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지원展 '2017 넥스트코드'

 

- 우리 앞의 생 -

 

 

 

대전시립미술관 3, 4 전시실

 

2017. 3. 2(목) ▶ 2017. 4. 26(수)

작 품 수 : 5작가 회화,설치, 입체작품 50점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5(만년동) | T.042-270-7370

 

www.dma.go.kr

 

 

박은영作_Forest of Enjoyment_종이에 먹지 드로잉_28.0×35.6cm_2016

 

 

대전을 비롯해 충청을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작가를 발굴하여 전시하는 <넥스트코드>는 중부권 미술의 정체성을 찾고자 1999년부터 중장기 계획 하에 시작되었다. 대전·충청지역 청년작가들의 등용문인 넥스트코드는 공립미술관의 주요한 역할인 미술문화투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작가를 양성한다는 의의가 있는 프로젝트이며 동시에 우리 미 관의 가장 오래된 정례전이기도 하다. 지난 19년 동안 넥스트코드를 통해 발굴된 125명의 지역의 역량 있는 청년작가들은 국내외 미술계의 동량지재가 되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7 넥스트코드>에서는 박은영, 신기철, 이홍한, 정미정, 정의철 5인의 작업을 선보인다. 다섯 명의 청년작가들은 각자의 푸르른 시간 속에서 때로는 불안에 흔들리면서도 묵묵하게 자신만의 견고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인 <자기 앞의 생>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낮은 삶의 단면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생에 대한 의지를 지독히도 표출하는 이 책은 불확실한 앞을 바라보면서도 한 가지를 고집하며 지속하는 그들과 서로 닮았다. 그리고 이들의 생에 대한 태도는 불안과 희망, 방황과 정착 그 사이의 어딘가를 끊임없이 헤매고 있는 우리 청춘들에게는 위로가 된다. 청춘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이며 그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이 있는 자는 늙지 않는다고 한다. 예술적인 시각언어의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우리는 여전히 청춘이다.

  

 

신기철作_Restless Heart Syndrome #018_ Archival Pigment Print_120x100cm_2016

 

 

PART I : ‘생의 안으로’는 박은영·신기철·정의철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본인만의 조형언어를 다듬어가며 본질에 접근하고자 분투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작업 방식에서 얻은 키워드이다. 우선 박은영의 작업에는 두 가지 결과물이 있다. 하나는 염료를 먹이는 먹지와 그 염료를 소화해 생성된 결과물인 먹지드로잉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드로잉의 본질적인 모습은 오히려 염료가 다해 색이 바라진 먹지의 형태와 더 가까웠다. 현재 작가는 먹지 그 자체의 질료성에 대해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기철은 인생의 허무함과 죽음 등을 상징하는 바니타스 도상이 주는 의미론적인 불안감보다는 불안 그 자체의 상황, 예를 들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면에 걸쳐진 모습이나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 같은 위치에 놓인 물컵 등의 상황으로 연출하여 불안의 본질을 찾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와 자연스러운 빛을 사용하며 그만의 새로운 바니타스 ‘사진’이 등장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의철은 그의 최근 작업인 ‘낯설다’라는 시리즈 연작에서 필름지를 사이에 두고 두껍게 물감을 칠한 후 그 물감을 떼어내어 프레임화하는 독특한 작업과정을 보이는데 이는 그림의 내외관계를 뒤집게 되고 겉이 아닌 속이 전면에 향하면서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드러남을 유도하는 것이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껍데기’를 벗겨내면 그 안에는 오직 심안으로만 가시화되는 ‘알맹이’만이 자리한다.

 

 

이홍한作_교회건물4층집_철_220×210×150cm_2013

 

 

PART II : ‘생의 밖으로’에서는 이홍한·정미정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은 모두 ‘확장’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이홍한은 철이라는 재료를 이용해 삶의 흔적들이 축적된 공간을 조형적으로 가시화했다. 최근 그의 작업은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고 주위를 밝혀주는 빛으로 그 소재가 확장되었는데 이는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하거나 소외되기 쉬운 비주류의 공간을 주류의 공간으로 전복시키고자 하는 메시지와 함께 예술의 사회적인 책무에 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작가의 인식의 확장이 적극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정미정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생존력이 강한 식물들을 이종 교배하여 사이보그와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진 변종 식물로 연출한다. 2차원의 화면에서 물감으로 존재했던 식물들이 3차원의 실재적인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체험이 가능한 식물로 현전하는 것은 단순히 매체의 확장뿐만 아니라 불안에 직면하는 그의 태도가 보다 성장함을 함의한다.

