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展

 

" The sound of Rainbow "

 

The sound of Rainbow-Amaryllis_58x29cmx7ea_Etching, Aquatint, Digital print_2016

 

 

세움아트스페이스

 

2016. 10. 19(수) ▶ 2016. 10. 25(화)

Opening 2016. 10. 19(수) PM 5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48 | T.02-733-1943

 

www.seumartspace.com

 

 

 

The sound of Rainbow-Amaryllis_58x58cm_Etching, Aquatint, Digital print_2016

 

 

침묵 속에서 구축한 소리, 만개한 울림

 

1. 거친 듯 빗발치는 선들이 부유한다. 커다란 꽃과 화사한 빛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면을 가르는 빗살은 대기 중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식어 땅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이지만 실은 혼란스러운 어떤 것에 대한 심상의 표현이다. 화면의 중심에 자리한 꽃은 고온다습 조건에서 잘 생육하는 다년생 꽃 아마릴리스(Amaryllis)로, 이는 작가 자신을 은유한다.

또한 밝고 청명한 무지갯빛 색깔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며, 이 모든 것들은 일상에서 발견하고 느끼며 감각하는 것들이다. 이를 쉽게 정리하면 그의 그림들(드로잉, 동판화 등)에 산포된 조형요소들은 들리지 않음을 들리게 하는 합주(合奏)이며, 일상미학이 외양화된 삶과 연계된 기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견상 그의 작품들은 시각 중심의 두터운 결만큼이나 역동성과 율동감을 갖는다. 판화의 주도면밀함과 회화적 형식이 겹쳐지면서 일정한 리듬감마저 느껴진다. 이를 작가의 말로 대신하자면 “빗소리의 리듬을 타고 황량한 사막을 걷기도 하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오로라와 같은 자연을 만나기도 한다. 상상 속에서, 환상적인 만남들을 만들어 나간다.”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기법은 간접성, 복수성을 특징으로 삼는 판화임에도 회화성이 두드러진다. 판화라는 다소 딱딱한 매체에 그치지 않고 직접 물감을 덧대는 페인팅이 가미된 탓이기도 하겠지만, 자유로운 선, 화사하나 부드러운 색감, 작가의 자아와 정체성을 관통하는 뚜렷한 화업의식이 판화의 규칙성과 건조함, 섬세함과 상생함으로서 판화 이상의 맛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를 ‘회화적 범주 내에서 판화만의 장점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김병주의 근작에서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기법에 앞서 작품의 모태가 되는 지점이 무엇이냐에 있다. 고운 색채와 오랜 세월 쌓은 역량이 투영된 제작방식도 무시할 순 없지만 귀에 들리진 않으나 (내적으론)침묵을 통해 통상의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것들과 (외적으론)세상과 반응하는 지점은 어디인지가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절대 상실 속에서 자란 존재성에 대한 탐문에서 찾는다. 그렇기에 꽃은 사각의 프레임처럼 내외가 단절되거나 또는 갇혀 있는 자신에 대한 시선이며, 빗줄기는 복잡한 세상 속 한 구성원으로서의 한 단면을 가리킨다. 무지갯빛 배경은 근원적으로 외형의 재생이 아닌, 또한 탄성체를 매질로 전파되는 파동자체를 가리키기 보단 작가 내면에 안주하고 있는 그 ‘침묵’으로부터의 해방되어 고유한 목소리를 대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심상이 담긴 판은 “재탄생의 의미와 새로운 작업에 대한 출발”을 지정한다.

 

 

The sound of Rainbow-Lily flower_Etching, Aquatint, Digital print_90x58cm_2016

 

 

2. 사실 외로움과 고독, 어떤 특정한 사물을 계기로 비롯되는 기억이나 감정, 삶의 계곡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회상과 존재에 대한 질문 및 여정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보고 생각해봤음직한 인생의 필연적 조건들이자 부채감-부담이다. 때문에 너와 나의 일상, 나아가 우리 모두의 평범한 생활사처럼 발화되는 김병주의 작업에서 메시지란 특별할 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실 속에서 자란 존재성에 대한 탐문,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평화와 안식, 사랑과 행복에 대한 자문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미지-그 가능성의 열람이면서 동시에 간과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이질화 되거나 융화되며 가는 일상이지만 내면성에 천착하는 시간은 많지 않은 것 또한 틀림없다. 그러니 그 특별하지 않을 것은 오히려 특별해지고, 시각으로 거둬들인 이미지는 절하될 까닭이 없다.

더구나 김병주 작가처럼 특수한 환경 아래에서라면 쉽게-일반적으로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경험하지 않고서 내뱉는 것들은 허무하고, 체화되지 못한 언어들은 가볍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내 안에 있는 무엇(something that is in my mind), 즉 예술적 발화의 근간으로 자신만의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되묻고, 그 삶이라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보이지 않는 주문 또는 독백은 충분히 의미적이다.    

