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란 展

 

무용수 박옥란의 시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다양하게 재해석한 팝업공간

(무용수의 의상과 사진, 짧은 퍼포먼스 가 어우러진 공간)

 

 

 

경인미술관 제 2전시관

 

2017. 5. 3(수) ▶ 2017. 5. 9(화)

초대일시 2017. 5. 3(수) / 2017. 5. 6(토) 16:00시 (작은 공연이 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1-4 | T.02-733-4448

 

www.kyunginart.co.kr

 

 

박옥란_화전태_소프트텍스쳐 인화지에 잉크젯 프린트_70cmx105cm_2017

 

 

-프롤로그-

 

땀에 흠뻑 젖은 연습복을 입고 c/Sol (쏠 거리)을 걷는다.

무용수들의 연습실과 아지트 같은 카페가 있는 길이다.

달팽이 마냥 내 몸집보다도 훨씬 큰 가방 안에 Bata de Cola(플라멩코 의상 중 하나로 겹겹이 프릴로 되어 꼬리가 매우 긴 치마)를 넣고 걸어서 연습실로 간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햇볕이 쨍 하다.

길 중간쯤에서 한동네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오늘따라 유난히 다정한 한 쌍이다.

“와~이렇게 멋지게 차려입으시고 어디 좋은데 다녀오시나 봐요~!!!

하고 물으니,

“응 저기 Teatro Lope de Vega에 공연티켓 예매하러 갔다가 오는 길이야~”

걷기에는 꽤나 먼 길이지만, 그때는 직접 극장입구에 가서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두 달 후면 BIENAL FLAMENCO 가 열린다.

그때가 되면 할아버지는 멋진 넥타이를, 할머니는 진주 목걸이를 하고 최고로 예쁜 모습으로 공연장에 오시겠지...

자국의 문화에 대한 애정이 지극히 일상인 그 곳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졌던 어느 날의 기억이다.

 

 

박옥란_화전태_2017

 

 

스페인에서 수월관음도를 재해석하는 과정 중에도 많은 것을 느꼈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문화를 매우 귀하게 여기며 가치를 인정해 주는 그들...

먼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많은 이해와 깊은 사랑이 있어, 다른 문화도 사랑할 줄 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국의 문화에 대한 사랑과 가치인식이 확고한 가운데 타국의 문화도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여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문화는 존중 속에 교류하며 진정으로 풍부해지고 있었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 이 보람된 작업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나는 외국에 큰 행사에 갈 때면 반드시 한복을 가져가다.

단속곳, 버선, 쪽머리에, 비녀와 떨잠까지 모두 챙겨간다.

어느 때인가 행사에 임박하여 도착한 나는 이 여러 폭의 한복을 다려줄 곳을 찾았지만, 유럽 현지의 세탁소에서는 2주 후에나 찾으러 오란다.

곱게 가져간 한복을 가방에서 조심스레 꺼내는 것을 보며 너도 나도 모여든다.

관계자들의 어머니들께서 보시더니 직접 다려 주시겠다며 나를 쳐다보신다.

잠자리 날개 만져보듯 다칠 새라 숨죽이며 만져보신다.

결국 이렇게 나의 한복은 속바지부터 일곱 겹의 치마가 모두 각각 귀부인들의 손에 맡겨져 다려지게 되었고, 마침내 나는 한 점의 구김도 없는 한복을 차려입고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박옥란_화전태_소프트텍스쳐 인화지에잉크젯프린트_100cmx65cm_2017

 

 

행사장의 많은 사람들은 내게 와서 살짝 만져보아도 되는지 조심스레 묻는다.

섬세한 눈으로 자세히도 들여다본다.

바느질 한땀 한땀 까지 들여다본다.

이 날 나는, 박옥란이 아닌 한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한 사람이다.

차려입은 한복의 맵시를 보고 신비로워 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사명감마저 들곤 한다.

마치 숙제가 생긴듯한 마음이다.

 

 

몇 해 전 내가 스페인 디자이너에게 의뢰여 우리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를 그들의 시각으로 재해석 했던 의미있는 이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결국엔 이 기획의 동기가 되었고, 한국무용을 전공한 무용수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다양한 우리의 전통문화 예술을 사진에 담아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더 나아가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부족함 속에 배워가며 준비한 기획이다.

나는 또 다른 시작을 할 것이다.

못 다한 이야기보따리가 참 많다.

언제라도 나는 누가 내어준 지 모르는 이 즐거운 숙제를 할 것이다...

 

2017년 5월

무용수 박옥란.

 

 

Fotografía: Chema Soler

박옥란_화전태_소프트텍스쳐 인화지에 잉크 젯프린트_53cmx79cm_2017

 

 

 

 
 

■ 박옥란

 

선화예술고등학교 무용과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SPAIN | ESCUELA-FUNDACION CRISTINA HEEREN DE ARTE FLAMENCO | ESCUELA–MATILDE CORAL | *ROSARIO TOLEDO 사사 | ISABEL BAYON 사사 | *ADELA CAMPALLO 사사 외 다수

 

현재 | 해외의 여러 디자이너들 및 예술인들과의 다양한 콜라보 작업을 통한 공연 및 모델활동 중.

 

이메일 | ipencil@hanmail.net

 

 
 

vol.20170503-박옥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