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tation to The Asid-Pacific Weeks Berlin

VEREIN BERLINR KUNSTLER/URANA Joint Invitation

 

ART Forum International

디지털시대에 한지와 유럽의 만남展

Dialogue of Hanji(Korean handmade paper) and Europe in the Digital Age

 

 

 

URANIA in BERLIN

 

2017. 5. 27(토) ▶ 2017. 6. 10(토)

 

 

초대의 말씀

독일 베를린주가 주최하는 제12회“아시아태평양 주간”행사의 일환으로 이곳 URANIA에서 독일작가들과“디지털시대 에 한지와  유럽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교류전을 갖게 된 것을 여러분과 함께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철학과 정서, 예술과 종교, 민간신앙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아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한지의 또 다른 변신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이 뜻 깊은 자리에 선생님을 정중히 초대하오니 부디 오셔서 조선 백자의 질박함과 담백한 빛깔을 빼닮은 우리의 닥종이, 한지의 감 성과 멋을 느껴보시고 아울러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 5.

 세계미술교류협회 회장 이 상 찬

Invitation

I am extremely delighted to have the valued exchange exhibition with German artists under the theme "Encounter Between Hanji and Europe in the Digital Era" at URANIA in Berlin on the occasion of the 12th Asia-Pacific Weeks (APW), hosted by the Berlin state government.

As one of Korea's proudest cultural heritages, Hanji has been used to record Korean history and culture in such various fields ranging from philosophy and emotion to art, religion and folk religion. This event will be a great opportunity to see new and innovative transformation of Hanji.

I would like to invite you to join this meaningful event exhibiting unpretentious Joseon Baekja (white porcelain made during the Joseon Dynasty (1392-1910)), beautifully modest-colored Dak paper (traditional Korean paper) and Hanji that shows Korea's unique sentiment and beauty.   

Thank you.

May 2017

LEE, Sang chan

Chairperson of The World Art and Culture Exchange Association

 

 

 

 

 

 

문재권 | 민병각 | 박영진 | 백원선

박동인 | 박복규 | 박옥희 | 차진호

 

 

서정순 | 이기전 | 송용 | 신인수

이명숙 | 이귀임 | 신희숙 | 이상찬

 

 

이재순 | 이운식 | 임춘택 | 이혜경 | 임옥진

이숙 | 최용천 | 장철석 | 정란숙

 

 

조현애 | 장리정리 | 장연희 | 최재종 | 팽용자

하기님 | 하미례 | 한기주 | 한영섭 | 황영숙

 

 

“디지털시대에 한지와 유럽의 만남”을 기획하면서

   한지, 그 가능성과 사유

 

 

 이 상 찬  세계미술교류협회 회장/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오늘날 디지털에 의하여 전 지구가 동일문화권으로 통합되고 동질화되어가는 시대 상황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유산, 한지와 유럽의 만남은 참으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20세기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비디오아트, 컴퓨터아트, 멀티미디어, 설치 미술, 디지털 아트 등 첨단 뉴 테크놀로지는 미술 영역에서의 장르 해체를 넘어 건축, 연극, 영화, 음악, 무용, 사진 등 모든 예술의 장르 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완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가 멸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디지털문화의 발달이 곧 인류의 행복과 비 례하는가 하는 철학적인 문제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가 고민해 봐야할 숙제로 남겨 놓은 채, 이미 현대인의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디지털문화는 일상생활을 넘어 인간과 예술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의 발달은 아날로그의 축적된 창조력이 그 원동력이 되어야 하고, 디지털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더라도 아날로그 감성과 여유는 잃지 말아야 한다. 아날로그가 주는 느림의 미학이 삶에 여백을 만들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우리의 애 환과 함께 행복과 인간미를 담아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즐기던 문화가 있었다. 아날로그문화가 쇠퇴해가고, 디지털의 빠르고 편리한 부가가치로 삶의 여백을 채워가면서, 우리는 윤택한 삶이 곧 질 높은 삶이란 등식이 성립되기를 기대하면서 삶의 여유와 여백을 반대급부로 제공하고 있다.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표현주의의 본고장이라 할 독일에서 ‘디지털시대에 한지와 유럽의 만남’을 통하여, 조선 백자의 질박 함과 담백한 빛깔을 빼닮은 우리의 닥종이, 한지작품 속에 담긴 조형언어로 그들과 대화하고, 양국 현대미술의 독창성과 동 질성을 확인해보는 동시에, 한민족의 얼을 오롯이 품고 있는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 한지의 아날로그적 정서와 감성을 그 들과 공유하는 일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한지는 우리의 고유한 풍토에서 자란 닥(楮)으로 좋은 물과 바람, 그리고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다. 한지는 우리의 역사를 만 들어 왔으며, 그 역사를 기록하는 것 또한 한지였다. 문명은 만들어지는 것이고 문화는 축적되는 것이라 한다면, 한지는 한 민족의 문명과 정신문화 모두를 담아낸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우리는 한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살아왔다. 예로부터 인간이 태어나 일생을 한지와 함께하다가 생 을 마감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한지는 글방의 문방사우로 불리면서 문인묵객들의 서화용지로 사용되었고, 한옥의 창호지와 온돌방의 장판지, 벽지 등, 주거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했는가 하면, 한지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생활용품(지 승공예, 지호공예. 지장공예. 색지공예, 후지공예, 지화공예 등)을 만들어내고, 무관들은 줌치 기법으로 만든 한지갑옷을 입 었으며, 혼례 때는 혼서지로, 제례 때는 축문지와 지방지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일생을 한지와 함께 하다가 생을 마감한 뒤 에도 오방색 한지로 만든 꽃상여를 타고 운명의 강을 건너간다. 이렇듯 한지는 단순한 종이로서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밀 접한 자리에서 예술과 종교, 민간신앙의 영역을 넘나들며 한국적 미의식을 싹트게 하였다.

