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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준 展
겸재를 따라가는 인왕산의 기억_76.5x57.0cm_acrylic color and mixed media on canvas_2016
표갤러리 이태원본관
2016. 10. 7(금) ▶ 2016. 10. 29(토) Opening 2010. 10. 7(금) pm.5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 314 (이태원동 258-79번지) | T.02-543-7337
기억속의 시간여행_76.5x57.0cm_acrylic color and mixed media on canvas_2016
김유준-유년의 기억을 간직한 별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김유준의 회화는 미니멀리즘에 기반 한 전체구조에 물성을 강조한 바탕처리, 그리고 그 하단 에 부분적으로 자리한 정치한 묘사(극사실에 가까운)로 그려진 형상과 문자와 숫자 등의 개입으로 이루어졌다. 외형적으로는 간결하면서도 다분히 복합적인 화면이자 다양한 방법론이 구사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이는 70년대 단색주의와 평면성에 입각한 화면이자 그림의 오브제성, 물질성의 강조, 그리고 70년대 후반 이후의 극사실주의 혹은 형상미술, 또한 다시 대두되던 한국성이나 민족문화, 혹은 우리 전통에 대한 이해와 반영이란 측면 역시 몇 겹으로 얹혀있다. 이는 작가가 작업을 해온, 당대 한국현대미술에서 그 ‘미술’에 대한 이해를 수용해 온 지난 시간의 궤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추이이기도 하다. 근작에 이를수록 이 종합적인 화면은 더욱 유년의 기억, 고향과 연루된 정서적 잔상 아래 추려지고 있어 보인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고향, 기억, 자연주의 같은 항목이 뿌리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롤랑 바르트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가 어린 시절을 간직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유년의 기억이 없는 인간은 없다. 그리고 인간만이 그 기억을 통해 한 인간의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김유준의 최근작은 무엇보다도 유년시절 겪은 자연에 대한 신체의 감각적 기억을 매개로 작업을 한다. 신체 안에 각인된 기억의 파편들을 별자리처럼 흩뿌려놓고 망실된 추억의 흔적들을 주술처럼 불러들인다.
흰색으로 점유된 바탕에 검은 원형의 점들이 둥실 떠 있다. 단색으로 칠해진 바탕 면은 실은 미묘한 질감처리로 마무리되어 있다. 다분히 ‘미니멀’ 하고 평면적인 바탕 면을 만든 후 그 위에 평면성을 약간씩 흔드는 질감, 촉각적인, 융기한 부분을 슬쩍 만들어놓은 것이다. 규사와 금강사 등을 고루 섞어 바탕에 밀착시키고 그 위에 채색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든 밀도 높은 그 부위는 은연중 촉각성을 자극한다. 그 흔적은 화면을 유심히,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일정한 시간과 거리 속에서 화면은 다른 느낌, 맛을 자아낸다. 단색의 화면이지만 실은 무한한 변화가 있고 밋밋한 평면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편차를 연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단순하고 밋밋할 수 있는 단색의 평면성을 흔들거나 회화성이 풍부한 질감, 화면을 연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런 질감, 촉각을 동반한 화면위로 새까만 원형/점이 달처럼, 알처럼 자리하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그것은 별의 이미지다. 아득한 창공에서 빛나는 별은 너무 먼 자리에 있는, 여전히 신비스러운 자연의 메타포이기도 하고 그 누군가의 얼굴, 존재이기도 하고(마치 수화 김환기의 점묘화처럼) 추억의 사연들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그 까만 점들이 하얀 바탕에 적막하면서도 힘 있게 자리하고 있다. 아크릴로 칠해져있지만 먹색을 연상시키는 색조는 다분히 수묵화 느낌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는 하단에 위치한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진 형상들의 경우에도 해당한다. 전체적으로 수묵으로 그려진 동양화의 정서가 진하게 풍기는 작업이다.
기억속의 시간여행-2_76.5x57.0cm_acrylic color and mixed media on canvas_2016
또 다른 그림에는 하얀 색의 별, 원형의 점이 화면 가득 중심부에 박혀있다. 커다란 알이다. 윤곽선은 연필로 그어졌는데 슬쩍 뭉개져 흐릿하고 퍼져있다. 또는 질감을 자아내는 재료를 구사하는 대신 시트지 등을 원형으로 오려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오브제를 사용한 회화이다. 화면에 밀착된 얇은 물질은 또 다른 피막을 형성하면서 하단에 그려진 자연/전통이미지와 다른 인공/현대의 느낌을 부여하고 손으로 이루어진 것과 다른 사물성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또한 물감을 대신해 인공의 재료가 금빛, 은빛으로 빛나고 있는 이 원형의 물성, 단색의 납작한 재료는 강렬한 환영을 자아내면서 평면성을 벗어나 있다. 시트지의 주름과 그 표면이 끌어들이는 외부의 풍경이 화면에 또 다른 화면, 깊이를 설정하고 연출한다.