 

 

정미정作_표류(漂流)-길 없는 길_Acrylic on canvas_360x130cm_2013

 

 

이상 다섯 명의 청년작가들은 각자의 푸르른 시간 속에서 때로는 불안에 흔들리면서도 묵묵하게 자신만의 견고한 예술세계를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각자 선택한 다양한 매체로 구현하고 있다. 이들의 생에 대한 태도는 불안과 희망, 방황과 정착 그 사이의 어딘가를 끊임없이 헤매고 있는 우리 청춘들에게는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정의철作_Unfamiliar 9_Acrylic_91×116cm_2016

 

 

 

 

 

 
 

박은영 (1980년 한남대, 성신여대 졸업)

박은영은 한남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자연물 특히 숲을 주제로 전사지(轉寫紙)인 얇은 먹지에 드로잉을 한다. 먹지는 한쪽 또는 양쪽 면에 색칠을 한 얇은 종이로 한꺼번에 여러 장을 복사할 때 쓰이지만 그에게 먹지는 단순한 복제의 수단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 시간 등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구현해내고 내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훌륭한 매개체이다. 여러 과정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그의 드로잉은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구도자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무수한 선이 반복적으로 그려질수록 조급함과 불안은 점차 엷어지며 여러 층위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초월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시간의 경계, 그 언저리에 자리하게 된 그는 시간성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획득하며 이러한 시간에 대한 무목적성은 유희의 핵심이 된다. 그렇게 그의 숲은 유희로 울창해진다.

 

신기철 (1985년 중앙대 졸업, 충남 아산 거주)

신기철은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충남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불안의 이중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불안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인 것이지만 그 감정 자체에 침잠되는 것을 경계한다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 불안이 오히려 ‘생(生)’을 확인하는 순간이 된다고 말이다. 그의 초기작은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주로 보이는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모티프인 ‘바니타스(Vanitas)’를 차용하고 있다. 이는 사진이라는 현대적인 매체로 세기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불안감을 회화적인 연출을 통해 병치시킨 것이다. 하지만 작업이 지속될수록 도상이 주는 의미론적인 불안감보다는 상황적인 연출에 기반한 불안감이 주요 소재가 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면에 걸쳐진 모습이나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 같은 위치에 놓인 물컵 등 상황으로 죽음과 삶에 대한 본질, 그리고 찰나와 영원에 대한 의미에 대한 고민을 표출한다.

 

이홍한 (1983년 목원대 졸업)

이홍한은 목원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자본과 기술의 집합체인 현대사회에 도시라는 공간이 담고 있는 담론이 확장되는 과정을 탐구하면서 공간에 작용하는 권력의 이해관계나 사회의 계층화 등 구조적인 측면과 그 시의성에 주목한다. 도시의 빌딩이나 스카이라인 등의 단편적인 외양이 아닌 그가 직접 경험한 삶의 흔적들이 축적된 공간들을 재구성한다. 주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은 과거에 살았던 집이나 주택가, 전봇대나 골목길 등 기억이 담겨져 있는 곳이며 작가는 그 궤적들을 ‘철’이라는 매체를 통해 조형언어로 기록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플라즈마 절단기를 이용하여 철판에 스크래치를 내는 방식으로 물리적인 질감을 획득하고 3차원의 공간감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등 회화적인 기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에게 철판은 캔버스이자 물감이며 용접은 붓질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정미정 (1983년 충남대, 단국대 졸업)

정미정은 충남대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다양한 역할 기대들을 수용하며 생성된 ‘연극적인 자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강요로 인해 꾸며진 자아를 상징적인 이미지로 대체하여 불안과 대면하는 화면 구성을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멈춘 듯한 자동차의 이미지,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변종식물들의 조합은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인공적으로 보인다. 화면에서 주로 등장하는 자동차는 목적이나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는 자아를 은유하며 이후 그의 자아는 변종된 식물들로 발전한다. 식물 이미지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계통의 식물이 이종 교배된 이미지로 재배열하는데 사막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강인한 식물들을 선별하여 접합한 것이다. 이는 사이보그처럼 더 강력한 힘을 가진 변종식물의 진화를 연출한 것으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강화된 의지를 나타낸다.

 

정의철 (1978년 배재대 졸업, 러시아 이르쿠르츠 국립미술학교 수료)

정의철은 배재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초상화’를 주제로 주객이 전도된 시각과 주체에 대한 질의를 끌어낸다. 그는 재현적인 이미지들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할 수 없다고 본다. 이미지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구현하는 초상화들은 정확한 윤곽선이 없는데 이는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에 따라 다양한 감정의 결로 느껴지기를 원함일 것이다. 작가는 외형적으로 유사한 이미지를 경계하고 내면의 눈, 즉 정신세계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실험적인 프로세스와 양식을 수년간 시도했다. 그의 최근작업인 ‘낯설다’라는 시리즈 연작은 단순히 캔버스에 형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지를 사이에 두고 두껍게 물감을 칠한 후 그것을 떼어내 프레임화한 것이 최종작업이 된다. 이는 피상적인 세계에서 진정한 자아이자 무의식으로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표면적인 ‘껍데기’를 벗겨내고 그 속의 본질적인 ‘알맹이’만이 자리하게 된다.

 

 

 
 

vol.20170302-청년작가 지원展 '2017 넥스트코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