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8인의 단색조 회화

 

" 비움 그리고 채움 "

 

백영수 | 김태호 | 김찬일 | 이세현 | 신수혁 | 윤종석 | 손동준 | 채성필

 

 

 

교보아트스페이스

 

2016. 12. 16(금) ▶ 2017. 1. 24(화)

서울시 종로구 종로 1번지 교보문고 | T.02-2076-0549

주최 : 교보문고 | 주관 : 한국미술경영연구소 | 후원 : 대산문화재단, 교보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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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아트스페이스 12월 기획초대전

비움 그리고 채움, 한국 현대미술 8인의 단색조 회화미학

 

기획_김윤섭(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ㆍ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드높아졌다. 단순히 미술시장적인 측면을 넘어 미술사적 재조명의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단색화에 대한 관심’은 특정 몇몇 작가에게 국한되기보다는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원론적 관심’으로 옮아갈 때 그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1970년대에 시작된 ‘한국적 단색화 운동’으로 명명된 작품들의 특징은 서양의 모노크롬(monochromeㆍ單色畵)과 시각적으론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그 이면의 정신성 혹은 철학적 배경에서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단색화(Dansaekhwa)’로 고유명사화 시키고 있다.

이러한 ‘단색화(Dansaekhwa)’가 모노크롬(monochromeㆍ單色畵)과 다른 변별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순히 화면을 평면적으로 덮은 시각적인 색깔(color)의 문제를 넘어, 오히려 무한한 확장성 혹은 다차원의 공간적 개념을 함축하고 있는 색조(色調)로 해석하고 있다는 측면이다. 따라서 한국의 단색화는 70~80년대를 시작으로 90년대까지 풍미한 일부 소규모의 작가에게 제한적으로 명명되기보다, 한국 현대미술의 저변에 내재된 일련의 특징 중 하나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교보아트스페이스의 기획전으로 마련된 <한국 현대미술 8인의 단색조 회화-‘비움 그리고 채움’전>도 단색화와 한국 현대미술 고유의 내재된 특성을 연계한 접근에서 출발했다. 또한 초대작가를 현역 최고의 원로작가로 존경 받는 90대 백영수 화백부터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며 유망작가로 손꼽히는 40대 작가까지 개성 넘치는 작가 8인으로 구성한 점도 ‘단색조 회화 작품의 다양성’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기 위함이다. 작품은 저마다 특유의 여백미와 단색조를 활용해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선보인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관점의 그림들은 형상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사유적인 체험을 선사하고 있다.

초대작가 백영수(1922~) 화백은 한국 최초의 현대미술 그룹 신사실파의 유일한 생존작가이다. 해방 후 최초로 등장한 추상주의적인 서양화가의 모임으로 ‘새로운 사실(寫實)’을 표방했던 신사실파는 김환기ㆍ장욱진ㆍ유영국ㆍ이중섭ㆍ백영수ㆍ이규상 등이 주요 멤버였다. 백 화백의 작품은 ‘모성애(母性愛)’라는 일관된 주제로 평면화된 벽(壁)과 창(窓)이 어우러진 특유의 여백미를 연출한 화면이 특징이다. 그와 함께 모자상 혹은 가족상이 함께 등장한다.

김태호(1951~) 화백은 일명 ‘벌집회화’로도 알려진 단색조 회화를 선보인다. 겉보기엔 특정의 단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최소 10여 가지 이상의 다색층이 켜켜이 쌓여 잠겨 있다. 마치 ‘순수 형태와 색채를 통한 회화의 본질’에 다가선 작품으로 여겨진다. 김찬일(1960~) 화백은 마치 ‘대기의 흐름’이나 ‘생명의 태동’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화면 위에 작고 얇은 종이조각으로 일정한 패턴의 틀을 세운 후에 한 가지 색을 무수히 반복해서 입힌다. 붓 자국이 없어질 때까지 반복된 붓질은 거친 돌을 갈아 거울을 만드는 수행의 과정과 닮았을 정도이다.

이세현(1967~)의 ‘붉은 산수’ 작품 속에는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삶의 애환과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그의 붉은 색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 속에서 다양한 상징성과 의미를 갖는다. 또한 누군가 살았거나 살고 있을 그 풍경 속에는 꼭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담겨 있으며, ‘실존에 대한 고민’이 붉은 색으로 우러나온 격이다. 신수혁(1967~)의 작품에 등장하는 구조적 틀은 주변의 익숙한 환경이나 도시의 오래된 건축물의 상징성을 시각화 한 것이다. 마치 ‘진공상태 속을 부유하는 모습’처럼 재현된 단색조 패턴에선 가상과 심상을 넘나드는 확장된 공간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윤종석(1970~)의 작품은 ‘주사기 그림’으로 통한다. 보통 병원에서 사용되는 약물용 주사기의 바늘을 빼낸 주사기 몸통에 미리 배합한 아크릴 물감을 넣은 다음, 일정한 패턴의 힘을 가하면서 화면에 한 점 한 점 찍거나 흩뿌리기 때문이다. 윤 작가의 작품이 지닌 주제의식은 ‘채집된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겹쳐진 아주 가느다란 선들이 수없이 반복적으로 얹혀 진 대상 혹은 풍경의 실루엣은 ‘과연 회화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는 듯하다.

손동준(1972~) 작가는 5살부터 서예를 시작해 20대에 이미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서예관련 상을 휩쓴 ‘서예계 신동’으로 통한다.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중국 정부지원 장학생으로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에도 중국 판진시에서 서예와 회화를 융합한 작품 활동 중이다. 그래서일까, 손 작가 작품의 근간은 ‘선율(線律)의 탐구’이다. 음악의 기본 요소 가운데 하나인 ‘선율(旋律)’을 서예나 회화의 기본 요소인 ‘획(劃)’이 개념을 재해석한 것이다. 채성필(1974~)은 흙과 물을 활용해 ‘익명의 땅’ 시리즈를 선보인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전혀 가공되지 않은 순수자연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조형어법으로 시각화했다. 작가의 연출력은 ‘우연성과 필연성의 하모니’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백영수作 | 김태호作

 

 

김찬일作 | 이세현作

 

 

신수혁作 | 윤종석作

 

 

손동준作 | 채성필作

 

 

 

 

 

 

 

 

 

 

 

 
 

 

 
 

vol.20161216-비움 그리고 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