하단에는 가늘고 여린 선으로 모종의 이미지가 슬쩍 그려져 있다. 그것은 마치 저 까만 점/별의 무게를 의식하듯, 그 존재와 한 쌍을 이루면서 위치한다. 대부분 고전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이다. 예를 들어 추사의 세한도의 일부(소나무, 잣나무와 집), 겸재의 인왕제색도(1751)에 그려진 인왕산, 운주사의 석불, 석탑,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일부 등이다. 고전의 일부, 혹은 그가 답사한 유적지의 어느 편린을 그대로 모사해서 그려 넣었다. 작고 깜찍하게 그려진 이미지가 감각적으로 빛난다. 그 사이로 다시 별자리가 매우 가는 선을 이루며 설핏 지나가고 빨강, 파랑의 작은 점이 찍혀 있다. 더불어 단기연호와 한자어로 ‘유준’이라 쓰여진 작가의 이름과 그림의 제목인 ‘시간기억’이 날렵하고 가늘게 적혀있다. 작고 가는 붓으로 예리하게 기술된 그 서체가 동양화 모필의 맛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이 문자들은 두툼하고 거친 질감과 대조적으로 화면위에 감각적으로 부유한다. 전체적으로 그래픽하고 디자인적으로 만져진, 압축적이며 간결하게 조율된 화면이다.
김유준의 근작은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감수성의 근간을 겨냥하는 작업이다. 물론 이는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고향에 대한 유년의 기억을 모종의 상실로 간직한 세대에게 가능한 일이다. 동시대 젊은 세대에게 그러한 추억은 거의 부재할 것이다. 서양현대미술을 습득하고 이를 체득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그 안에 유년의 기억, 고향의 자연에 대한 정서적 체험을 비벼 넣고 이를 다양한 방법론 안에 종합적으로 형상화해내는 김유준의 작업은 1970년대 이후의 한국현대미술의 궤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동시에 그 세대가 겪어낸 삶의 감수성 역시 눈처럼 내려앉아 있다. 눈처럼 하얀 바탕에 커다랗고 까만 점/별이 떠 있고 그 아래 잊혀진 전통문화의 흔적들이 적조하게 자리한 화면이 들려주는 전설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는 마치 미당의 《질마재 신화》에 등장하는 어느 문장을 홀연 떠올려준다.
나의하늘이야기-19_90.9x65.1cm_acrylic color and mixed media on canvas_2016
Kim Yu-Jun The Star that Keeps the Memories of His Childhood Park Young-taek (Professor, Kyounggi University/ Art Critic) Kim Yu-Jun’s painting is composed of Minimalist background that accentuates the delicate (almost hyperrealistic) depiction of figures, characters, and numbers located on the bottom of the canvas and the materiality of its structure. While simple in its appearance, it gives an impression that it is conceived of multiple pictures and methods. The issues of the predominance of monochrome and planar qualities in the 1970s, post-1970 hyperrealism or figurative art, and the resurgence of Koreanness (ethnic culture or knowledge about the tradition) are layered in his art. This practice could also be comprehended as a reflection of the path of contemporary Korean art’s rumination on the meaning of ‘art.’ In his recent works, the memories of his childhood and the emotional imageries about his hometown become more conspicuous. The subjects of Korean traditional culture, hometown, memory, naturalism gains significance. Roland Barthes said that “the feature that distinguishes human from animal is that they possess the memories of their childhood.” There is no human without the memories of their childhood, and only human are conferred the identity of being human through the possession of their past. In his recent works, Kim considers the physical sense of nature that he experienced in his youth as the medium of his art. He scatters the particles of his memory that are imprinted in his body and magically recalls the vestiges of the lost reminiscences. Black dots float on the white background. The texture of the surface of the monochromatic background is finished in delicate touches. On top of the ‘minimal’ and flat background, the artist enhances the texture – tangible and protruded– in some part of the picture, which more or less diminishes its planar quality. The dense part of the canvas made up of the mixture of silica and Emery powders stimulates the tactile sense, while hardly noticeable. We need to look closely at the picture to perceive it. Within a limited temporal and spatial distance from the work, we can sense many different emotions. While monochromatic, the surface transforms infinitely. Although it looks like a flat plane, the painting creates various irregularities. These facts suggest that the artist attempts to compromise the monochromatic planar quality, which could look too simple and dull, with the painterly picture full of textural features. Over the textural and tactile picture, black circle/dot is placed like the moon or an egg. According to Kim, this shape materializes a star. The star shining in the distant sky can be read as a metaphor of nature that is still so inaccessible and mysterious, the face or existence of somebody (like Kim Whanki’s dot paintings), or personal stories and reminiscences. The overwhelming black dots stand still and dominantly on top of the white background. While painted with acrylic colors, the hue that resembles the color of black ink gives the sense of ink painting to his oil painting. The same quality can be noticed in the realistic depictions in the bottom of the canvas. Overall it strongly leaves the impression of the Oriental Ink Painting.