물론 여기서의 의미란 존재하는 것은 자아이며 미적 욕구와 맞닿아 있는 스스로의 진정성과 연계된 것이랄 수 있다. 미로와 같은 길에서 하루하루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담하게 맞닥뜨리며 살아가지만 내재된 무언가는 끝내 해소되지 않는 의문, 인생사에 관한 고뇌, 매 순간마다 다가서는 감정의 복선들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실상 그의 미적 표현은 어쩌면 여기서부터 인지도 모른다.) 특히 소리를 소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침묵’이 지배적인 작가의 입장에선 더욱 짙게 다가오는 명제임에 틀림없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그림들은 보다 명료해지고 소재들 또한 함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꽃들, 자연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아마릴리스(Amaryllis)와 같은 일부로 일원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동기화 역시 덜어냄이 뚜렷하다. 특히 단순히 외형을 재현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해석의 첨가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전 작업들과의 거리감을 낳는다. 이를 달리 말하면, 침묵 속에서 건진 세상과의 반응을 거름망처럼 걸러내어 나와 우리가 공히 체감할 수 있는 형태와 색채로, 자신만의 순수한 감각으로 조화롭게 안착시키고 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그의 작품들을 보다 엄격하게 분석해보면, 감성을 통해 순수한 형체를 지향하고 감각체계를 모두 동원함으로서 조형적 방법론을 구축한다. 공간구성에 대한 관점에선 구성주의를 연상토록 하며, 색채는 그만의 의도에 걸맞는 상징적 사용에 의해 마침내 그 구성주의를 성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여기에 꿈처럼 비춰지는 여운(다분히 추상적이지만 하나의 특성으로 읽을 수 있는)과 현실이 착종(錯綜)됨으로서 공상적, 몽환성을 가중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알고리즘이 모여 김병주 작업의 특질을 완성한다.

 

 

 

The sound of Rainbow-Amaryllis_Etching, Aquatint, Digital print_30x85cm_2016

 

 

3. 한편 얇은 도록에 들어갈 내용치곤 비평을 길게 작성하긴 했지만 조금 더 보태자면, 작가의 작품은 어쩌면 그저 자신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반응한 결과를 뚜렷한 감정이입 아래 일기 쓰듯이 펼쳐놓을 따름인지도 모른다. 예술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흔적들을 이상과 현실의 거리감 안에서 쓰고 지우며 다시 쓰고자 하는 듯싶기도 하다. 그 방법으로 경험과 주관적 의식을 작품 속에 투사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한다. 반면 다양한 감정과 충동이 현실이라는 외계와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그림으로 소화하려는 게 아닌가 싶은 인상도 없진 않다. 물론 그의 그림 속에 담긴 스토리가 종착으로 하는 지점은 궁극적으로 ‘나’라는 존재성의 검증에 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즉, 세상에서 전달하는 다양한 소리로부터 거세된 현실을, 침묵(沈黙)의 고요함을, 밖으로의 질주를 내적으로 치환한 채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그의 작품 제목들이 온통 <The sound of Rainbow>, <The sound of Rainbow-Amaryllis>, <The sound of Rainbow-Lily flower> 등인 이유에서 확연하게 읽힌다.

 

홍경한(미술평론가)

 

 

 

The sound of Rainbow_Etching, Aquatint, Digital print_10x10cmx3ea_2015

 

 

 

The sound of Rainbow-Rose_Mixed media on copperplate_12x15cm_2016

 

 
 

김병주 | KIMBYUNGJOO | 金秉柱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 졸업 | 성신여자대학교 조형대학원 판화과 졸업

 

레지던시 입주 | 2015  잠실창작스튜디오 제7기 입주작가 (서울문화재단,서울) | 2012  한국판화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제1기 입주작가 (대전문화재단,대전)

 

개인전 | 2016 개인전 (세움아트스페이스, 서울문화재단, 서울) | 2014 성신판화상 수상전 (평화화랑, 서울) | 2014 초대전 (쌍리갤러리,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전) | 2014 초대전 (쌍리갤러리, 대전문화재단, 대전) | 2011 초대전 (쌍리갤러리, 대전) | 2011 개인전 (인사아트센타, 서울) | 2002 개인전 (나화랑, 서울) | 1997 개인전 (서경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6  46번가 판화가전 (쌍리 갤러리,대전) | NIGHT MARKET (앤드앤갤러리,서울) | 서미회전 (서산시문화회관,충남 서산) | 성신판화전 (쌍리갤러리,대전) | ‘알파 채널-감성’展-전국판화가협회교류 (우연갤러리,대전) | 한국 현대 판화가협회전-대화, 판화가들 (서울시립미술관 경희,서울) | Eco-판화와 만나다! (설미재미술관,경기도 가평) | 2015  충북판화가협회 초대전 ‘PLAY TOOL - 공작소 (工作所)’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충북 진천) | 아트에디션 2015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서울) | 프랑스 Sarcelles 국제 판화 비엔날레 한국현대판화 특별전 (프랑스) | 추계예술대학교 동문전" 가을 - 빛을 비추다 " (금보성아트센터,서울) | 서울시창작공간 잠실창작스튜디오 제7기 입주예술가 기획전시 - [ 함께 ING ] (시민청 갤러리, 서울) | 46번가 판화가전 (모리스 갤러리,대전) | International Print Exhibition 2015 Korea. Japan (KAWASAKIART GARDEN,일본 동경) | 한국 현대판화가 협회전-다양함 속의 일체감 (서울시립미술관 경희,서울) | 아시아프‘Hidden Artist’전 (문화역서울284,서울) | 파리에 서는 나무展 (89 Gallerie,프랑스 파리) | ‘-ing : 만나다’展-전국판화가협회교류 (우연갤러리,대전) | 성신여자대학교 개교50주년 기념전 (아라아트센터 전관,서울) | 들숨날숨 (충북 문화관 숲속갤러리,청주) 그 외 다수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 국립 타이베이 예술대학 관도미술관 | 추계예술대학교 현대미술공간 C21

 

현재 | 한국현대판화가협회원 | 대전판화가협회원 | 충북판화가협회원 | 성신판화회원 | 46번가판화가회원

 

 
 

vol.20161019-김병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