 

한지의 물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제조과정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그 과정을 개괄적으로 나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한지는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의 풍토에서 자란 닥나무를 채취하여 삶고, 껍질을 벗기고, 햇볕에 말 려 흑피를 만든 다음, 흐르는 찬물에 불린 후, 외피를 벗겨 청피를 만들고, 다시 청피를 벗겨 백피로 만든다. 이를 햇볕에 건 조시켜 일광표백을 하여 백닥을 만든 다음, 맑은 물에 불리고 삶아, 이를 다시 씻고, 바래고, 티를 제거하고, 고해(찧기)를 하 면 비로소 닥섬유가 만들어 진다. 이 닥섬유(닥죽)에 닥풀(황촉규 점액)을 풀어 대나무 발을 이용하여 한 장씩  손으로 초지 하여 습지를 만들고, 이를 압착하여 물기를 빼고, 햇볕에 말리면 한 장의 종이가 되는데, 이를 다시 도침(다듬이질)을 하고 다리미질을 해야 비로소 한 장의 온전한 한지가 될 만큼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주로 11~2월에 닥을 채취하 여  추운 겨울철에 찬물에 담갔다가 말리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 진다하여 찰한(寒)자를 붙여 한지(寒紙)라 불리기도 하고 그 빛깔이 희다하여 백지(白紙)로도 불리지만, 아흔아홉 번의 섬세하고도 힘든 손질 끝에 한 장의 종이로 탄생된 뒤, 마지막 으로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손길이 한번 더해진 다음에야 온전한 생명을 얻는다 하여 백(白)에 일(一)을 더하여 백지(百 紙)라 불리기도 한다.

 

고유섭은 한국미의 특질을‘무기교의 기교’‘무계획의 계획’또는‘무관심성’이라고 정의했으며, 야나기 무네요시는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고 정의 했듯이 한지는 한국미의 특질을 가장 잘 품고 있는 매체다. 오늘날 한국미를 훌륭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표현매체로 재인식되고 있는 한지의 특성을 살펴보면, 우선 황백색 소지(素紙)의 질박한 아름다 움을 들 수 있다. 한지의 황백색 빛깔에 대해서‘흰가하면 누렇고 누런가하면 백옥같이 희다’고 했듯이 애써 그리 만들려 하지 않아도 닥 섬유질에 의하여 그냥 그렇게 태어난다. 양지(洋紙)가 주는 맛과는 사뭇 다른 은근하고 깊은 유현의 백색을 띄고 있어, 포근하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소지 그 자체로서도 충분히 아름답다. 소지의 섬세한 바탕은 먹과 물, 그리고 부드러 운 환필(環筆)을 만나 이것을 다루는 이의 손길에 따라 비로소 온전한 생명을 얻게 된다.

