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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展
PATHWAY
축복의 통로_72x45cm(3pieces)_판유리, 유리에나멜, 나무껍질_2017
2017. 4. 18(화) ▶ 2017. 4. 23(일) Opening 2017. 4. 19 P.M.5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63-1 | T.02-3141-8842
바다로 부터 온 아버지의 편지_72x45cm_판유리, 유리에나멜, 나무껍질_2017
평범한 일상에서 값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이른봄, 굳어졌던 땅 위로 내리는 봄비와 한 낮의 더운 열기를 식혀주던 여름 밤의 시원한 소낙비, 매일 여러 모양으로 살아 가는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감사하다. 내 능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일상에 주어지는 선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에 참 감사하다. 낮엔 해가 뜨겁게 내리 쬐어 길가의 풀잎이 축 쳐져 있다가도 새벽에는 그 풀잎들에 이슬이 어김없이 송글 송글 가득 맺혀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았다. 그런 이슬로 덮인 풀잎을 표현해보고 싶어 시작한 유리작업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유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유리가 빛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빛을 통과 시키는 통로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빛을 통해 더욱 분명한 존재감을 갖는다. 이번 작업도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하여 평면작업과 반입체 작업을 하였다. 석고로 뜬 몰드를 판유리 사이에 넣어 공간을 만들고 그 사이에 나뭇가지나 새싹 등을 넣어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판유리에 가는 유리가루로 만든 에나멜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여러 장을 겹쳐 780도의 가마에서 퓨징하여 만들었다. 유리의 장점은 투명성으로 인해 두껍지 않은 2차원의 평면 작업에서도 여러 장의 그림을 겹쳐 공간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예민한 유리의 특성과 시행착오로 몇 개의 작품이 작업 과정 중 어이 없이 깨지는 상황도 있었다. 천천히 식혀야 하는 서냉 과정이 잘못되어 작은 흠집으로부터 시작하여 깨지기 시작하는 유리를 보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깨지기 쉽고 연약한 유리와 같은 존재일 뿐이지만 작품을 통해 그런 나의 모습이 아닌 감사와 따뜻함과 밝음이 보여 지는 맑은 통로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작업노트중에서
바다-아버지의 마음_72x 35(2pieces)_판유리, 유리에나멜(fused sheet glasses, glass enamel)_2016
유리 속 멈춰진 공간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생명의 흔적들 최진희 작가의 이번 전시는 유리를 소재로 한 조형작업들이다. 작가는 특별히 작업에 있어서 재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재료의 물질적 속성이나 그 사용방식으로부터 작업의 상징구조와 조형어법을 만들어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의 작업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세밀하게 작가가 사용한 소재들의 특성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특별히 리를 주요한 재료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유리가 하나의 독립된 사물임에도 그 자체를 보여주기 보다는 다른 사물을 더 장식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빛을 통과 시켜 또 다른 효과를 주는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할 뿐 유리라는 사물 자체가 드러나지 않게 되는 점에 주목하였다고 밝힌바 있다. 물론 이러한 점은 물질적 속성 위에 작가의 시각을 투사하여 의미부여를 한 측면이 있으나 그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해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작가는 기독교 신앙의 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으로부터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이번 전시 주제인‘Pathway’라는 명제도 작가의 종교적 지향점과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계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오솔길과 같은 좁은 길을 통해 진리의 세계로 향하는 과정에 대해 작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명한 유리를 통해 빛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작업은 종교적이고 명상적인 맥락에서 읽어갈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에게 있어서는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은 동시에 종교적 수행과정의 연장이었던 것 같다. 최진희 작가에게는 삶과 작업이란 구분될 수 있지만 분리할 수 없는 삶에 있어서 평행적인 두 가지 양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적 위치와 세계를 확인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침묵상_72×45cm_판유리, 유리에나멜(Fused sheet glass,glass enamel)_2016
작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자연과 세계 속에서 그리고 그의 작업 속에서 종교적 신비의 세계와 감사의 조건들을 발견해 가고 있다. 신앙적 관점에서는 그에게 다가오는 모든 자연 현상들이 신비이며 감사할 이유로 다가왔을 것이다. 당연한 자연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사건들이 더 이상 당연할 수 없는 이유들을 작가는 종교적 시각 안에서 발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연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기를 그의 작업을 통해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유리 작업 속에 가져온 오브제들은 생명의 흔적들이 보이는 사물들이다. 유리 속에 멈춰있는 장면처럼 보이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그리고 씨앗들은 살아있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동시에 죽음에 대한 의문을 향해 길을 안내한다. 생명과 죽음은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도 신비의 세계일 수 밖에 없다. 당연한 자연 현상이라고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나 과학적 사고를 통해서도 풀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시간(God's Timing)_132×44cm_판유리, 유리에나멜(Fused sheet glass, glass enamel)_2017
작가는 쉴 사이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면서 숨쉬고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는 생명에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생명을 자연 속에서 발견하게 되면서 그 발견의 순간을 그려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의 유리 작업 속에는 생명을 대신하여 이슬과 햇빛과 풀잎의 형상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를 삶의 속도 때문에 인식하지 못했던 생명 현상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그의 유리 작업 속에서는 정지시켜 놓은 듯이 보이는 멈춰진 시간과 같은 장면에 안에 함축시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멈춰져 있는 공간 안에서 더 강렬한 잠재된 생명의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 공간이 시간처럼 멈춰지자 더 뚜렷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생명들을 보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씨앗은, 나뭇잎은, 나뭇가지는 이렇게 멈춤이라는 죽음의 공간을 만나게 되자 생명으로 움직이고 있던 존재였음을 웅변하고 있는 듯 하다. 작가는 아마도 이처럼 삶의 속도를 거슬러 잠시 멈춤으로써 자연과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면 생명과 죽음과 같은 신비에 다가 설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을 발견할 수 있음을 작업을 통해 안내해 주고자 하였던 것 같다. 마치 죽어있는 듯 멈춰버린 유리 매체가 만들어낸 공간은 역설적으로 생명이라고 불리는 움직이는 존재들의 신비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좋은밭 (Good Soil)_45×72cm_판유리, 유리에나멜(Fused sheet glass,glass enamel)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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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희 | Choi, Jinhee
1997 Art Student League, Manhattan, New York수학 | 1996 OCCC School of Art-Ceramic, New Jersey수학 | 198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7 8회 개인전 “Pathway통로” (사이아트 스페이스) | 2016 7회 개인전 “The Little Moment 일상 그리고 감사”(금호미술관) | 2013 6회 개인전 “조용한 대화”(인사아트센터) | 2009 5회 개인전 “소박한 사랑”(인사아트센터) | 2004 4회 개인전 “바라봄”(관훈갤러리) | 2001 3회 개인전 “기다림”(관훈갤러리) | 1994 2회 개인전 “기도”(관훈갤러리) | 1991 1회 개인전(윤갤러리)
그룹전 | 2017 LA 한국문화원 초대전 “Express My Heart” Los Angeles, USA | 2016 제 24회 기독미술대전(우수상--밀알미술관) | 외 다수
Email | forestjh@gmail.com | Site | https://forestjinchoi.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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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70418-최진희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