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춘 展

 

몽유화원

-공유된 기억-

Flower Garden of Dream LeeHiechun

- Shared memory -

 

몽유화원-공유된 기억_1168×910cm_Mixed media_2017

 

 

서학아트스페이스

 

2017. 5. 11(화) ▶ 2017. 5. 17(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7. 2층 | T.063-231-5633

 

 

몽유화원-공유된 기억_50×60cm_Mixed media_2017

 

 

따뜻한 메멘토의 꽃밭 - 이희춘의 몽유화원도

(마음의 깊은 곳)

신 귀 백 (영화평론가. 감독)

무위(無爲)! 이희춘은 붓으로 무위자연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 속에는 꿈속 유토피아를 이야기 하면서 표현의 구체성을 몽유도원(夢遊花園)으로 설정한다. 그것 참, 장주(莊周)가 태어난 곳이 몽(夢)읍 출생이라는 지명은 우연이었을 것이다. 약소국 송(宋)나라에서 전국시대라는 전쟁의 시간들을 헤쳐 온 장자의 시대와 오늘이 어디 크게 다르랴. 작금의 우리네 삶도 산업화와 민주화가 주던 질곡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무위지향은 유효하다.

처세(處世)는 불편하고 초월(超越)은 어려운 일이다. 피투성(被投性)으로 던져진 존재로서 거기서 성심과 싸우고 충돌한다. 자유를 위해 또한 조화를 위해서. 현실의 부정이나 피안의 도피가 아닌 자유로운 삶이 장자와 이희춘의 과제였을 것이다. 그는 무위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만리를 나는 대붕을 그리지도 않지만 이야기를 들려줌에 풍자와 역설을 삼간다. 그가 표현하는 자연은 법도에 순종한 위(爲)를 걸러내는 작업이기에. 이성이나 경험의 세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로의 진입, 그것이 현실도피가 아니고 해탈과 자유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유를 향한 작은 몸짓인 자연에 대한 예찬이나 회귀는 누천년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바이다. 그래서 무위자연은 예찬 받아 마땅한 경지다. 그러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절대경지는 사실 부담스럽다. 선악을 초월하는 도가의 인성론의 경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천하의 도연명을 자유인으로 보는 눈도 있지만 꽃이나 술에 묻히어 살던 시인으로 내려보기도 하지 않던가. 지고무상의 존재를 탐하기보다는 마음의 깊은 곳을 바라볼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爲)! 우리 삶의 양식이다. 외양에 의해 어지럽혀져 본심을 잃고 살아간다. 종신토록 말달리듯 마음을 쓰지만 피곤하며 공을 이루지 못한다. 어둠은 생각보다 빨리 밀려오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가는 생명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더 이상 우리는 바닷가를 거닐면서 조개껍질을 줍지 않고 횟집에 머문다. 그러니 돌아갈 곳을 아지 못한다. 그래서 몸을 바쳐 이름과 이(利)를 추구하던 인간이 망설임 끝에 꽃을 심고 그림을 건다. 그 인생이 긴 꿈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이 찾아올 때, 아파트의 벽돌 사이로 나비가 난다.

 

 

몽유화원-공유된 기억_50×60cm_Mixed media_2017

 

 

이희춘의 서러운 이야기를 봄꽃으로 따라나서노라니 그가 들려주는 플레시백에 어찌 눈물 나지 않겠는가? 그 꽃은 현실과 이상 사이, 고통과 행복 사이에 끼어있는 기억의 꽃밭이다. 몽환적 기억이나 높다란 성벽을 한 비밀의 정원이 아니기에 그의 메멘토는 연민보다는 따뜻함을 자아낸다. 그러니 우리는 그의 그림을 매개로 마음을 공유해도 된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두고 온 세계를 현현(顯現)하기에. 골목이 있고 마당 가운데 수돗간에 고무다라이가 놓인 아니 그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고픈 회귀본능을 그린다. 상상 속 동물이 아닌 마당 곁 식물과 가축들이 이루어내는 화원에는 따뜻한 밥상머리에 앉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들이 묻어난다.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넓어도 좋은 방’ 안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앤디 워홀의 ‘기쿠’나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시리즈는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다. 그러나 그 상품들에는 창의성은 있어도 따뜻함은 없다. 이희춘은 꽃과 나비를 자신의 브랜드로 이미지를 생성했고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질료가 갖는 질감으로 하나의 레쥬메를 만들었다. 당연히 그의 창의적 성취는 고난과 도전 끝에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몽유화원 시리즈에 오래 머물지 마시라. 너무 회상 오브제로만 그치지 말라는 말씀이다. 몽유화원은 목적지이지 이정표가 아니다. 우리를 기억의 꽃밭으로 데려간 이희춘, 갈 길이 아직 멀다.

아소 님하! 꽃심을 지닌 땅 전주가 키운 작가의 전시회에 가거든 그 꽃밭에서 오래 취하시라. 이희춘의 화폭들이 보여주는 옛 유년의 밥상머리를 추억하는 꽃밭에 들어선 당신은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가 될 것이다. 그의 그림을 벽에 걸고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욱 좋을 터.

노자가 그랬다. “마음은 깊은 곳을 좋아한다”고.

 

 

몽유화원-공유된 기억_50×60cm_Mixed media_2017

 

 

몽유화원-공유된 기억_50×60cm_Mixed media_2017

 

 

몽유화원-공유된 기억_130×130cm_Mixed media_2017

 

 

 

 

 
 

이희춘은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미국, 홍콩 등지에서의 국제전을 비롯해 서울, 전주 등 국내에서도 20여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베이징 예술박람회, 중국 션전 수묵비엔날레, 뉴욕 아트엑스포, 한국 국제아트페어, 뉴욕 코리안아트쇼, ART.FAIR21(독일 쾰른), AAF Singapore (싱가폴), KIAF, 아트광주, Doors 아트페어 등의 비엔날레 및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했고, 중국 로신미술대학, 캐나다 퀘백대학교, 뉴욕 IBM, 국립현대미술관, 우리은행, 전북도립미술관, 전북도청사, 미래병원, 원광대학교 미술관, 원불교 대학원대학, 중국 관산월미술관, 전북 인재육성재단, 전주시립도서관, 메르세데스-벤츠 전주•군산 전시장 등에 작품이 소장돼있다.

Site | leehiechun.com

 

 

 
 

vol.20170511-이희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