 

다음으로 섬유질의 엉킴 구조에서 비롯된 탁월한 삼투성과 흡수성을 꼽을 수 있다. 약한 것 같으면서도 질기고 질긴가 하면 부드럽다. 외발 뜨기에 의해 생산된 전통한지는 닥 섬유 조직이 가로 세로 얽혀 질기고 장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통기성 과 투명성 역시 뛰어나다. 견 오백, 지 천년(絹五百 紙千年)이라 할 만큼  뛰어난 보존성과 함께 신축성과 변용성 및 가변성 에서 기인한 다양한 표현성과 물리적 특성들이 한지를 현대 조형의식으로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이유가 아닌가 한다. 이는 우리 것에 대한 재인식이며, 한국미의 재발견이자, 대안적 매체로서 서구 조형방식에서 탈피하여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환원의식의 발로라 여겨진다.

 

재료가 바뀌면 의식이 바뀌고 그 의식은 곧 양식의 변화에 필연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료는 단순한 표현 수 단으로서의 재료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에 긴밀하게 관여하여 또 다른 조형양식을 만들어내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료는 재료이며 이것에 형상이 가해짐에 따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일정한 물(物)이 된다. 형상은 활동적ㆍ능동적이 고 질료는 비활동적ㆍ수동적이며, 형상은 현실성이고 질료는 가능성이다.’(철학사전, 2009) 라고 했다. 재료의 수동적 속성은 표현의 도구를 넘어서 작가의 의식체계를 흔들어 능동적이고 활동적이며 창조적으로 형식과 내용을 지배하게 된다.

 

한지의 물리적 특성의 활용 예를 살펴보면, 한국화분야에서 고전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처럼, 단순히 먹이나 안료를 올려놓 는 지지대나 바탕재로서의 역할과, 재료자체가 조형의 요소로 작용하는 오브제로서의 역할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의 경우는 다시 두 가지 방법을 들 수 있는데, 하나는 화지(畵紙)에 반수(礬水)처리를 하여 섬유조직위에 피막 층을 만들어 삼투압이나 모세관 현상을 억제시켜 채색을 하는 방법으로, 이는 한지의 물성 중 장력이나 보존성을 취하는 쪽인데 반해, 수 묵작업의 경우는 발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지의 삼투압 현상과 모세관 현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 삼투압 현상 에 의한 발묵현상은 먹과 물과 종이가 만나 우주 삼라만상을 끌어안는가 하면, 때로는 소지위에 3차원의 공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한지 그 자체가 갖는 미학적 요소를 작품의 표현성으로 전환하는, 한지의 오브제적 사용을 들 수 있다. 한지가 수 동적인 재료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조형적 요소로서 그것이 갖는 물리적 특성과 미학적 요소를 최대한 드러내 게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재료미학은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아르테 포베라’즉‘가난한 미술’ 운동 이 그 기원이라 할 수 있는데, 재료가 단순히 미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반 모더니즘(anti-modernism)의 일환으로 재료 자체만으로도 미적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미적 가치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그에 대한 실험과 탐구가 거듭되어 왔다.

 

결론적으로 한지를 백(白)에 하나(一)를 더해야 비로소 온전한 생명을 얻는다 하여 백지(百紙)라고 부른다 하였듯이 미완의 종이 즉, 하나의 질료에 불과한 한지는 작가의 손길과 의식체계를 만나 그것이 내재하고 있는 물성이 활성화되면서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따라서 한지 표현의 다양성을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지의 물리적, 미학적 특성에 대 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하고,정신과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어야 비로소 창조성이 담보되고 조형적인 외연의 확 장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예술품으로서의 독특한 미적 가치를 지녔을 뿐 아니라 물리적 특성상 질기고 탁월한 표현 성과 변용성을 지녀 평면과 입체표현에 용이하여, 그 활용의 범주가 실로 넓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지의 우 수한 물성과 정신성을 어떠한 시각과 발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는 한지가 갖는 본연의 탁월한 표현성과 예술성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투철한 작가정신과 조형연구가 그것을 뛰어넘지 못했을 때, 조형적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미술교류협회의 베를린미술협회 초대전을“디지털시대에 한지와 유럽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기획하면서 사실 우려도 없 지 않았음을 밝힌다. 이는 다름 아닌, 세계미술교류협회 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테마전을 특정 재료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방향으로 기획하여, 평소 한지를 다루어 보지 않아 한지라는 재료에 생경한 회원들의 호응도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출품 자료들을 확인하면서 그러한 우려가 불식되고도 남음이 있었슴은 위에서 열거한 한지의 물리적 특성이나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감성적 미학을 평면과 부조, 오브제적 사용 등으로 풀어낸, 내용과 형식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어 고무적이었다. 이 지면을 빌려 기획의도에 흔쾌히, 그리고 열정적인 한지작업으로 응원해주신 회원들에게 진심으 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vol.20170527-디지털시대에 한지와 유럽의 만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