장판_2014

 

 

 

 
 

■ 옥현철

 

201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대학원 졸업 | 2006 동아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개인전 | 2017 표면-중첩된 현재, 금보성 아트센터, 서울 | 2016 History Data Recorder, Art space ‘plasque’, 서울 | 2012 투명한 몸의 여운, Art space ‘Bom’, 부산

 

단체전 | 2016 비움-채움, 현대공간회, Artspace BEN, 서울 | 2016 이야기공장, 마감뉴스, 파주 | 2016 Across the Green Ocean , 2016 넵스헤리티지 대회, 여주 | 2015 스무가지 다름을 위한 서곡, Art space ‘plasque’, 서울 | 2015 사이공간 , 현대공간회, Space BM, 서울 | 2015 떠돈다는 것 흐른다는 것 , 마감뉴스 설치전, 오대산 선재길 | 2015 빈집+기담(奇談), 번지 문화예술 프로젝트, 수원 | 외 다수

 

 
 

vol.20170609-옥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