나의하늘이야기-21_90.9x65.1cm_acrylic color and mixed media on canvas_2016
In another work, a large white star (a round dot) is painted in the center of the canvas. The contour is drawn with a pencil. The lines are smudged. Sometimes the artist adds a sheet of circular paper on the surface, rather than using the materials that have perceptible surface textures; it is a painting with an object. The glued thin material forms another layer in the painting, conferring the artificial/modern sense, which contrasts with nature/tradition images depicted on the bottom. Besides, the monochromatic and flat materiality of the circle that shines in gold and silver – the artificial substance that replaces paint – rejects the planar quality. The wrinkles of the paper and the external landscape that are highlighted by its surface render another screen within the screen, generating a depth to the image. In the lower part of the picture, certain images are painted with thin and light lines, which pair with the massive star at the top of the canvas. Kim painted the historic sites based on his memories or borrowed the images from the classics: pine tree and nut pine tree in Kim Jeong-hui’s Sehando (A Winter Scene, 1844), Mt. Inwang in Gyeomjae Jeong Seon’s Inwangjesaekdo (After Rain at Mt. Inwang, 1751), Buddha statues and stone pagodas in Unjusa Temple, and part of Kim Jeong-ho’s Daedongyeojido (The Great Map of the East Land, 1861). The small and adorable images shine sensuously. Among them, constellations emerge, and blue and red dots are added to them. The artist writes the year in the Dangun era, the artist’s first name in Chinese character, and the title of the painting, ‘Time-Memory’ with thin and small brushstrokes. These characters float on the picture sensuously, forming a contrast with the thick and rough texture of the background. The picture is graphic and designed, and thus concise and harmonized. Kim’s recent works target the common sentiments of the Korean people and the basis of this emotion. Indeed, this approach can only be conceived by the people of the generation who bear profound and empirical knowledge about Korean traditional culture and possesses the nostalgia to one’s childhood and hometown. Young people would not have the same memory. Kim studied and practiced contemporary Western art. However, he has incorporated the memories of his childhood and the emotional experiences of the natural environment of his hometown and materialized these memories using diverse methodologies. This approach reflects the progression of post-1970 Korean contemporary art and the sensibilities of the lives that the generation has gone through. On the snow-white canvas, a black dot/ star has risen. The quiet picture that delivers his stories that imply the traditional culture reminds us of some legends or myths, such as Midang Seo Jeong-ju’s Jilmajae Songs (Legend of a Tile-roofed House).
의상대에서의 기억_76.5x57.0cm_acrylic color and mixed media on canvas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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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준 | 金 裕 俊 | KIM YU-JUN (1957~)
1957년에 태어나 청소년기 광주에서 성장하였다. 홍익대미대회화과와 동대학원에서 수학하며 서울에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개인전38회개인전(표갤러리,선화랑,박영덕화랑,갤러리일호,청화랑,가인화랑,오끼나와글로벌갤러리,송원화랑,수화랑,갤러리이콘 등)과 국내외단체전 450여회를 통하여 활동하고 있다. 국방부컨벤션센타,소비자보호원,서대문우체국,인터콘티넨탈호텔,기술표준원,LG전자구미LCD공장,외교부,삼성병원,(주)한솔,방송회관,SK텔레콤,두산,매일경제신문사,도봉구청,서울고검,휘닉스파크,서울대병원,SK허브,휘닉스파크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심사위원과 운영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로 있다. email | kyj245988@hanmail.net | www.kimyujun.com
Born in 1957, Kim Yu-Jun grew up in Gwangju. Educated at Hongik University School of Art and Graduate School, Kim began his career in Seoul. He has held 38 solo exhibitions (Pyo Gallery, Sun Gallery, Galerie Bhak, Gallery Ilho, Chung Art Gallery, Okinawa Global Gallery, Gallery Songwon, Gallery Soo, Icon Gallery) and approximately 450 group shows domestically and abroad. His works are included in the collections of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Convention, Korea Consumer Agency, Seodaemun Post Office, Intercontinental Hotel, Korean Agency for Technology and Standards, LG Electronics Gumi LCD Factory, Ministry of Foreign Affairs, Samsung Hospital, Hansol, Korea Broadcasting Institute, SK Telecom, Doosan, Maeil Business Newspaper, Dobong-gu Office, Seoul High Prosecutors' Office, Phoenix Park Ski Resort,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SK Hub). He is a juror and operation committee member at Korea Art Competition. Currently Kim teaches at Hongik University as an adjunct professor. email | kyj245988@hanmail.net | www.kimyuj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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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20161007-김유준展 |